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325

공부의 효과

수행 공부에서 제가 누린 성과를 말한 것은 공부의 효과를 강조하기 위함이란 것은 주지하시는 대로입니다. 제가 말하는 공부란 수행 공부, 즉 행을 닦는 것인데 근본적으로 감정을 다루는 것이고 내면의 동기 등을 살피며 투명한 삶을 살자는 것입니다. 이때 공부라 하면 중국말 쿵푸가 더 전하는 바가 정확하지 싶습니다. 즉 영적 독서(Lectio Divina)와 정좌를 습관처럼 매일 반복한다는 점에서 그렇습니다. 감정의 경우 올라오는 모든 부정적인 것을 철저히 느껴보고 신 의식의 도움으로 내버리기를 되풀이하는 것입니다. 수년 간의 과정에서 제 경우 꿈에서 제 상태를 적나라하게 관찰할 수 있었습니다. 초기에는 육욕과 관련한 것이 올라오더니 좀 지난 후에는 폭력성이 올라왔습니다. 누군가를 죽지 않을 만큼 패는 것입니..

단상 2020.01.26

주역의 정신

지난 달 생전 처음 강연료쪼로 정신세계사에서 돈을 받은 것과 또 이번 달에 생전 처음 인세 계약으로 책을 내게 된 것은 제게 커다란 의미가 있습니다. 그 모두가 제가 좋아하고 잘 할 수 있는 일을 불특정 다수를 위하여 꾸준히 해온 결과이기 때문입니다. 다른 말로 저 자신을 구제하기 위해 공부한 성과를 꾸준히 나눈 결과입니다. 그러니 이제 먼저 줌으로써 받는다는 말의 의미를 체험한 셈입니다. 2015년 가을 만난 '그리스도의 편지'가 진짜 삶의 개선에 도움이 된다는 생각에서 4년 동안 나눔을 했더니 강연 부탁을 받았고 오프에서 함께 공부하려는 분 십여 명을 만난 것입니다. 번역의 경우는 우선 삶에 유익하다고 생각하는 것과 제 관심에 부응하는 것들을 여가 시간에 번역했다가 출판사를 노크했고 받아들여지지 않는..

단상 2020.01.22

당구와 명상

어제도 매월 모이는 동기 모임에 다녀왔습니다. 당구를 치고 저녁을 먹는 모임입니다. 정치적 견해가 확연히 달라 소위 '스몰 토크'만 하니 재미가 없지만 당구 게임을 하면서 수행 공부에 대한 시사를 받는 일은 매우 유익합니다. 몸이, 또는 행이 생각대로 될 때까지 셀 수 없이 단순한 동작을 되풀이해야 한다는 교훈을 되새기는 것이죠. 저는 붓다께서 보리수 나무 밑에서 6년을 명상했다는 말을 글자 그대로 이해할 수 없다는 편입니다. 그러면 어떻게 했다는 것이냐? 스승들 말씀 듣고, 경전 읽고, 명상하는 일을 수없이 반복했을 것입니다. 아마도 노동도 하셨을 겁니다. 단 하나의 길을 정확하게 알아내고 거기에 딱 맞는 자세로 정밀하게 몸을 움직여 공을 맞추기 위해서는 수천 번, 심지어 수만 번의 연습을 해야 할 것..

단상 2020.01.21

식념망려(息念忘慮)

열흘간 하와이에서 놀다 왔습니다. 9일날은 일몰 보러 마우나 케아 4200미터 정상엘 갔습니다. 내려오는 길에 누군가가 'Don't worry. Be happy'를 틀었는데 제게는 동아시아 모든 선사들의 설법을 요약한 제목으로 받아들여졌습니다. 이어서 마음에 떠오르는 대로 떠들었는데 이곳에도 적어 보겠습니다. 요컨대 서양 애들이, 염려를 없애는 것이 행복의 길이라는 데까지는 알지만 그 방법을 아는지 모르겠다는 것입니다. 식념망려(息念忘慮)는 황벽 선사의 전심법요에 있는 말인데 결국 이분법을 벗어나고 이름 붙이기를 중지함으로써 도달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식념망려로써 염려를 없애는 방법은 아무것에도 집착하지 않는 데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 완전히 항복하라고, 다른 말로 'surrender'하라 했더니 너..

단상 2020.01.16

복 짓는 법

통속을 위해, 원만함을 위해 복을 빌 수는 있지만 복은 비는 것이 아니라 짓는 것이라는 것쯤은 주지하시는 대로입니다. 카르마 법칙이 상선벌악만 말하고 말면 아직 낮은 수준인 것 같습니다. 모든 것이 의식이고 이제까지의 의식을 비워내거나 닦아내고 높은 의식, 즉 붓다 의식이나 그리스도 의식에 가까이 갈 때 기하급수적으로 복을 느끼게 되고 고통은 가능하지 않다는 것을 몸으로 느껴 안다면 교회나 절간, 또는 일출일몰터를 찾아다닐 필요가 없어집니다. 안팎이 똑같도록 매순간 내면을 돌아보고(誠의 실천) 과거와 미래에 관한 모든 생각을 비워내면서(息念亡慮) 오직 희로애락이 나오기 전의 공적영지 또는 허령불매 자리(中)에 언제든 들어앉을 수 있도록 하는 것, 그것을 악기연주자처럼 무술을 닦는 자처럼 매일 반복할 때 ..

