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1 10

복을 짓는 비결

은퇴후 삶을 논하면서 매일 무슨 글을 쓸까 하는 것이 중요한 소일거리라는 걸 빠뜨렸습니다. 사람마다 바깥조건은 천차만별일지라도 내면의 작업은 대동소이할 것입니다. 그러니 제 내면에 있었던 일을 나눔으로써 세상의 의식 제고에 기여할 수 있다면 그것도 소중한 일이 될 것입니다. 몇십년 동안 삶을 개선하기 위해 제법 읽었고 종교적 실천도 했지만 왜 막장에 이르렀을까요? 한 마디로 안이하고 게으른 데다 교만한 때문이었던 때문입니다. 아마도 이것은 불가의 삼독 가운데 치심이라 해야 마땅하지 싶습니다. 더구나 안팎이 여일하게 투명한 삶을 살지 못했습니다. 저를 비롯해서 그렇게 잘못 산 이들이 맞닥뜨리는 게 세 가지 재앙 가운데 하나라고 합니다. 바로 건강, 재물, 인간관계 가운데 하나 이상이 망가지는 것입니다. 그..

단상 2020.01.26

공부의 효과

수행 공부에서 제가 누린 성과를 말한 것은 공부의 효과를 강조하기 위함이란 것은 주지하시는 대로입니다. 제가 말하는 공부란 수행 공부, 즉 행을 닦는 것인데 근본적으로 감정을 다루는 것이고 내면의 동기 등을 살피며 투명한 삶을 살자는 것입니다. 이때 공부라 하면 중국말 쿵푸가 더 전하는 바가 정확하지 싶습니다. 즉 영적 독서(Lectio Divina)와 정좌를 습관처럼 매일 반복한다는 점에서 그렇습니다. 감정의 경우 올라오는 모든 부정적인 것을 철저히 느껴보고 신 의식의 도움으로 내버리기를 되풀이하는 것입니다. 수년 간의 과정에서 제 경우 꿈에서 제 상태를 적나라하게 관찰할 수 있었습니다. 초기에는 육욕과 관련한 것이 올라오더니 좀 지난 후에는 폭력성이 올라왔습니다. 누군가를 죽지 않을 만큼 패는 것입니..

단상 2020.01.26

모임과 토의의 지침

멀리 목포에서 공부모임에 오시는 분도 계시고 수도권이라 하더라도 제 경우 한 시간 반, 그밖에 두 시간을 오시는 분도 계십니다. 그래서 모임과 토의 지침을 옮겨옵니다. 이것을 참고로 주변에 세 사람 이상 모이셔서 자연스럽게 모임을 시작해 주시기 바랍니다. 두 명도 괜찮지만 세 사람이면 더 좋을 것 같으니까요(마태 18:20 참조). 모임의 지침 모임장소에 들어가기 전에 최소 5분 내적 준비로서 평화와 조화 상태에 들도록 하여 '무조건적 사랑'의 옷을 입고 모임에 임합니다. 우리가 "거룩한 방"에 들어가는 것임을 주의하는 것입니다. 실로 우리는 "편지"와 연결되는 것을 축하하려는 것이고 신 의식에 감사하며 "그리스도의 편지"대로 살기 위해 공부하고 신 의식을 우리 의식과 이 땅 위에 모셔오는 것입니다. 필..

주역의 정신

지난 달 생전 처음 강연료쪼로 정신세계사에서 돈을 받은 것과 또 이번 달에 생전 처음 인세 계약으로 책을 내게 된 것은 제게 커다란 의미가 있습니다. 그 모두가 제가 좋아하고 잘 할 수 있는 일을 불특정 다수를 위하여 꾸준히 해온 결과이기 때문입니다. 다른 말로 저 자신을 구제하기 위해 공부한 성과를 꾸준히 나눈 결과입니다. 그러니 이제 먼저 줌으로써 받는다는 말의 의미를 체험한 셈입니다. 2015년 가을 만난 '그리스도의 편지'가 진짜 삶의 개선에 도움이 된다는 생각에서 4년 동안 나눔을 했더니 강연 부탁을 받았고 오프에서 함께 공부하려는 분 십여 명을 만난 것입니다. 번역의 경우는 우선 삶에 유익하다고 생각하는 것과 제 관심에 부응하는 것들을 여가 시간에 번역했다가 출판사를 노크했고 받아들여지지 않는..

단상 2020.01.22

과거와 미래를 생각지 않기

호킨스 박사에 따르면 황벽 선사는 동아시아에서 가장 높은 경지에 다다르신 분입니다. 이곳에 소개한 이고 선생은 청원 행사 선사 휘하의 약산 유엄께 배웠지만 황벽 선사는 남양 회양 휘하의 마조 도일과 백장 회해의 맥을 잇고 있습니다. 이고 선생과 같은 시대를 사셔서 더욱 감회가 깊습니다. 황벽 선사의 법어집 가운데 하나인 전심법요는 선종의 요지가 들어 있는 책으로 널리 읽혀지고 있습니다(김하풍, 신을 보는 길 부처를 보는 길, 223쪽). 전심법요에는 '언어도단 심행처멸'이라는 오늘날까지 인구에 회자되는 말씀을 비롯해서 명상과 깨달음의 요체이기도 한 과거를 생각지 말고 미래도 생각지 말라는 말씀이 있습니다. 옮겨보겠습니다. "실로 여래가 말로 가르칠 일정한 법이란 없다. 우리 종문은 이 일을 말하지 않는다..

