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325

팬데믹과 멸종 저항(2)

앞의 논의에 이어 코로나 이후의 근본적으로 변화된 삶에 대해 거론해보고자 합니다. 소위 멸종 저항운동이란 지구 인구의 과반수가 소멸할지 모른다는 생각에서 더 나아가 인간종이 멸종할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직면해서 벌이는 운동일지 모릅니다. 여러가지로 과문하지만 제 공부 범위 내에서 생각해보면 동양 사상의 핵심을 실천해보자는 것입니다. 즉 노자가 검약을 말한 도덕경 67장을 보면 삶의 세 가지 보물로서 자비와 겸손이 있습니다. 이 세 가지 보물은 유가의 4단에도 조응합니다. 즉 자비는 인으로, 검약은 의로, 겸손은 예로 통합니다. 특히 검약은 나라가 부유해지는 비결로서 각자 꼭 필요한 것은 이미 충분한 세상이라는 것을 믿고 나눔과 함께 실천되어야 합니다. 요샛말로 공유 경제쯤 될 것입니다. 교육을 포함한 현대..

단상 2020.06.06

팬데믹과 멸종 저항(1)

며칠 전 박시영 티브이에서 그린뉴딜 전문가인 민주당 이소영 의원 인터뷰를 봤습니다. 유럽은 이미 기후위기 투자를 엄청 했고 요새는 우리가 좀 우습게 보는 미국과 일본도 우리보다 대체 에너지 투자가 많다는 걸 알았습니다. 전문가들은 팬데믹이 2차, 3차 이어진다고 말하는데 가장 큰 원인이 자연 파괴로 동물 서식지가 사라진 때문이라 합니다. 전지구적으로 삶의 양식이 바뀌지 않으면 위기는 얼마든지 다가온다고 보는 게 상식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역사를 통틀어보면 인간이 한 가지 교훈을 배워 실천하는 데 수백년이 걸리는 게 다반사입니다. 인종차별로 미국이 겪는 멍청함은 미국만의 것이 아닙니다. 한때 탄허스님을 읽으면서 가까운 미래에 세계 인구 60~70%가 사라진다는 예언을 보고 설마했는데 지금 벌어지는 일들을..

단상 2020.06.06

내려놓기와 순명하기

어제 우환이 그치지 않는 친구 소식을 듣고 제가 겪은 우환과 어리석음, 기타 모든 우여곡절이 겹쳐지면서 며칠 전 접한 루미의 시가 떠올랐습니다. 제게는 이 시가 에크하르트 님의 영성에도 깊이 연결된 것으로 느껴집니다. "이렇게 인간으로 산다는 건 여인숙과 같다. 매일 아침 새로 도착하는 일이다. 기쁜 일, 절망스러운 일, 비루한 일, 또 몇 번의 잠시 깨달음이 예기치 않은 손님처럼 찾아온다. 그 모두를 환대하고 잘 대접하라. 설혹 그들이 떼를 지어 오는 슬픈 일이어서 네 집을 휘저어 가재를 다 가져가더라도 그래도 모든 손님을 극진히 모셔라. 그가 너를 비우고 채워넣을 새로운 기쁨을 가져오는 중인지 모른다. 어두운 생각, 부끄러운 일, 원망스런 일, 모두를 문 앞에서 웃으며 맞이하고 안으로 들이라. 무슨 ..

단상 2020.06.02

종교 무용론

앞 글을 뒷받침해주는 종교학자 길희성 님의 주장을 가져옵니다. "1. 언제부터인가 종교에서 ‘영성’이 빠져버렸다. 그 자리를 종교의 제도와 조직이 대신했다. 2. 예수는 마음이 가난한 사람들이 복이 있다고 했다. 요즘은 교회에서 누구도 ‘마음의 가난’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어찌 됐든 지구촌에서 제도 종교의 시대는 이미 막을 내렸다. 3. 기복신앙은 세속적 복락을 추구한다. 세속적 복락은 결국 인간을 행복하게 하지 못한다. 4. 이제는 종교에서 영성으로 넘어가야 한다. 제도 종교의 시대는 이미 저물었다. (4/29. 중앙일보)" 덧붙이자면 오늘날 종교의 효용보다 부작용이 더 커졌음을 부인할 사람은 별로 없습니다. 제가 볼 때 종교는 구성원들이 생각하는(또는 착각하는) 사적 이익이나 공동목표를 위한 결사체 ..

단상 2020.05.26

신비주의와 제도종교의 종말

동아시아에서는 눈을 감을 때 만나는 허공을 하늘이라 했던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일본어에서 공(空)을 하늘이라 하기 때문입니다. 홀로 제단 앞에 있는 모습을 뜻하는 선(禅)은 하늘에 제사지낸다는 뜻을 가집니다. 우리 눈이 파악하는 물리적 하늘은 그저 빛을 인식한 것입니다. 말하고 싶은 것은 홀로 고요한 상태(空寂)를 마주하는 선(禅)이 바로 제사의 본 뜻이라는 것입니다. 천주교는 매일 미사(제사와 같습니다)를 권장하는데 그것(祭天)을 교회 예식 참여와 동일시하는 과오가 있습니다. 그저 사람들을 제도 교회에 묶어두려는 것이고 결국 통제수단에 그칠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적어도 홀로 정관(靜觀)하는 게 바로 제사라고 가르치지 않으면 잘못이라 생각합니다. 매일 정관하면서 궁극의 의식에 접하여(致知) 사물에 관한..

