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323

송명이학과 효

저는 송명이학, 즉 성리학이 수행체계라고 보고 책으로 정리하기도 했습니다. 물론 이 블로그에 수시로 그런 생각을 표현했습니다. 서양철학도 마이스터 에크하르트를 소개하면서 사실상 수행체계로 볼 수 있다고 주장한 셈입니다. 결국 인간 심리에 여러 층이 있고 동물적 이기심에 기반하여 구축한 바깥 질서가 오늘날의 민주정과 시장경제인 반면 심령이나 잠재의식, 혹은 보다 깊은 자아에 기반하여 구축한 학문이 철학이나 종교, 아니면 영성인데 이들은 결국 인간의 궁극적 자유나 행복을 추구하려는 노력의 결실입니다. 오늘 논하고 싶은 것은 송명이학에서는 우리 존재를 육신으로만 보고 우리 존재의 근원이 부모이기 때문에 그들이 효에서 요구하는 것을 오늘날의 기준으로 보면 거의 절대자에게 대한 것과 같다고 보입니다. 율곡 선생의..

단상 2024.02.22

유아의 마음과 깨달음의 요체

선현들은 모두가 깨달아서 이승에서부터 천국과 같은 삶을 살도록 깨달음의 요체를 아주 쉽게 말씀해 놓으셨습니다. 오늘 명상중에 제 유아 시절에 대한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요컨대 그때는 나라는 생각도 없었고 따라서 내가 무엇을 했다고 기억하는 게 하나도 없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아마도 어른들이 신문지를 보여주며 읽는 방법을 가르쳤고 금방 뜻도 모르고 문자를 줄줄 읽었던 모양입니다. 흔히들 육아를 하시며 경험하셨듯이 어머니는 신동이 태어났다고 확신하셨던 것 같습니다. 저는 5학년때 과외공부를 다니던 풍경과 사설 과외 집의 풍경만 어렴풋이 떠오릅니다. 공부 내용은 하나도 생각나지 않지만 1년 선배와 간첩을 신고해야 한다며 동네를 돌아다닌 기억도 역시 어렴풋이 마치 꿈처럼 스칩니다. 그보다 훨씬 어렸을 때는 정말..

단상 2024.02.17

동서양의 딜레마, 이기심의 극복

일상 쓰는 말에서도 이기심은 피해야 할 무엇으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누군가를 비난할 때 '저이는 이기적이야!'라고 하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때때로 경멸하는 유학, 정확히는 성리학 또는 송명이학은 먼저 이기심을 끊고 인(仁)을 수련해야 한다는 대전제를 가지고 있습니다. 참고로 율곡 선생 지은 격몽요결에서 한 구절 가져옵니다. 常以溫恭慈愛, 惠人濟物爲心이니 若其侵人害物之事는 則一毫不可留於心曲이니라 凡人이 欲利於己인댄 必至侵害人物이라 故로 學者先絶利心然後에 可以學仁矣리라. 논어가 첫머리에서 지향코자 하는 학이란 인을 학하는 것이고 그 학의 전제가 이기심을 버리는 데 있다는 것을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인의 삶이란 온공자애로써 사람에게 베풀고 사물을 구제하는 마음이라는 것도 밝히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기..

단상 2024.02.13

법륜 스님의 깨달음론과 새해 결심

깨달음을 핵심 주제로 삼고 이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지난 10여년 체험과 독서를 기초로 책까지 냈습니다. 용띠해 여행을 다녀오면서 했던 한 가지 큰 소망이자 결심은 3년 안에 한 소식 해서 더 근본적으로 삶을 혁신하겠다는 것입니다. 즉 생사문제를 완전히 해결하겠다는 것입니다. 김연수 선생 강의를 자주 들으면서 그동안 열망이 조금 부족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아침에 우연히 들은 법륜 스님 말씀은, 우리가 짐작하는 대로 사람마다 근기와 열망에 따라 깨달음이 좀더 근본적이고 일시적으로 올 수도 있지만 단계적으로 진보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열망이 크고 결단이 강하면 더 강한 깨달음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한편 스님은 깨달음을 절대화하거나 신비 내지 교조처럼 보는 것도 오류고 일상생활에 몰입..

단상 2024.02.12

놀라운 우리나라 그리고 제 꿈

호주전 축구 하이라이트 보고났는데 주말 새벽 배송된 우유를 들여다 놓으라는 아내의 말을 들으니 온갖 감회가 한꺼번에 떠오릅니다. 먼저 세계에서 이런 배송시스템을 가진 나라가 몇이나 될까 하는 것, 둘째 언젠가 월드컵 4강 되기 전에 유럽에서 활동하는 조수미가 축구 못하는 나라는 선진국 아니라고 했던 말이 떠올랐다는 것, 셋째는 뜬금 없을지 모르지만 폐쇄의 기치 아래 원폭 성에 갇혀 사는 북한 인민에 대해 연민이 커졌다는 것, 넷째 이 모든 것이 극성스러울 정도로 당대와 미래 생존을 위해 교육에 올인했던 내 부모 덕분이라는 생각 등입니다. 흥하려면 사방으로 길을 뚫고 망하려면 성을 쌓으라는 말이 있다고 들었는데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는 성인(聖人)이 되지 못한 중생들에게는 최적의 시스템입니다. 그 전제조건은 ..

