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에고 극복의 긴박성

목운 2020. 2. 16. 09:27

영화 '도라도라도라'의 한 장면을 우연히 보았는데 진주만 기습 전에 어떤 일본군 장성이 말합니다. 정확한 말을 잊었고 대체로 '미국, 저 놈들이 헬렐레한 것 같아도 깨어나 단합하면 무섭다'는 취지입니다. 다시 말하면 민주주의에서 시민의 각성이 결국 역사를 끌어가는 동력이라는 것입니다.

'아메리카 제국의 민낯(The Face of Imperialism)'의 저자 마이클 파렌티도 베트남 전쟁을 반성한 미국이 그 수렁에서 성공적으로 빠져나온 것을, 제국주의 병통의 치유를 위한 희망적 징조로 봅니다. 인간 의식이 2천 년간 진화해서 꽃을 피운 시스템으로서 민주주의는 시행착오를 하며 진보해갑니다. 결국 세계 문제의 해결은 세계 경제사회의 엔진이라 할 수 있는 미국이 변하는 길이 가장 빠른 길이지 싶습니다.

그런데 저들이 세계 문제의 핵심을 건드린 영화 기생충을 택했을 뿐 아니라 사회민주주의적 정책을 내세운 샌더스를 택할 기미를 보이기에 참으로 다행이란 생각이 듭니다. 기생충이 환부를 드러낸 역작이라면 마이클 파렌티의 책은 병의 원인을 진단하고 있습니다. 즉 미국이라는 제국이 '자유 시장'과 '세계화' 깃발 아래 대자본의 이익에 복무하기 위해 쌍둥이 적자를 아랑곳하지 않고 어마어마한 국방비를 낭비함으로써 자국민은 물론 여타 국민들을 제3세계로 만들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저 제국주의 정책을 세우고 실현해가는 자들은 결코 민주주의자가 아니고 제국이나 왕국의 귀족과 같은 의식을 가진 자들이라는 것입니다. 이 점은 경제학의 태두 아담 스미스와 미국 3대 대통령 토머스 제퍼슨이 똑같이 경고한 바 있습니다. 자기들 태생이 고귀하기에 나라를 독선적으로 이끌고 가는 특별한 존재들이라는 자의식을 가진 자들입니다. 그런 자들은 고금동서를 막론하고 있는데 그들은 동시에 인간 에고에 깃든 이기심과 탐욕, 그리고 무정함(apathy)의 화신이라 할 만합니다.

결론을 서두르자면 저들을 끌어내고 평화와 공존, 비무장과 기후위기 해결, 빈부격차 해소의 길을 가기 위해서는 결국 미국의 유권자들이 우선 깨어나 귀족 의식을 가진 자들을 끌어내고 미국의 대내외 정책을 전면적으로 바꾸는 데 있다고 봅니다. 동시에 생태학적 차원에서 지구 위기 해결을 위해 30년 동안 연구해온 구스타프 스페스라는 학자의 결론대로 인간 에고 극복이 대대적으로 이뤄지도록 인간 정신과 문화의 전세계적 변혁을 꾸준히 추진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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