단상 2020.05.25

사람들 속에서의 공부

코로나19 때문에 두어달만에 문래동 친목모임에 갔습니다. 초등학교 때부터 같은 학교 다닌 친구가 저까지 넷, 중고등학교를 같이한 친구가 셋입니다. 1시간 반가량 가는 거리, 만나서 하는 뻔한 얘기, 생활수준에 대한 비교심리 등 때문에 썩 내키지 않았지만 딸을 출가시키는 친구에게 미리 촌지를 전해야 해서 일찍 집을 나섰습니다. 대중교통 이용하는 시간에도 심사에 일어나는 인력과 척력은 불편하지만 공부거리입니다. 마음을 추스리기 위해 요가난다 님 말씀을 마음에 담고 명심코자 했습니다. 말씀 요지는 삶의 이면에는 신의 빛이 있고 우주가 신의 사원이며 명상은 신의 현존을 만나는 문이고 신과 교감할 때 어떤 장애물도 신적 기쁨과 평화를 막을 수 없다는 것입니다. 결국 언제 어디서나 그리고 누구와 있든지 마음과 기분..

단상 2020.05.17

신비주의와 그리스도인

총선 전날 180석이 되는 근거를 적었는데 부울경 박빙 이상이라고 한 것만 빼고 대략 맞췄습니다. 기분 좋아 친구들 불러 호룡곡산 산행후 한 턱 냈습니다. 인구 분석과 여론조사의 심층을 들여다 보면 '과학적으로' 알 수 있는 것을 야만에 가까운 학계와 언론 풍토 때문에 결과에 대해 짐짓 놀라는 체하는 모습이 제겐 놀라울 뿐입니다! 친구들은 제 공부에 관심이 많아 몇 가지 물었는데 제 답은 페북 담벼락과 제 블로그에 이미 올린 바 있습니다. 그 가운데 신비주의 영성을 궁금해 했는데 저는 영성을 신비화하는 게 실패의 시작이라 봅니다. 제가 읽은 바로는 (그리고 책 한 권 번역한 바로는) 신비주의 실천은 주희가 언급한 '반일정좌 반일독서'가 전부라고 답했습니다. 다만 각자 체험으로 확인해야 하는, 신과의 일치..

단상 2020.05.13

임종을 위한 공부

주민등록상 생일이 지나 치과에 갔습니다. 임플란트 부담률이 확 줄어들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재난지원금까지 있으니 전체 부담이 반쯤밖에 안 될 것 같습니다. 실업수당 받을 때도 느꼈지만 2004년 돌아가신 부친은 막 시작된 참전수당 몇푼 외에 복지혜택이 전무하여 얼마나 열악한 노후를 보내셨나 하는 생각이 번번이 듭니다. 어쨌든 마취 후 치료를 받을 때 공포감이 스치면서 드는 생각은 임종때 고통을 잘 받아들일 수 있을까 하는 것입니다. 다행히 견디기 힘든 고통은 없었고 연중 비용을 분산시킬 문제만 남았지만 최대 과제는 임종을 어떻게 최대한 안전하고 평안히 치루냐 하는 것입니다. 지금 의식주와 교유관계를 빼면 가장 심혈을 기울이는 과제가 여기에 있습니다. 그 비결은 내 의지를 완전히 비우고 신 의식과 일치하는..

단상 2020.05.01

멸종 저항과 정좌(靜坐)

자아를 벗어나는 시원한 체험을 하고, 걸리는 것 없이 기쁨과 평화를 누리며 모든 존재에 친절하게 살다가 연기처럼 다음 세상으로 가는 게 꿈입니다. 하지만 공부가 느린 것은 마하리쉬 님 말씀대로 근기가 젖은 석탄 정도이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마하리쉬 님은 근기를 화약-숯-젖은 석탄으로 나누었습니다. 가장 낮은 근기라면 1만 시간은 투입해야 하지 싶습니다. 따져 보니 1만 시간이란 일요일엔 쉬더라도 하루 8시간씩 공부해서 대략 4년이 걸립니다. 대학을 4년 과정으로 짜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 같습니다. 천하지대본인 중(中)을 잡고 거기에 머무는 일을 저는 천인합일을 이루기 위한 공부로 보며 바이블이 말하는, 자기를 버리고 진리에 몰입하는 일과 같다고 봅니다. 마이스터 에크하르트는 이 일을 목마른 자처럼 ..

단상 2020.04.27

자기를 미워하기와 선(禅) 사상

검색해보니 요한복음과 요한1서의 저자는 같다는 것이 통설입니다. 문구만을 보면 저자는 심한 염세주의자 같습니다. 왜냐하면 복음 12장 25절은 마태 16:24(마르코 8:34, 루가 9:23)과 같은 취지의 말씀인데 '자기를 버리고'에 해당하는 것을 '세상에서 자기 목숨을 미워하는' 것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또 요한 1서 2:15에서는 '세상에 있는 모든 것을 사랑하지 말라'고 하면서 구체적으로 세상에서 나온 것이란 육체의 쾌락, 눈의 쾌락, 재산을 가지고 자랑하는 것을 말합니다. 그야말로 힌두 사상이라 해도 틀리지 않습니다. 이 모순을 극복하는 답이 우리의 선(禅) 사상 안에 있다고 저는 봅니다. 즉 한 번 완전히 정을 뗀 후 세상의 필요에 부응하는 것이 그것입니다. 다른 말로 하면 '이웃 사랑'의 ..

단상 2020.04.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