전심법요 입문 2020.01.21

공부 모임

이 공부는 기존 기독교를 극복하기 위해 예수께서 진짜로 행한 일이 무엇인지 이해하고 그것을 그대로 실천하려는 것입니다. 요점을 간단히 요약하면 아이처럼 됨으로써 신인합일을 성취하자는 것인데 아이처럼 되는 길에서 걸림돌은 세상 살이를 위해 습득한 모든 프로그램이므로 그것들을 제거하는 데서 시작하자는 것입니다. 이것은 제 블로그의 핵심 주제이기도 하며 동아시아 말로 하면 복성(復性)을 위해 멸정(滅情)하자는 것입니다. 이 점은 무수한 자기계발서들이 간과하거나 경시하지만 너무 핵심적이고 중요한 일입니다. 위 책은 이 일을 안내하기 위해 현대 과학과 동서 영성을 두루 꿰면서도 평이하게 설명합니다. 꼭 이 책이 아니더라도 이 일을 성취해서 신 의식에 들어 앉아(또는 부처의 가문에 태어나) 몸과 마음, 그리고 세상..

당구와 명상

어제도 매월 모이는 동기 모임에 다녀왔습니다. 당구를 치고 저녁을 먹는 모임입니다. 정치적 견해가 확연히 달라 소위 '스몰 토크'만 하니 재미가 없지만 당구 게임을 하면서 수행 공부에 대한 시사를 받는 일은 매우 유익합니다. 몸이, 또는 행이 생각대로 될 때까지 셀 수 없이 단순한 동작을 되풀이해야 한다는 교훈을 되새기는 것이죠. 저는 붓다께서 보리수 나무 밑에서 6년을 명상했다는 말을 글자 그대로 이해할 수 없다는 편입니다. 그러면 어떻게 했다는 것이냐? 스승들 말씀 듣고, 경전 읽고, 명상하는 일을 수없이 반복했을 것입니다. 아마도 노동도 하셨을 겁니다. 단 하나의 길을 정확하게 알아내고 거기에 딱 맞는 자세로 정밀하게 몸을 움직여 공을 맞추기 위해서는 수천 번, 심지어 수만 번의 연습을 해야 할 것..

단상 2020.01.21

식념망려(息念忘慮)

열흘간 하와이에서 놀다 왔습니다. 9일날은 일몰 보러 마우나 케아 4200미터 정상엘 갔습니다. 내려오는 길에 누군가가 'Don't worry. Be happy'를 틀었는데 제게는 동아시아 모든 선사들의 설법을 요약한 제목으로 받아들여졌습니다. 이어서 마음에 떠오르는 대로 떠들었는데 이곳에도 적어 보겠습니다. 요컨대 서양 애들이, 염려를 없애는 것이 행복의 길이라는 데까지는 알지만 그 방법을 아는지 모르겠다는 것입니다. 식념망려(息念忘慮)는 황벽 선사의 전심법요에 있는 말인데 결국 이분법을 벗어나고 이름 붙이기를 중지함으로써 도달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식념망려로써 염려를 없애는 방법은 아무것에도 집착하지 않는 데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 완전히 항복하라고, 다른 말로 'surrender'하라 했더니 너..

단상 2020.01.16

복 짓는 법

통속을 위해, 원만함을 위해 복을 빌 수는 있지만 복은 비는 것이 아니라 짓는 것이라는 것쯤은 주지하시는 대로입니다. 카르마 법칙이 상선벌악만 말하고 말면 아직 낮은 수준인 것 같습니다. 모든 것이 의식이고 이제까지의 의식을 비워내거나 닦아내고 높은 의식, 즉 붓다 의식이나 그리스도 의식에 가까이 갈 때 기하급수적으로 복을 느끼게 되고 고통은 가능하지 않다는 것을 몸으로 느껴 안다면 교회나 절간, 또는 일출일몰터를 찾아다닐 필요가 없어집니다. 안팎이 똑같도록 매순간 내면을 돌아보고(誠의 실천) 과거와 미래에 관한 모든 생각을 비워내면서(息念亡慮) 오직 희로애락이 나오기 전의 공적영지 또는 허령불매 자리(中)에 언제든 들어앉을 수 있도록 하는 것, 그것을 악기연주자처럼 무술을 닦는 자처럼 매일 반복할 때 ..

단상 2020.01.02

에크하르트 사상의 핵심

지난 한 달 마이스터 에크하르트를 공부했습니다. 펭귄 판 입문서를 번역해서 블로그에 올려 놓았고 이부현 님이 번역한 영적 강화(저는 '훈화'라는 쪽이 맘에 듭니다)를 대학-중용의 관점에서 읽어봤습니다. 에크하르트는, 바오로와 함께 기독교의 뼈대를 제공한 플로티누스를 계승한 분입니다. 플로티누스는 기독교의 신 없이 체험한 자신의 일자 체험을 근거로 자신의 철학을 구축한 분이기에 사실상 동아시아 신비주의와 같다고 보는 게 제 생각입니다. 에크하르트 사상의 핵심을 대중적인 말로 풀어준 훈화를 읽으면 더더욱 그렇다는 느낌이 듭니다. 제가 읽기로 훈화의 요지는 모든 상(相, bilden)을 벗어나고 자아를 완전히 포기함과 동시에 신의 의지로 살 때 최고선에 도달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천하지대본인 중(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