단상 2024.02.03

끌어당김과 수행공부

깨달은 분으로 보고 제가 많이 참고하는 피올라 마음학교의 김연수 님 동영상 봤습니다. 그동안 대박을 바라는 마음과 공부의 관계에 대해 분명하지 않던 문제에 대한 답을 얻었습니다. 그분은 시크릿 또는 끌어당김의 법칙으로 큰 성취를 하려면 마음과 영혼 또는 우주의식이 합일된 경지, 달리 말하면 완전 몰입해서 실성한 수준이 되었을 것이며 그런 경지에 갔다면 무엇을 해도 성공할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합니다. 그러면서 정주영 님이 영국에서 조선소 설립을 위해 대출받은 얘기를 했습니다. 초고수의 영역과 달인의 영역이 있을 것이고 그밖에 자기계발서를 읽으며 전정긍긍하는 저처럼 보통 수준인 사람을 나누어 봐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기에 시크릿을 써서 부를 얻은 저자도 극심한 어려움을 겪고 다시 책을 낸 것..

단상 2024.02.01

언제 깨달을까

아마도 QUORA라는 사이트에서 본 것 같은데요 출처를 적는 게 습관이 안 되어~ 하지만 제가 공부하는 그리스도의 편지 노선과 잘 맞는 말씀 같아서 공유코자 합니다. "언제 깨달았는지 알게 되는가? 답은 깨달을 때 알게 된다입니다. 공부하는 동안 제대로 사는 법과 삶의 진실에 대한 이해가 향상되고 모든 측면이 개선된다. 공부 과정을, 삶과 자신의 향상을 위한 위대한 모험으로 보시라!"

단상 2024.01.31

삶과 죽음, 그리고 죽음을 극복하기

오늘은 마하리지 말씀을 옮기다가 그분이 사람들을 보통 사람과 인도말 'jnani(발음을 모릅니다만 깨달은 자를 뜻하는 것을 압니다)'로 나눈 것을 저는 중생과 보살로 옮겼습니다. 결국 인도 사상이 중국울 거쳐 진화한 것이 한국 불교입니다. 한편 오늘날 마하리쉬 님과 마하리지 님을 비롯한 인도의 스승들이 서양에 널리 전파되어 영미 영성가들 다수가 인도 영성을 따르고 있습니다. 그래서서 현대 서양 영성을 우리 불교로 잘 풀어내면 다른 케이 컬처처럼 케이 영성이나 케이 철학도 가능할 것이라고 느낍니다. 각설하고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크게 나누어보면 죽음에 대해서 거기에 직면해서 생각할 일로 치고 세상 일에만 몰두하면서 사는 사람과 어떤 계기로 죽음의 문제를 먼저 해결하고 살아가려는 사람으로 나눌 수 있는 ..

단상 2024.01.27

생각 중독과 가운데 길

아침에 '생각이 중독이며 마음의 평화를 깨는 원인이니 명상을 하자'는 동영상을 봤습니다. 이런 말을 들으면 바로 떠오르는 반박이 있습니다. 즉 생각을 하지 않으면 일상생활을 어떻게 하란 말인가 하는 것입니다. 샤워를 하다가 스승들이 이런 두 가지 입장에 대해 내린 처방이 소위 중도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 이 글을 씁니다. 한자말로 중도라고 하면 현학적인 느낌이 들어 또 낯설어지지 않나요? 우리말로 풀면 가운데 길인데 요컨대 중독이 되지 않도록 생각에만 빠져 있지 말고 때때로 생각을 끊고, 내면에 아무런 생각 없이 고요한 지경에 자주 들어가보란 말로 알아들을 수 있습니다. 실상 제가 소개한 이고 선생의 복성서도 생각을 끊으라는 지침서입니다. 요컨대 과거도 생각지 말고 미래도 생각지 말라는(불려불사) 가..

단상 2024.01.26

잘 되는 것과 잘 있는 것

아침에 아들과 대화할 일이 있어 말했는데요 "네가 잘 되는 게 엄마와 아빠의 행복이다"라고 했습니다. 부모 된 입장에 계신 분들은 마음에 와 닿지요? 동시에 어제 공부 모임에서 우리가 인사할 때 "잘 있는지?" 하고 안부를 나누곤 하지 않냐고 말한 게 생각났습니다. 사실은 우리가 학교를 다니고 사회 생활을 하면서 참으로 중요한 일이 이 두 가지 말에 담겨 있다고 보아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즉 우리 존재 상태가 좋아지고 있는지 하는 게 삶의 진정한 목표라는 겁니다. 다시 말하면 구체적으로 드러내는 모습은 달라도 존재 상태가 양호하면서도 진화하고 발전하는지가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우리 모두 인식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 근본 질문 혹은 과제에 대해 우리는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떻게 실천하는지 물어보면..

단상 2024.0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