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4 10

禅과 신비주의

며칠 전 부모 미생전에 나는 있었는지 하는, 선가의 화두를 SNS에 적었다. 의문을 가지는 게 공부에 도움이 된다는 게 선가의 가르침이기도 하다.전심법요 법문을 들으면서 그 의문에 대한 답을 알 것도 같다. 황벽 선사께서는 임종때를 거론하며 우리 본성은, 날 때 생기지도 않고 죽을 때 사라지지도 않는다고 하신다.그것은 '이름도 모양도 없는 텅빔(空)이며 주객이 없다(湛然圓寂 心境一如)'고 하신다. 그러니 세상 살이에 익숙한 보통 사람으로는 감을 잡을 수 없다.그리하여 타협책으로 나온 게 성전 혹은 사원을 지어 거기에 상(相)이 있는 것들을 만들어 놓고 섬긴다. 이미 썼듯 야훼란 '이름 없음'이란 말이다. 신비주의란 알 수 없는 그 신비를 깨쳐 인생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이다. 그답이 바로 깨달음, 즉 ..

단상 2025.04.22

얀테의 법칙

우연히 얀테의 법칙이라는 걸 접했다. 북유럽의 정신세계를 이해하기 좋은 단서다. 북유럽은 한때 자살률 높기로 유명했고 요즘은 높은 소득을 누리는 사회주의적 국가들이라는 인식이 있다. 복지가 잘 된 국가들이라고 안다.나도 빈곤선과 복지문제를 주제로 한 학부 졸업논문에서 뮈르달이라는 스웨덴 경제학자를 다룬 적 있다. 내 식으로 간단히 이해하면 자신을 특별하게 생각하지 말라는 얀테의 법칙 1조가 그 정신을 잘 보여주는 것 같다. 요컨대 얀테의 법칙은 매우 선적(禅的)이라고 생각한다. 자신을 여러 생명현상 가운데 하나라고, 아무런 가치판단이나 분별 없이 본다는 것은 (잘못하면 자살에 이를 수도 있는) '나 하나 세상에 없다'고 생각하라는 선가의 가르침과도 통한다. 생명이란 우주적 가치와 의미가 있기도 하지만..

단상 2025.04.21

선가귀감 첫머리에 나오는 '나지도 죽지도 않는 한 물건'에 대해 혜능 선사는 두 제자, 신회와 회양에게 똑같이 묻는다.신회는 '모든 부처의 근본이자 자신의 불성'이라 답한다. 하지만 이 답은 알음알이에서 나오는 답이라 '너는 그냥 강의하는 중은 되겠다'고 합니다. 깨달음 이전의 경허에 해당한다.회양은 답을 못하다가 8년만에 말씀드리길 '거기에 이름을 붙이면 어긋납니다'고 답하고 비로소 혜능의 적통을 물려받는다. 깨달음 이후의 경허에 해당한다.이미 다루었지만 선불교는 이름붙일 수 없는 그것과 하나가 되는 걸 목표삼는다. 기독교의 신비적 합일, 즉 신과 하나되기에 다름 아니다. 그러기 위해 모든 착각과 분별 및 비진리를 배척한다. 그래서 불이문이다. 이것은 신의 이름을 야훼라 한 기독교 전통과 같다. 왜냐하..

전심법요 입문 2025.04.19

결심

참말로 내 합리적인 기대수명이 15년 안팎이고 길어야 20년쯤일텐데 이제 남은 가장 중요한 원은 마음의 완전한 자유다. 자유자재하여 가족을 설득하여 곡기를 끊고 갈 수 있을 정도로 공부가 되면 좋겠다. 마지막 의지처로 정통 선불교를 실천하는 선원을 만났으니 다행이다. 이 선원을 만난 것은 유혹에 빠져 큰 곤란을 겪고 몇달 동안 간절히 외친 결과다. 마침 1세기 이상 검증된 황벽 선사의 교재 전심법요로 법문을 하기에 더 이상 증거도 필요 없다.호킨스 박사 의식 측정에 의하면 황벽 선사는 950대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 공부에 내 운명이 달려 있다고 생각한다. 머리에 불이 붙은 듯 다급한 마음으로 전념코자 한다. 신성 쪽에서 하시는 일이기 때문에 완전히 내맡기는 일이 필요하다.

단상 2025.04.12

성탄의 의미

'매일이 크리스마스다'라고 외칠 때 걱정근심과 이별하고 기쁨만 있을 것이라는 의미가 있지요. 그것은 내 안에 그리스도가 탄생했기 때문입니다. 내 안에 그리스도가 탄생했다는 것은 이승을 살되 신의 아들로서 산다는 것입니다. 마침 부처님 오신 날의 의미에 대해 청혜스님이 쓴 글(붙임 참조)을 만났기에 가져옵니다.내 삶에 그리스도가 탄생하거나 부처님이 탄생하거나 효과는 같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다만 그 완전한 탄생을 위해서는 분별망상으로 된 사고구조와 관점이 바뀌어야 한다고 봅니다. 마치 2찍으로 살던 사람이 이재명밖에 없다고 할 정도로 관점이 완전히 거꾸로 되어야 할 것입니다. 그러한 대전환은 근기에 따라 일순간에 되는 사람이 있다면 평생 걸리는 사람도 있을 겁니다.(붙임)부처님 오신 날의 의미는 무엇일까요..

