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386

금강경, 삼위일체, 부활

색이 공이다 함은 우리가 인식하는 모든 대상이 실재가 아니라는 말이다. 금강경에서 일체 유위법이 몽환포영노전이라고 한 말씀과 정확히 같다고 본다.동시에 '나'라는 것도 소리나 빛처럼 명멸할 뿐 홀로그램과 같다. 그러니 내가 세상에 나오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면 진리에 가깝다고 한다. 잠시 개체 의식을 취한 전체요 하나요 한 마음뿐이다. 우리는 아버지 의식인데 잠시 아들 의식으로 존재하는 것이다. 성부와 성자가 하나라는 삼위일체론도 같은 진리다.아들 의식이 죽어 아버지 의식으로 태어나는 것을 기독교는 가장 중요한 일로 보아서 부활을 그렇게 열심히 기념한다고 본다. 천주교도였던 마이스터 에크하르트는 내가 없어진 만큼 신이 되어 비로소 제대로 된 삶을 살 것이라고 했다. 이것이 부활의 상징적 의미에 더 가깝지..

단상 04:45:25

자비를 베푼다는 거짓말

기독교의 사랑이 거의 모두 세속화한 관념으로 받아들여지고 전파되어 본래 뜻에서 멀어졌듯이 불교의 자비도 매우 불투명하게 알았었다. 황벽 선사에 따르면 자비란 마음 씀과 관계 없기 때문에 대자비라 하며 자(慈)란 성불과 관계 없고 비(悲)도 중생구제와 관계 없다고 한다. 요컨대 견성하여 연기에 따라 묻는 말에 답이나 하고 먹을 것 달라는 자에게 먹을 것을 줄 뿐이다. 기독교의 사랑도 마찬가지다. 제일 계명에 따라 신인합일하는 것이 거듭남(부활)이고 거듭난 상태에서 주변의 요청에 따라 이러저러한 세상사를 해나갈 뿐이다. 내심에는 돈과 권력 또는 지위 상승을 가장 중하게 여기면서 남을 돕느니 세상을 구제하느니 하는 것을 내세워 하는 짓들은 모두 길을 잘못 든 것이다. 억강부약을 위해 법대나 의대를 가야 한다는..

단상 2025.07.05

상투와 문화력, 그리고 세계 평화

미국의 고급문화가 우리나라에 들어와 이제 우리 것이 됐다. 고급문화라 하면 링컨이 보여준 민주주의 같은 것이다. 하지만 처음엔 미군부대에서 연주되던 대중 음악이 먼저 왔다.마찬가지로 우리 대중 음악이 세계를 휩쓸었고 시간이 지나면 홍산 문화의 핵인 홍익인간과 천손사상이 지구를 덮을 것이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라는 만화영화에 우리 민화와 상투가 등장하는 걸 보니 그렇다.상투는 상두(上斗)가 변한 말로 북두칠성을 향한다는 것을 몸으로 표현하고 그것이 수천년 관행으로 구현된 것이었다. 민족문화 대백과사전에 따르면 북두칠성은 '하늘의 목구멍과 혀(天之喉舌)에 해당하며 하늘의 상징이고 나아가 천체 기상을 관장하는 신'으로 생각되었다고 한다.요컨대 우리나라는 천손사상을 하루도 잊지 않고 하늘과 하나 되어 사는 것을..

단상 2025.07.04

무명과 의식

어제 적은 것은 깨달음에 대해 그 동안 접한 문헌과 청혜선원 법문, 그리고 30여 년 출석했던 천주교에서 배운 것 등을 종합한 것입니다. 야훼를 무명과 같다고 한 것은 유태인인 에리히 프롬의 논설에서 배운 것입니다. 그렇게 본다면 천주교 성직자였던 마이스터 에크하르트의 사상과 선불교가 비슷하다고 본 학자들과 같은 입장입니다. 실상 제대로 된 종교라면 절대자를 밖에 있는 초능력자로 보고 거기에 절하게 하지 않습니다. 참된 영성의 길은 도저히 인간의 인식으로는 알 수도 없고 찾을 수도 없는, 그래서 이름 붙일 수 없는 신비에 도달하려는 길입니다. 그래서 육조 혜능선사가 법통을 이을 제자를 고를 때 나지도 죽지도 않는 그것(一物)이 무엇이냐고 물었습니다. 그랬더니 신회는 '그것은 모든 부처의 근본이고 제 불성..

단상 2025.06.25

분별망상과 불이문

사필귀정이란 명제가 진실이란 것은, 나와는 관계 없이 우주 법칙이 되어야 하는 바대로 되어진다는 뜻이리라. 내 올바름에 집착해서 올바르지 못하게 보이는 이들보다 내가 낫고 그래서 내가 승리해야 한다는 데 이르는 것은 분별망상의 소치다.불이문에 입문한 자라면 모든 판단에서 벗어나야 할지니 그것은 판단이란 게 근본적으로 이분법을 취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스도가 도대체 아무런 심판을 하지 말라고 하신 것은 곧 불이문에 들어가라는 선사(禅師)들 가르침과 같은 것이라 본다.매번 선거에서 내가 옳고 따라서 내가 이겨야 한다는 의식 때문에 이기면 들뜨고 지면 실망해서 시사 뉴스와 단절하곤 했다. 이번 선거에서는 여러 지인과 절교하다시피 했다. 그저 분별망상이 아직 떨어지지 않았으니 갈 길이 멀다는 얘기다.

