2020/02 10

참된 평안

함께 공부하는 분이 올려주신 묵상자료를 보고 전염병이 가져오는 혼란과 불안과 불쾌함이란 게 그 전에 이미 수면 아래 있던 것들이란 걸 느낍니다. 적의와 독기를 품은 의식들이 탐욕과 폭력을 통해서 세계 곳곳을 뒤덮고 있었다는 얘깁니다. 기록된 인간 역사의 약 93%가 전쟁 역사였고 나머지는 페스트 같은 전염병 역사였다 합니다. 제 몇십년 사회생활 경험상으로도 세상에 적응하고 거기서 안락을 구하려던 모든 노력이 그렇게 잘 통하지 않았다는 것을 압니다. 퇴직무렵엔 오히려 세상의 부패함 속에 깊이 동조해서 바닥에까지 들어갔습니다. 큰 실패를 겪지 않았다면 아직 그 속에서 일희일비 하고 있었을지 모릅니다. 이제 몸은 세상에 있더라도 매일 신 의식의 보호와 복락만을 구하며 삽니다. 세상에 있더라도 세상 것이 되지 ..

단상 2020.02.23

탐진치의 극복

탐진치는 몸을 가진 한 사라지지 않을 것입니다. 미생물이나 병원균이 우리 몸에 있지만 면역력이 있는 한 문제되지 않는 원리와 비슷하지 싶습니다. 완전히 알아차리고 거기에 휘둘리지 않는 상태로 가는 게 수행공부입니다. 세상 사람 가운데 극소수만 이 공부에 공을 들이기 때문에 피차간에 수시로 마음을 다칩니다. 어제는 아내와 그럴 일이 있었지만 진심(嗔心)을 알아차리고 최단시간에 용하게도 인욕을 실천했습니다. 공부의 목표이자 이상은 에고의 대표이기도 한 탐진치를 없앰으로써 보살심(신 의식, 무조건적 사랑)이 내 존재를 지배하는 상태입니다. 거기에 이르면 타인에 대한 태도, 즉 대응방식이 달라집니다. 이미 사랑 자체인 신 의식이 충만하기 때문입니다. 참고로 명확히 파악하지 못했던 치심에 대해 적으려 합니다. 백..

단상 2020.02.22

생존 이상의 삶

병은 숨기지 말고 알려야 한다는 말이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습니다. 영화 기생충은 인류의 현재 병폐가 무엇인지 가감없이 보여줬고 세계 거의 모든 이들이, 아니 적어도 산업화와 세계화로 혜택과 피해를 누린 이들이 무릎을 칠 만큼 공감한다는 것을 입증했습니다. 봉감독이 한 말 중에 인상깊은 것은 세계가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고 한 것입니다. 6계단의 법칙은 수십억 인구라 하지만 6단계를 거치면 누구나 연결된다는 것인데 네트워크 이론에서 실험으로 입증한 바 있습니다. 제 생각엔 세계화로 피폐된 다중의 삶이나 코로나 바이러스 현상이나 우리의 답과 결단을 촉구하는 현상입니다. 지금대로 살래? 아니면 전면적인 변화를 택할래? 하는 것이 그것입니다. 이 두 현상은 거대 국가 수반들이나 세계적 석학이나 심지어 투자가들도..

단상 2020.02.21

하화중생의 공부

며칠 동안 쓴 글에서 세계 변혁의 수단으로서 염두에 둔 것은 스피노자가 거론한 다중의 각성과 연대입니다. 이 점은 탄허스님이 수소폭탄을 이기는 게 민중의 맨주먹이라는 '토극수'의 해석에도 부합합니다. 다중의 연대를 최종적이다시피한 사례로 보여준 것이 우리의 2016년 촛불입니다. 세계화 병폐의 진단은 기생충으로, 해법은 2016년 촛불로 보여줬으니 이래저래 대한민국이 동방의 등불에 그치는 게 아니라 세계의 빛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마침 일본쪽에서 들리는 뉴스가 기생충 관람이 1등을 하고 그들 국회에서 촛불혁명 책의 출간기념회를 한다 합니다. 다중의 각성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리프먼이 지적한 '조작된 동의(manufactured consent)'를 모두가 잡아내야 한다는 것입니다. 경제학이 만들어낸 ..

단상 2020.02.20

위기의 해법으로서 수행공부

부끄러운 고백이지만 경제학을 전공했는데 아담 스미스는 원서를 모셔놓고 읽지도 않다가 언제 버렸는지도 모릅니다. 그의 생각은 간접적으로 경제원론 등을 통해서 접했을 뿐입니다. 하지만 다음과 같은 말을 했다는 것은 촘스키 님을 통해 알았습니다. "중상주의와 식민주의가 상인과 제조업자, 그리고 정책입안자에게는 무척 유리하지만 영국민에게는 해롭다"는 것입니다. 오늘날 신자유주의를 핵심 내용으로 하는 미국의 제국주의 정책은 전세계를 관통하며 말기증상을 보이고 있으니 극심한 빈부격차와 환경파괴가 그것입니다. 스미스가 지적한 상인과 제조업자는 오늘날 금융자본가와 소위 투자자들일 것이고, 정책입안자로 지적된 그룹은 테크노크라트와 정치가들로 보면 될 것입니다. 대통령을 하면서 이들의 적나라한 모습을 관찰한 토머스 제퍼슨..

