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성서

정허동직(靜虛動直)과 중화(中和)

목운 2018. 8. 25. 19:33

주돈이의 통서(通書)는 주희와 이고를 연결하는 고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즉 주희는 주돈이에 대해 평하길 "선생(周惇頤)의 학문은 그 오묘함이『태극도설』하나에 구비되어 있으니, 『통서』에서 말한 것도 모두 이 『태극도설』의 내용이다."라 하는 등 주돈이를 극찬하면서 태극도설을 해설 발전시켰습니다. 한편 김용남 님은 주돈이가 이고의 사상을 이어받았으며 통서의 많은 부분이 복성서의 내용과 일치하거나 흡사하다고 합니다(이고, 성리학의 개창자, 159쪽). 이고를 성리학의 개창자로 보는 것이 중요한 이유는 이 분이 불교와 유교의 핵심을 통합적으로 실천하여 스스로 사표가 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각설하고 오늘은 주돈이가 지은 통서의 한 구절을 묵상하고자 합니다. 『"노력해서 상근기가 될 수 있는가?" "그렇다." "무엇이 필요한가?" "하나가 필요하니 그것은 욕심이 없는 것이다. 욕심이 없으면 혼자일 때 텅비어 있고, 활동할 때 정직하다. 혼자일 때 텅비어 있으면 꿰뚫어보고 꿰뚫어보면 통달한다. 활동할 때 정직하면 투명하고 투명하면 공평하다. 꿰뚫어보아 통달하고 투명하여 공평하면 거의 성인이다."』 (聖可學乎, 曰可, 有要乎, 一爲要, 一者無欲也, 無欲則靜虛動直, 靜虛則明 明則通, 動直則公 公則溥, 明通公溥 庶矣乎. 「通書」, 聖學)

여기서 금장태 님의 해설을 가져옵니다. "먼저 마음이 고요할 때 욕심이 없어져 마음을 텅 비우면 거울에 사물을 그대로 비추듯이 사물에 대한 판단을 있는 그대로 분명하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음에 "곧음이란 이치를 따라 흔들림이나 굽힘이 없이 곧게 나간다는 것이요 주역에서 '공경함으로써 마음 속을 곧게 한다(敬以直內)'는 말처럼 마음을 기울어짐이나 비뚤어짐이 없이 바르게 한다는 것이다."라고 하고 있습니다(비움과 밝음, 224~225쪽).

저는 이 구절이 중용의 중(中)과 화(和)에 해당한다고 읽었습니다. 홀로 고요히 마음을 텅비워 희로애락이 나기 전 마음 상태, 즉 중(中)을 지키는 것은 정허(靜虛)에 해당하고, 활동할 때 희로애락이 드러나 상황에 딱 맞는(喜怒哀樂之發而皆中節) 것이 화(和)인데 이것은 바로 동직(動直)에 해당한다고 보는 것입니다.

여기에서 논란이 될 만한 것은, 금장태 님에 따르면 무욕이란 실질적으로 불가능하므로 주돈이 이래 주자학자들도 완전한 무욕을 얘기한 게 아니라 마음을 완전히 다스리는 경지를 말했다고 하면서 그 다스림은 경(敬)의 실천으로 가능하다고 합니다(위 책, 226쪽). 통속적으로 생각할 때 무욕하면 무능할 것이 우려되는데 실상 명상(敬은 사실상 명상을 말합니다.)의 소득은 무집착과 지혜입니다. 그래서 위 통서 번역에서 저는 '정허즉명(靜虛則明)'을 텅비어 있으면 꿰뚫어본다고 했습니다.

위 통서 내용은 인간으로서 최상의 존재 상태로 가는데 꼭 필요한 것을 중용의 노선을 따라 재론한 것이라고 봅니다. 결국 홀로 고요히 있을 때는 신 의식, 참나, 진아, 진여 등(모두 궁극의 실재에 대한 표현임)과 하나가 되어 밝고 투명하며 지혜롭게 됨과 동시에 모든 집착에서 벗어날 때까지 의식이 향상하고, 깨어 활동할 때는 지혜를 발휘하여 그 무엇에도 속아넘어가지 않으면서 공평무사하게 일을 처리할 수 있다면 성인의 경지에 다다랐다고 할 만하며 인간으로서 목표삼을 만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것이 최근 사숙하는 그리스도의 편지 내용과 충분히 조응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서 참고삼아 해당 글을 가져옵니다. 비교해서 묵상해보시기 바랍니다. "신 의식에 맞추고 자아를 완전히 다스리는 것이 사는 이유가 되고 삶의 유일한 목적이 되도록 하라. 그것을 이루면 바라던 모든 것이 '새롭고 초월적이며 영원한 방법으로' 너희 것이 될 것이다. (Attunement with Divine Consciousness and total self-mastery should be your reason for living, and your only goal. When you have achieved it, all you have ever wanted for yourself will be yours – in a new, transcendent and eternal way. '그리스도의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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