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참된 평안

목운 2020. 2. 23. 07:37

함께 공부하는 분이 올려주신 묵상자료를 보고 전염병이 가져오는 혼란과 불안과 불쾌함이란 게 그 전에 이미 수면 아래 있던 것들이란 걸 느낍니다. 적의와 독기를 품은 의식들이 탐욕과 폭력을 통해서 세계 곳곳을 뒤덮고 있었다는 얘깁니다.

기록된 인간 역사의 약 93%가 전쟁 역사였고 나머지는 페스트 같은 전염병 역사였다 합니다. 제 몇십년 사회생활 경험상으로도 세상에 적응하고 거기서 안락을 구하려던 모든 노력이 그렇게 잘 통하지 않았다는 것을 압니다.

퇴직무렵엔 오히려 세상의 부패함 속에 깊이 동조해서 바닥에까지 들어갔습니다. 큰 실패를 겪지 않았다면 아직 그 속에서 일희일비 하고 있었을지 모릅니다. 이제 몸은 세상에 있더라도 매일 신 의식의 보호와 복락만을 구하며 삽니다.

세상에 있더라도 세상 것이 되지 말라는 게 기독경의 가르침입니다. 이미 거론했듯이 그 방법을 아는 체하고 행하는 체하며 사는 게 과거의 저를 포함한 기독교도들입니다. 그래서 오늘날 세상이 이토록 시끄러운 것입니다.

관음경 설화를 보면 관음의 화신인 동네처녀와의 결혼 조건은 경전의 암기-해석-체험이었습니다. 암기와 해석의 경계를 넘어 실천하고 체험한 이는 딱 한 사람이었습니다. '마음을 붙이지 않고 마음을 내는' 경지를 깨치고 체험하기 전에는 좀처럼 진정한 평안을 누리지 못할 것입니다.

한센병 여인을 거둔 경허스님이나 맨발로 탁발하던 아시시의 프란치스코를 떠올리니 깊은 허무와 슬픔마저 느껴지지만 그분들의 실천이 들려주는 설법은 그 어떤 경전 말씀보다 크게 들립니다.

'단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기독교의 자연사  (0) 2020.03.12
끝까지 파기  (0) 2020.03.02
탐진치의 극복  (0) 2020.02.22
생존 이상의 삶  (0) 2020.02.21
하화중생의 공부  (0) 2020.0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