단상 2025.04.11

견성

1. 에고로써 에고를 닦아 최선의 인간이 된다는 것은 길을 잘못 드는 것이다. 견성으로 한번 돌파함으로써 출발 테이프를 끊고 가는 게 정석이다.2. 공부가 잘 된다거나 집착을 끊었다거나 하는 생각이 드는 한 길을 잘못 드는 것이다. 진짜로 담배를 끊었을 때 담배를 끊었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는다.3. 알려고 하기보다 궁금해 하라. 깨닫는 노하우를 안다고 해서 또는 깨달음을 이해한다고 해서 견성하는 게 아니다. 그냥 분별망상에서 나오고 생각을 쉬어라. 4. 이 공부는 죽기 전에 죽어 나, 즉 아상이 없어지는 공부다. 나라는 것이 없으면 바로 천국이다. 물론 제대로 한 번 죽는 체험에 의지하여 끝까지 진보하는 일이다. 5. 단 하나의 소망을 가지고 전념할 가치가 있음을 아는 일이 필요하며 그때 비로소 진심..

선불교와 현대 영성

1. 야훼 곧 부처(佛)다. 기독교의 신이나 불교의 부처나 이름 붙일 수 없는 데다 이름을 붙인 것이기 때문이다. (붙임 1과2)2. 이름 붙일 수 없는 그것(一物)에 도달하는 것 또는 그것이 되는 것(합일로도 말함)이 양 종교의 목표다. 기독교는 그것을 하늘나라라 했고 불교는 열반이라 했다. 3. 그 목표에 이르는 길은 알음알이(知解)가 아니라 분별망상에서 벗어나는 불이문(不二门, non-duality)밖에 없다. 선불교의 불이문은 무구무착(無求無着)의 방하착(放下着)이 핵심인데 이 지점이 서양 최신 영성이 얘기하는 놓아버리기(letting go)와 같다. (붙임 3 참조)4. 다만 선불교의 가르침은 우리 불가에 그대로 전수되고 있고 서양은 라마나 마하리쉬를 모범으로 하여 레스터 레븐슨, 마이클 싱어,..

선지식, 참된 자유

덜컥 손재수를 당하고 돌아보니 이 공부 제법 해서 편안해졌고 편지 덕분에 혼자 설 수 있겠다고 잘못 생각했습니다. 핵심 노하우를 알게 됐으니 그냥 가면 된다고 생각했으나 게으름, 자기 만족, 자기 속이기 등과 같은 미세 번뇌와 분별망상 속에 있었습니다.그래서 먼저 깨달은 게 분명하다고 생각하는 청혜스님 법문을 들으며 공부를 보완하고 있습니다. 혹여 저와 비슷한 분이 있으면 유익할까 싶어 올렸습니다.참으로 자유로운 사람은 '이제 나는 자유롭다'는 말을 하지 않습니다. 자유롭든 자유롭지 않든 마음에 걸림이 없기 때문입니다.제가 체험해보니 진짜 담배를 끊었을 때는 내가 담배를 끊었다는 생각이 털끝만큼도 없습니다. 이원(二元)의 세계를 벗어나면 정해진 법이 없이 오직 진실과 사실만 따릅니다."내가 있는 한 자유..

단상 2025.04.05

윤석열 파면 후기

어마무시한 정치 이벤트에 전혀 흥분하지 않고 직장 일 마쳤다. 평소대로 서울 사는 딸 빼고 가족 외식하며 가벼운 감상을 나누었다. 귀가해서 오랜만에 시사 유튜브를 실컷 봤다.전과 달리 정치에 과몰입하지 않은 이유는 여명을 10~15년 예상하며 혜능, 황벽, 경허 선사로 이어지는 선불교 방법으로 깨달음을 얻고 그 밑천으로 임종하는 목표를 가장 앞세운 때문이다. 이제까지 공부가 책과 이론에 의한 것이라서 효능감이 없었고 그 결과 후회막급한 손재수를 겪었기에 결심한 일이다. 즉 말과 글이 끊어지고 마음이 없어진 방법으로 공부해야 하며 선지식의 안내가 꼭 필요하다는 것을 확실히 받아들였다.남은 이승 삶에서 이 일을 제대로 해내면 가족은 물론이고 나라의 이익에도 크게 기여한다는 것이 자리이타(自利利他)와 입전수수..

단상 2025.04.05

깨달음

깨달음이란 근본 진리를 깨쳤다는 것이다. 영어로는 불이 들어온다(enlighten)고 표현하며 동아시아에서는 밝아짐(明)이라고 한다. 그러니 깨달은 자란 근본 진리를 깨달아 모든 실상을 명확히 보는 지혜로운 사람일 수밖에 없다. 비유하는 말로 깨어남을 쓰는데 이 말은 잠을 전제하는 말이다. 근본 진리를 실감해서 잠을 잘 때와는 완전히 다른 삶을 살게 될 것이다. 잠 잔다 함은 눈을 감은 상태와 같아 방향을 감지 못함을 말한다.禅家에서 오래 쓰는 비유로, 깨닫기 전에 뱀으로 보이던 게 깨닫고 나니 밧줄이더라 하는 말이 있다. 깨닫기 전에 하는 공부는 소경이 소경을 인도하는 일이기 십상이니 반드시 선지식, 즉 먼저 깨달은 스승을 만나야 한다.경험상 종교 및 과학을 포함한 대부분의 학습 시스템에서는 선악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