단상 2025.06.06

선거 승리와 내 마음가짐

당선자의 여의도 메시지를 듣고 나니 오늘 출근해서 가져야 할 마음 자세가 그려집니다. 당선자의 말대로 정치하는 이들은 서로 대결하고 경쟁하다가 등지기도 하지만 공화국 주인인 우리는 공동 생산을 위해, 또는 외세의 침략에 대비해 하나가 되어야 합니다.제 경우 함께 일하는 사람들이 6~7십대여서 거의 반대편 정당을 지지하기에 출근 전부터 그들을 무시하거나 경멸하는 마음이 없어야 하겠습니다. 계엄 사태를 겪으며 십여 명에 이르는 동문 및 지인과 결별하기도 했지만 이제라도 그들에 대해 자비심과 연민을 가지겠다고 결심합니다.투표 결과를 봐도 사람들 마음은 아주 조금씩밖에 변하지 않습니다. 그들의 마음을 바꾸는 일은 결코 내 몫의 일이 아닙니다. 오히려 척을 지거나 심지어 원수가 된 사이라도 사랑하라고 가르치신 ..

단상 2025.06.04

무아와 아집

불이(不二) 법문을 들으며 무아(無我) 상태를 짐작해 본다. 무아란 나라는 생각 또는 내가 있다는 생각이 없는 상태라 한다. 그러기 위해 이분법적 시비분별과 모든 망상이 딱 멈춰야 한다고 배운다.내 체험으로 추론컨대는 금연 체험이 도움이 되는 것 같다. 내 경우 담배를 끊었는지 아닌지를 완전히 잊었을 때 금연에 성공했다. 금연했다는 생각이 떠나지 않는 한 금연에 실패했다. 그러니 내가 있다, 없다 하는 생각이 없으면 무아 상태가 아닐까? 돌아보면 유아기부터 상당 기간 동안 내가 있다는 생각을 못한 것 같다. 심지어 자전거에 치인 상처가 있음에도 그때의 나에 대한 기억이 1도 없다.오늘 법문에서는 '공부가 좀 되는 것 같다'라든가, '심간이 편하니 공부가 되는가 보다' 등등의 생각마저 없어야 진짜 공부하고..

단상 2025.05.15

이번 선거의 의미

어제와 오늘 한 여론조사 전문가의 진단과 러시아 언론의 한국 선거 보도를 접했다. 두 의견 모두 내 생각과 비슷했다. 이번 선거는 저쪽 당이 처음부터 정상적인 보수당이 아니었던 사실을 확인하는 과정일 뿐이다.인간현상도 자연현상의 하나일 뿐이기에 선업이든 악업이든 열매가 무르익으면 떨어지게 마련이다. 1919년 임시정부가 공화정을 시작한 이래 약 30년 외세의 직접 지배와 약 40년 군부를 통한 외세의 간접 지배를 거쳐 87년 자주독립의 민주정을 시작했다.정부 시작 후 약 70년 되는 1990년 지배 그룹은 민주화 세력 일부를 흡수하여 보수를 참칭했으나 본질은 수구, 반민족, 반민주, 지역차별 등을 존립 기반으로 했다. 요컨대 저들은 거짓 보수 세력이었다.97년 김대중의 평화적 정권교체 이후 3승 3패 -..

단상 2025.05.14

신비 체험

신비주의는 '나'라고 할 것이 사라져 인간이 신성 또는 불성과 하나가 된 체험에 관한 것이며 동양이나 서양 불문하고 거의 모든 종교에서 발견된다.그런 경지는 말로 할 수 없다는 게 정설이지만 그것을 체험한 신비가들의 글을 보면 공통점이 많다. 남녀간 로맨스에 대한 예술적 표현이 신비 체험을 닮아 있다는 점에 착안하여 이곳에 계속 소개하고 있다.오늘은 로마 교회 소속의 아빌라의 데레사 성인의 글이다."저는 이미 당신 것으로 태어났습니다. 당신께서 저를 만드시고, 용납하시고, 구원하셨습니다. 제가 당신께 돌아가기를 기다리셨고, 저를 당신의 소유라고 부르셨습니다. 하지만 이 가련한 제가 당신께 무엇을 드릴 수 있겠습니까? 당신께서는 사랑의 눈으로 저를 보시고 당신의 목적에 맞게 저를 빚어 주셔서, 마음과 몸과..

단상 2025.05.11

신비가와 로맨스

계속해서 신비가들의 사랑 고백을 옮깁니다. 이들이 체험한 경지가 진정한 로맨스의 원류라고 저는 봅니다."내 몸과 마음이 원하는 것은 오직 내 사랑 당신뿐입니다. 그밖에 아무것도 없습니다. 내 성공, 실패, 그리고 내 삶까지 당신은 내 전부입니다. 당신 없이는 아무것도 의미가 없습니다. 당신이 나를 요구하셨을 때, 나는 당신께 나를 맡겼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아, 그러니 당신이 원하는 대로 해 주세요. 나는 당신 것입니다. 내 마음속에 숨어 계신 당신을 발견했고, 그 덕분에 나는 환상의 바다에 빠지지 않았습니다. (힌두교 성자 마하리쉬)""친구여, 내 모든 여정 동안 당신은 내게 먹을 것을 주었습니다. 당신은 내 동반자이자, 숨결이자, 희망입니다. 내 기쁨입니다. 내 갈증을 채워주고, 길의 끝까지 함께 걸어..

단상 2025.05.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