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성서 29

중용과 불교

성리학의 기원은 척불에 있다. 척불의 선봉인 한유와 인척 관계였던 이고 선생은 독실한 불교도였지만 척불에는 뜻을 같이 했다. 하지만 방법론이 달랐다. 선생은 復性書를 지어 중용을 해설하면서 그 안에 불교를 집어 넣었다. 이점을 간과하면 중용은 난해한 것이 된다. 중용의 핵심이 '중'이고 그 뜻을 잘 이해할 수 있는 글을 가져온다.Ramana defines inquiry as holding the mind on the self, which means keeping your attention on the reflection of the self in a pure mind. [How to attain enlightenment에서 인용]여기서 inquiry는 self inquiry를 말하는데 진여에 마음을 잡아..

복성서 2025.03.22

성리학의 개창자

'삼프로티브이' 성리학 개론에서 도올의 중용 소개를 들었는데 핵심을 파악 못하고 마지막에 영화 서브스탠스를 소개하며 끝낸다. 결국 인간 본성의 두 측면이 무엇인지 묻고 거기에 대한 답을 가지고 중용을 읽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 왜 대승기신론을 읽어야 하는지 알아야 하는데 그러지 않은 것 같다. 불교 극복을 위한 노력 끝에 중용을 예기에서 끌어내 심화 학습한 결과가 성리학이고 그 다리를 놓은 이고 선생을 읽어야 하는데 도올이 그것을 간과한 것 같다. 대개의 유학자가 불교극복을 노력한 한유까지는 아는데 한유의 이면과 같은 이고 선생을 모르는 오류에 빠진다. 더 안 좋은 경우가 한유까지도 못 가고 주희에서 그치는 경우다. 학문에서도 '네임드'만 찾기 때문이다. 사서집주를 짓고 거기에 대학과 중용을 집어넣은 건..

복성서 2025.02.24

내려놓기 기법과 복성서

제가 처음 공부할 때 썼던 방편이 내려놓기(letting go)인데 그 요점은 부정적 감정을 놓아(끊어) 버리는 일을 3년 내외 하면 효과를 본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게 동아시아 문화에서 말하는 이치와 딱 맞다고 봅니다. 탄허스님 말씀을 인용합니다. "인간성, 불성, 신성을 구별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것은 어느 자리에서 쓰냐에 달려 있다. 성인은 그 모든 것이 성(性)의 마음자리에서 나온 것임을 알고 쓰기에 불성이니 신성이니 한다...성인은 성의 자리에 앉아서 쓰는 것이고 범부는 정(情)의 자리에 앉아서 쓰는 것이다." 성의 자리는 추구해서 얻어지는 게 아니라 정을 제거할 때 빛처럼 드러나는 것이라는 게 복성서의 말씀입니다. 그래서 일단 부정적 감정을 있는 대로 찾아서 없애 버리는 것인데 그것이 일상..

복성서 2020.09.25

불려불사와 지금 여기

'선의 황금시대' 소개할 때 거론했지만 복성서를 지은 이고 선생은 황벽 선사와 같은 시대를 사셨습니다. 거듭 말씀드리지만 복성서는 유불선의 핵심 영성을 통합해서 공부의 요점을 더 이상 잘 정리할 수 없다 싶게 전해주고 있습니다. 요점을 네 자로 말하라면 중편 첫머리에 나오는 불려불사(弗慮弗思)입니다. 우리 생각이란 것을 그저 지나가는 바람이나 구름처럼 무심하게 볼 수 있으면 에고가 생기지 않는다(弗慮弗思 情則不生)는 것입니다. 그런데 '전심법요'를 복습하다가 그 주석이 되고도 남을 말씀을 발견해서 글을 올리게 되었습니다. 일단 옮깁니다. "그저 마음을 쉬면 고요하게 된다는 것을 알고, 나아가 미래를 생각하거나 과거를 걱정할 필요가 없다(但知息心即休 更不用思前慮後)." 아주 간단히 말하면 우리 삶이란 과거..

복성서 2018.12.01

생각의 매력과 복성서

생각의 매력은 그것이 '내 것'이라고 생각하여 귀하게 여기고 거기에 찬탄하며 보존할 가치가 있는 특별한 것으로 보는 데서 비롯한 과장된 평가에서 나온다. 그런 마음이 지배하는 상태에서 벗어나려면 철저히 겸허한 자세와 배후에 숨겨진 동기를 버리려는 강한 의지가 필요하다. (나의 눈, 143쪽)-- '내 생각'이라고 착각하는 것에 우리의 애착과 미련이 있습니다. 복성서가 얘기하는 희로애락애오욕, 즉 정(情)이 모두 여기에서 나옵니다. 통틀어서 현대어로 에고라고 부릅니다. 에고가 참나, 즉 복성서 용어로 성(性)이 발현하는 것을 막기 때문에 불려불사(弗慮弗思)를 해법으로 제시하는 것인데 이 점은 바로 대승기신론의 노선과 일치합니다. 우리는 에고가 실체라고 믿어 그것을 버리기 꺼립니다. 그러나 그것이 실체가 아..