단상 2020.02.19

영성과 문화의 혁신

현대 세계의 위기 진단과 처방에 있어서 환경쪽에서 제시하는 답과 정치경제학쪽에서 제시하는 답이 꽤 수렴하는 걸로 파악됩니다. 환경쪽의 진단 둘을 소개합니다. 먼저 최근 코로나 바이러스 전파의 원인을 급격한 산업화로 진단하는 수의학자 글입니다. 1) 산업화 과정에서 오염물질을 끊임없이 배출하고, 개발이라는 미명 아래 자연으로 쳐들어가고, 그런 파괴와 기후환경 변화 속에 박쥐가 살 수 있는 터전은 파괴됐습니다. 동물과 숲 속에서 과일, 곤충을 먹고 살던 박쥐는 서식지를 잃었고, 사람의 생활터전으로 몰려들었습니다. 우리의 과욕이 부른 생태계 파괴와 공장식 사육은 우리가 접하지 않았던 새로운 전염병을 불러들였습니다. [한세현] https://n.news.naver.com/article/055/0000793098..

단상 2020.02.18

에고 극복의 긴박성

영화 '도라도라도라'의 한 장면을 우연히 보았는데 진주만 기습 전에 어떤 일본군 장성이 말합니다. 정확한 말을 잊었고 대체로 '미국, 저 놈들이 헬렐레한 것 같아도 깨어나 단합하면 무섭다'는 취지입니다. 다시 말하면 민주주의에서 시민의 각성이 결국 역사를 끌어가는 동력이라는 것입니다. '아메리카 제국의 민낯(The Face of Imperialism)'의 저자 마이클 파렌티도 베트남 전쟁을 반성한 미국이 그 수렁에서 성공적으로 빠져나온 것을, 제국주의 병통의 치유를 위한 희망적 징조로 봅니다. 인간 의식이 2천 년간 진화해서 꽃을 피운 시스템으로서 민주주의는 시행착오를 하며 진보해갑니다. 결국 세계 문제의 해결은 세계 경제사회의 엔진이라 할 수 있는 미국이 변하는 길이 가장 빠른 길이지 싶습니다. 그런데..

단상 2020.02.16

제사의 의미

우연히 BBC 특선 다큐 제의(ritual, 祭儀)를 보았습니다. 수백만에서 수천만까지 사람들이 모이는 축제 겸 제의를 취재했더군요. 인원수 순서로 보면 힌두교, 이슬람, 천주교의 제의와, 중남미를 비롯해서 일본과 유럽의 마을 축제 등이 있었습니다. 탈종교적인 것으로는 라스베가스 사막에서 몇주 동안 성전을 지었다가 불태워버리는 축제도 있었습니다. 저 다큐를 근거로 제가 유추한 바에 따르면 그 많은 사람들이 한 가지 소망에서 모이는 것인데 그것은 개인보다 위대한 초월적 존재와의 일치를 추구하면서 자신의 진정한 정체성을 발견하고 동시에 치유를 받고 고통에서 벗어날 뿐 아니라 결과적으로 평안과 복락을 누리고자 하는 것입니다. 일부 제의가 불을 숭상하면서 밝아짐에 대한 열망을 표현하는 것도 보았습니다. 고대의 ..

단상 2020.02.13

교만 또는 어리석음과 그 처방

불가에서 삼독이란 에고를 이루는 탐욕(desire), 성냄(anger), 어리석음입니다. 꽤 노력해서 앞 둘은 그것이 일어나는 것을 알고 다스리는 것이 조금씩 되는 것 같습니다. 어리석음이란 치심(痴心)의 번역인데 탐심과 진심처럼 명쾌하게 들어오질 않습니다. 제 경우 돌아보면 제법 안다고 생각하고 올바르다고 생각함으로써 자기 세계에 갇혀 있었을 뿐 아니라 그 때문에 교만해보이고 고집스러운 데다 자주 판단을 그르쳐 잘 속았던 일들이 여기에 들어간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호킨스 의식지도에 따르면 행복지수 55%인 200 아래에 있는 탐욕이 125, 성냄이 150이고 그 다음에 있는 게 교만으로 175입니다. 그래서 어리석음이라 칭하는 치심은 교만(pride)의 소치가 아닐까 여겨집니다. 교만을 이기는 길은 ..

단상 2020.02.12

의식 변화와 돈

'신과 나누는 우정'은 '신과 나눈 이야기(이하 신나이)' 시리즈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부를 쌓은 저자의 자서전적 이야기입니다. 첫머리를 잘 읽어보면 결국 우리 인간이 신이라는 진리를 깨달은 저자가 자신의 생각을 바꿈으로써 성공과 돈은 저절로 따라왔음을 말하고 있습니다. 저자는 자살을 생각할 만큼 바닥 체험을 처절하게 하면서 신에 대한 하소연을 하는 과정에서 책 세 권을 냈고 제가 볼 때 책을 쓰는 과정은 바로 저자의 의식이 바뀌는 과정이었습니다. 나름 치열하게 살면서 읽고 체험한 것, 부모에게 물려받은 것, 사람들을 만나면서 배운 것 등등을 기초로 가장 근원적인 질문을 던지고 내면에서 솟구치는 답을 적은 것이 신나이 씨리즈입니다. 그것은 신의 이야기이기도 하고 저자의 내면에서 나온 소리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