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325

누진통과 용호비결

모기 때문에 시작한 새로운 글쓰기가 한 주일만에 43꼭지(두세 줄 짜리도 있음) 14쪽이 되었습니다. 말하자면 글의 원재료를 모으는 것입니다. 몇 개는 벌써 이곳과 블로그에 옮겨 놓기도 했습니다. 원칙적으로 생각을 끊는 훈련과 더불어 의식을 관찰하는 것이기 때문에 쓸거리는 줄어드는 것 같습니다. 어쨌든 시간 활용도가 높아져서 되도록 불필요한 싸이트에 안 들어가고 정독을 겸한 번역을 다시 시작했습니다. 특별한 소득으로는 에고의 버릇을 즉각 고치거나 해야 할 일을 바로바로 실천하게 되고 제 힘으로 안 되는 건 기록과 동시에 초월적 도움을 간구한다는 것입니다. 모은 글을 한 번 가공한 것은 블로그에 모았다가 나중에 재가공하여 책을 낼까 합니다. 그 가운데 오늘 다루려는 것은 여섯가지 신통 가운데 누진통입니다...

단상 2020.09.20

망해버린 종교

어제 쓴 글에서 이고 선생과 이승훈 선생을 다루었습니다. 8-9세기 당나라 이고 선생에 대해서는 제가 많이 거론했지만 제 동기동창 덕에 이승훈 선생에 대해 더 생각하게 됩니다. 무슨 얘기냐면 이승훈 선생은 조선의 지배층이자 지식인이었음에도 왜 가문에 커다란 손실을 끼치게 된 서학의 선구자가 되셨을까 하는 데 생각이 미쳤다는 것입니다. 동시에 오늘날 세상에 구토가 날 정도로 민폐가 된 기독교가 떠오르는 것입니다. 아이러니지만 두 분 모두 당시 지배 이데올로기이자 문화 풍토를 조성한 종교와 관련해서 비슷한 결단을 하신 점이 제 관심을 끈 것입니다. 먼저 이고 선생은 불교도로서 선사들과 교류도 있었고 유엄선사에게서 견성 인증까지 받았습니다. 그럼에도 온갖 불재의 폐단이 극에 이르러 사람들의 눈쌀을 찌푸리게 하..

단상 2020.09.20

대학의 길과 여섯 바라밀

새벽 2시도 안 되어 모기에 물리는 바람에 잠이 깼습니다. 당직실엔 늘 모기가 있어 모기향을 피웠었는데 아침까지 피우면 연기가 가득 차는 게 우려돼 1/3정도만 피운 게 화근이었습니다. 금방 반성하기를 오래된 습인 희망에 치우친 비과학적 태도를 고쳐야 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확인되지 않거나 증거도 없이 별일 없을 것으로 치부하는 습성 말입니다. 살면서 많이 실패하고 주변 사람에게 태클을 자주 받는 것도 이러한 습성 때문이었다는 깨침이 듭니다. 어쨌든 좀더 과학적인 태도를 취하기로 결심했지만 우리가 겪는 일은 언제나 우리의 최고선을 위해 일어난다는 에크하르트 님의 말을 확인하는 계기도 되었습니다. 다른 날보다 더 많이 명상하고 더 많이 읽었기 때문입니다. 한 가지 깨달은 것을 적어볼까 합니다. 즉 커다란 ..

단상 2020.09.16

초능력과 인공지능

인공지능을 가진 로봇이 결코 할 수 없는 일이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그것은 세상사에서 습득한(또는 프로그램된) 인간 의식을 넘는 숭고한 영감으로 (또는 신적 의식으로)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일이라 생각합니다. 우리가 명상에서 구하는 것은 오감과 생각(또는 인간 의식)이 끊어진 경지입니다. 다시 말하면 오감과 인간 의식, 즉 불가의 육근이 끊어진 경지를 누진통이라 하는데 그때 우리는 참나를 실현하여 (또는 깨달음을 얻어) 뜻하는 바를 자유자재로 창조하는 능력을 얻는다고 합니다. 당연히 번뇌에서 완전히 벗어난 경지입니다. 제가 주장하는 바는, 로봇은 아무리 정교하게 발전시켜도 여기에 이르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저희 학습공동체도 이 일을 목표로 하는데 그 과정에서 싯디(초능력), 즉 불가에서 말하는 신통을 ..

단상 2020.08.29

해월 말씀과 중용

조선 말기와 일제 강점기를 통틀어 성리학 기본 원리를 터득한 위에 기독교를 받아들이신 분들은 시종여일하게 민족 사랑 또는 이웃 사랑을 위해 헌신적인, 그리고 강인한 삶을 사셨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사실 그 당시 기독교 내지 서학이 기술 문명에서 우월했기에 그분들은 방법론적으로 기독교도가 되신 것으로 추정합니다. 왜냐하면 기독교의 핵심을 유교의 근본 가르침으로 비추어 보면 모순되는 게 없기 때문입니다.그런 분들 가운데 김구 선생, 안중근 의사, 도산 안창호 선생이 있습니다. 게다가 동학이 나온 사상적 기반도 유학이란 것을 다음 해월 선생 말씀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즉 "일이 있으면 이치로써 처리하고, 일이 없으면 고요히 앉아 참마음을 지킨다. (有事則以理應事, 無事則靜坐存心)"이 말씀은 정확히 중..