복성서 2018.08.30

정허동직(靜虛動直)과 중화(中和)

주돈이의 통서(通書)는 주희와 이고를 연결하는 고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즉 주희는 주돈이에 대해 평하길 "선생(周惇頤)의 학문은 그 오묘함이『태극도설』하나에 구비되어 있으니, 『통서』에서 말한 것도 모두 이 『태극도설』의 내용이다."라 하는 등 주돈이를 극찬하면서 태극도설을 해설 발전시켰습니다. 한편 김용남 님은 주돈이가 이고의 사상을 이어받았으며 통서의 많은 부분이 복성서의 내용과 일치하거나 흡사하다고 합니다(이고, 성리학의 개창자, 159쪽). 이고를 성리학의 개창자로 보는 것이 중요한 이유는 이 분이 불교와 유교의 핵심을 통합적으로 실천하여 스스로 사표가 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각설하고 오늘은 주돈이가 지은 통서의 한 구절을 묵상하고자 합니다. 『"노력해서 상근기가 될 수 있는가?" "그렇다." ..

복성서 2018.08.25

명상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

복성서를 통해서 유교와 불교 그리고 기독교가 하나로 꿰어진다는 것을 깨달았는데 탄허록과 금장태 님의 동양고전 입문서 '비움과 밝음'을 통해서 그것을 더더욱 확인하였습니다. 함께 보겠습니다."성품(性)이 내 마음(心) 속에 있다는 점에서는 분명 내 성품(人性)이지만, 동시에 하늘에서 온 것이라는 점에서는 하늘의 성품(天性)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내 속에 있는 마음과 내 위에 나를 넘어서 존재하는 하늘이 상하로 마주보고 있는 것이요, 이 둘을 연결시켜주는 통로가 되는 것이 바로 성품이다. 길이 끊어졌으면 건너갈 수가 없으니 그 길을 잘 찾아내어야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다. (비움과 밝음, 76쪽)"이 해설은 맹자 진심상을 소개하면서 붙인 것입니다. 진심상에는 마음을 철저히 파면 성품(불가의 진여로 보면 좋습..

복성서 2018.08.24

성(性) 자리, 정(情) 자리

성인은 모든 것이 성(性)의 마음자리에서 나온 것임을 알고 쓰기에 불성이니 신성이니 한다. 반면 범부는 모든 현상적 존재가 성의 자리에서 나온 것임을 모르고 쓰기에 인간성이라 한다. 이 둘의 차이점은 성인은 성의 자리에 앉아서 쓰는 것이고 범부는 정(情)의 자리에 앉아서 쓰는 데 있다(탄허록 115쪽). -- 호킨스 요약집이라 할 수 있는 'Dissolving the Ego, Realizing the Self'를 번역하다가 이 제목이 멸정복성(滅情復性)을 얘기한 이고 선생의 복성서와 같네 하는 지점에서 어떻게든 복성서를 번역하자고, 부족한 소양으로 1년 가까이 씨름했습니다. 다행히 중국어 해설이 있어 번역을 마치고 나니 김용남이란 분이 복성서에 대한 박사논문을 두 권의 책으로 낸 것을 알았습니다. 위 두..

복성서 2018.08.19

성(性)과 정(情)

오늘은 탄허스님 말씀 공유해보겠습니다. "마음(心)은 성(性)과 정(情)을 합한 명사다. 성이란 나의 한 생각이 일어나기 전, 즉 우주가 미분(未分)되기 전 상태를 말한다. 우리의 한 생각이 일어나기 전이나 몸이 나기 전이나 우주가 생기기 전이나 모두 똑같다. 우리가 흔히 마음의 본체인 성에 대해서 논하면서 중생이나 부처, 성인이나 범부가 모두 똑같다고 하는 것은 일체를 성의 자리에서 보았을 때를 말하는 것이지 무조건 똑같다는 의미가 아니다... 성은 칠정이 일어나기 전의 면목이며 언어나 문자로 표현할 수 없는 자리다. (탄허록 180~181)" 제 생각에 이것만 확실히 구분할 줄 안다면 유교와 불교를 이해하는 중요한 기초 가운데 하나를 얻었다고 봅니다. 제가 복성서를 번역하면서 성을 '참나'로 정을 '..

복성서 2018.04.08

복성서에 대하여

※다음은 현대불교뉴스 "심성론의 불유(佛儒) 회통론과 거사들(2008. 9. 23.)" 내용을 발췌 요약한 것입니다. 심성론에 있어 불교와 유가 사상을 결합시킨 양숙(梁肅) 거사의 ‘복성명정론(復性明靜論)’을 계승해 보다 발전시킨 사람은 이고 거사이다. 이고(772~841) 거사는 를 지어 유명하다. 이고 거사는 자(字)가 습지(習之)이며, 롱서(현재 甘肅省 渭源)사람이다. 거사는 학생시절인 정원(貞元) 9년(793) 9월 주부(州附)에서 공거인사(貢擧人事, 지방에서 우수한 인재를 선발하는 행사)를 시행할 때 양숙 거사와 첫 대면을 했다. 양숙 거사는 이고에 대해 ‘서로 통하는 도가 있다’고 평가해 가르침을 주지만, 아쉽게도 그해 11월 병을 얻어 세상을 떠나고 만다. 그러나 2~3개월 짧은 기간 동안 ..

복성서 2017.1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