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6 2

신비 영성과 민주주의

그리스도의 완전한 신성과 완전한 인간성을 동시에 믿자는 걸 교리로 하지 말고 니케아 이전처럼 각 수준대로 믿게 내버려 두는 게 더 나았을 거란 생각이 든다. 오늘날 생각대로 말해보면 그리스도나 우리나 신으로서 창조한 것을 인간으로서 체험하는 것이다. 다만 창조는 무한다양하게 드러나는 것이고 창조 이전(또는 빅뱅 이전) 일자(一者) 안에서 모두가 하나일 뿐이다. 일자와의 합일을 체험하고 그것을 철학으로 만든 사람이 플로티누스이며 그의 철학이 신플라토니즘인데 신비 영성은 모두 신플라토니즘과 대동소이하다는 게 내 공부의 결과다. 신유학도 여기서 벗어나지 않는 것 같다. 신비 영성의 공통점은 제사장의 중개를 거부하고 직접 신인합일을 추구한다는 것이며 그렇기에 민주주의의 씨앗으로 볼 수도 있는 것 같다. 개인이 ..

단상 2024.06.08

우리의 정체

칼 융이 보증한 셈이 되어 서양에서 현대 영성의 최고봉으로 평가되는 마하리쉬 님에 대해서는 출판사 청하에서 나온 '나는 누구인가'를 읽고 알게 되었습니다. 제가 이 담벼락에서 몇 번 다루었지만 요컨대 우리 정체성에 대한 명료한 인식을 해내는 것이 깨달음입니다. 우리 정체는 몸과 마음도 아니고 생각과 감정도 아니라는 것입니다. 이런 인식은 결국 인도 정신을 전수하여 우리 것으로 만든 원효대사의 '대승기신론 소와 별기'에, 상세하면서도 반복적으로 기술된 바 있고 당대에 중앙아시아에서 일본에 이르기까지 동아시아 최고의 지성인들은 다 알고 있던 것입니다. 결국 이 시대를 구원할 사상은 고대 인도 영성이라는 점을 시사한 하버드의 뚜웨이밍 교수가 '문명들의 대화'란 책에서 펼친 주장도 제 생각과 비슷한 맥락에서 나..

단상 2024.06.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