단상 2020.08.21

인(仁)과 애(爱)

2~3십대의 독서는 깨우침을 얻거나 소위 구원에 화끈한 도움을 받자는 깊은 동기도 있었지만 기본적으로 계시종교로서 기독교의 우월성에 기반한 독서였습니다. 그러니 불교나 유교에 관한 또는 거기로부터 나온 책자는 교양서정도로 여겼다는 것이 정확합니다. 59세 이후의 독서는 그런 편견 없이 간절함에서 나온 독서인지라 불가나 유가 책들이 심금을 자극하는 바가 있습니다. 달리 말하면 기독교 색채의 가르침과 대동소이하게 느껴질 뿐 아니라 수행에 실용적 이익이 있습니다. 이은선 선생의 논어 읽기 책을 접하자마자 제 학습 공동체 교재인 그리스도의 편지 핵심에 바로 연결되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무슨 말인가 하니 공자님이 왜 사랑(爱)이란 말을 안 쓰시고 구태여 씨앗이란 뜻을 잠재한 어짊(仁)을 쓰셨는지 깨달았다는 것입니..

단상 2020.08.11

군자와 성인

신유학이라 하면 주희를 비판적으로 지양코자 한 왕양명을 포함시켜야 할 것입니다. 그것은 마치 신수의 공부법으로 혜능을 보완할 때 선불교가 풍부해지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즉 주희나 혜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학인의 근기에 고저가 있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여러번 언급했지만 제가 논하는 것은 공부에 실제로 참고 삼기 위해 얕고 넓게 독서한 결론이니 그저 참고만 하시길 바랍니다. 오늘은 주희와 양명의 학습법을 비교 분석하며 성인과 군자의 차이를 전하는 정은해 님 유교명상론의 핵심을 거론하려고 서론이 길었습니다. 정은해 님 논의가 특별한 것은 불교 명상론과 비교해서 신유학을 살펴보았고 또 주희와 양명을 서양의 현상학으로 조명한 점입니다. 어쨌든 제가 볼 때 유교명상법도 의식의 끝없는 진화를 전제하는 화..

단상 2020.08.07

요순시대와 지상 천국

세계 이념으로서 기독교의 효능은 끝났고 고양(업그레이드)된 유학의 시대가 와야 한다고 봅니다. 그것은 구태여 이름 붙이자면 신-신유학 또는 신주자학이 될 것입니다. 제 학령기를 지배한 것은 기독교였지만 이제 기독교를 유학의 눈으로 이해하니 더욱 풍요한 실천이성이 살아나듯이 동아시아 문화의 저변에 살아 있는 유학의 핵심적 가르침을 전파해야 합니다. 그 심층에 대한 이해가 없이 외견상 드러난 폐해를 들어 아이와 함께 목욕물을 버리는 우를 범해선 안 됩니다. 앞 글 '제사장과 성인'에서 감지하셨는지 모르지만 동아시아는 통치행위로써 지상에 천국을 건설하려는 이상과 실천방안을 유학에서 찾았습니다. 우리가 요순시대를 거론하는 것은 바로 지상 천국을 건설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지 과거로 돌아가겠다는 게 아닙니다. 그리..

단상 2020.08.05

제사장과 성인

아래 붙인 사진은 자금성의 황제가 앉는 자리 모습이라고 합니다. 우리나라는 고려시대까지 그랬지만 적어도 중국의 경우 당나라까지는 인민들에게 왕즉불 사상을 깊이 세뇌함으로써 통치 계급의 특권을 합리화하였습니다. 서양의 경우는 상당 기간까지 왕권신수설이 같은 기능을 했습니다. 그런데 두 경우에 필요한 것은 이데올로기를 뒷받침하는 제사장 또는 제사장 계급이었습니다. 불교와 기독교가 그 기능을 했던 것입니다. 두 사상은 특별히 제사장 계급의 유지를 위한 경제적 부담 때문에 동아시아에서는 한유와 이고가 앞장서서 유학으로 대체하는 노력이 있었고 서양의 경우는 계몽사상의 출현이 그 역할을 했습니다. 우리의 경우만 보면 원시 유학에 나오는 서경 16문자의 실천 요강인 윤집궐중에 의해서, 왕을 바로 성인 겸 제사장으로 ..

단상 2020.08.02

명상적 삶

어제는 아침 명상 끝무렵 전 직장에서 각별하게 지냈던 후임에게 "가족에게 강요하듯 정치적 견해를 말하지 마라"고 말하는 상황을 꿈인지 생신지 모르게 겪었습니다. 현실 세계는 무한다양한 인간 에고가 만들어내는 상황극과 같다는 것을 상기시키는 꿈인지 모르겠습니다. 어제는 아내와 뱃터에 있는 막국수집에서 저녁을 먹었는데 아내가 1년에 몇번은 아침까지 잠못이루는 일이 있다고 해서 명상을 권하기도 했습니다. 각설하고 제 첫 책은 아주 손쉽게 냈는데 그 주제는 명상의 필요성에 대한 것입니다. 명상이란 생각을 끊고 지금 여기에만 머무는 훈련입니다. 그래서 선불교 전통의 명상 해설서라 해도 틀리지 않는 전심법요를 보면 과거와 미래를 생각하지 말라는 말씀이 자주 나옵니다. 요즘 읽는 과학서적을 보면 인간의 에고 시스템,..

단상 2020.07.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