단상 2020.01.02

지어지선이 효도임!

돌아보니 가는 해 마지막 날 제 공부 얘길 많이 했더군요. 맹자께서 진작에 천작과 인작을 나누어 공부를 보셨고 논어 학이편의 공부란 수덕 공부일 것입니다. 하지만 겉모습에 사로잡힌 오늘날 교육체계가 인작으로 천작을 대봉치고 만 덕분에 저를 포함해서 참으로 많은 이들이, 참으로 많은 시간을 허송세월합니다(물론 누구나 시행착오와 과실을 통해 진화의 길을 갑니다만). 돌아보면 2014-15년간 물에 빠진 자가 허우적대듯 매달리며 공부했고 15년말 '그리스도의 편지'를 만나면서 거기에 '올인'한 지 약 2년만에 매일 명상을 하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평균 50분정도 매일 정좌를 합니다. 아직 부족하지만 조금 더 가면 호색보다 호덕을 더 좋아할 수도 있겠다 싶습니다. 왜냐하면 이 과정을 다른 무엇보다 더 좋아하게 ..

단상 2019.12.31

죄감문화와 낙감문화

'그리스도의 편지'를 기본 교재로 삼아 수행공부를 함께하는 세 분이 모처럼 영종까지 오셨습니다. 운양호 사건때 일본군한테 30여 명의 군인이 희생된 영종진과, 금년에 다리로 연결된 무의도를 둘러봤습니다. 이어서 공항도시 회타운에 들러 해물찜에 막걸리를 먹으며 사는 얘기와 공부 얘기를 나눴습니다. 비망용으로 요점만 적어 봅니다. (1) '그리스도의 편지' 의식지수가 1,000이라는 것. (2) 시크릿류의 방편에서 결한 것은 에고소멸의 중요성이라는 것. (3) 명상의 가장 큰 효과는 근심걱정의 소멸, 직감의 계발이라는 것. (4) 기독교 기반의 서양 문화가 죄감문화라면 송명이학 기반의 동아시아 문화는 낙감문화라는 것(리쩌허우). (5) 기본소득제는 우리 사회 문제 해결의 킹핀이 될 수 있다는 것 등입니다. ..

단상 2019.12.29

무조건적 사랑 되기

친구 따라 강남 간다고 창원에 있는 친구 보러 7명이 뭉쳐 1박2일 여행했습니다. 윤이상 선생, 박완서 선생, 박경리 선생 등이 사셨던 발자취도 구경했습니다. 무엇보다 인상깊은 것은 차 안에서 아무말 대잔치 하듯 스몰 토크에서 빅 토크까지, 정치에서 사상까지 뱉어냈는데 엔진 소음, 바깥 소음 때문에 각자 듣고 싶은 소리만 들었을 겁니다. 그것도 부족해서 저녁엔 대취할 사람은 대취하고, 끝까지 마음에 있던 질의, 응답까지 마치 여한없이 떠날 사람들처럼 이야기했습니다. 그중에 이 시간까지 뇌리에 있는 말은 "자네 도통했는가? 깨달았는가?"라는 질문입니다. 제 답은 사이다가 될 수 없습니다. "그저 가는 중"이라 답했지만 차마 말하지 못한 것은 "내가 이제 길은 알았으니 같이 감세"라는 것이었습니다. 답이 마..

단상 2019.12.25

명상의 효과

어제 '정좌(靜坐)'가 무엇이냐고 물어주신 분이 계셔서 제 글쓰기가 성공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정좌는 유교 체계 내에서 명상을 일컫는 말입니다. 실천은 같아도 말이 문화적 DNA를 그대로 달고 다니기 때문에 어휘 선택이 중요합니다. 명상이라고 하면 나름 떠올리는 선입견으로 판단하거나 심지어 하지도 않으면서 '다 안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무조건 시간을 내서 10분씩 앉아 있자고 크게 결단하고 1년이고 2년이고 행하다보면 동서양 신학과 철학 등등에서 말하는 진리에 다가가게 된다는 것을 알 필요가 있습니다. 물론 경전 독서가 그 보조 수단으로 도움을 줄 것입니다. 이것을 하지 않기 때문에 유교문화권에서는 제사로 때우는 것이고 기독교 문화에서는 미사 참석이나 설교 듣기로 퉁치는 것입니다. '격물치지'도..

단상 2019.12.19

반일정좌 반일독서

요즈음 퇴직 무렵부터 '반일정좌 반일독서'를 실천했다면 수십년의 삶을 아꼈을텐데 하는 생각까지 듭니다. 주희가 송명이학을 집대성했지만 그가 정좌를 실천하지 않았다면 그 작업들이 생명력을 가지지 못했을 것입니다. 공주에서 돌아와 다시 도시생활을 하면서 일하는 시간외에는 독서만 하다가 약 2년 전부터는 정좌를 실행하고 있습니다. 검색하다보니 '반일정좌 반일독서'는 주희가 곽덕원이라는 제자에게 처음 한 말인 게 확실해 보입니다. 주희는 반나절을 정좌하고 반나절을 독서하되 1, 2년을 지속하면 모든 우환이 사라진다고 했습니다. 왜냐하면 마음이 안정되어 만물의 이치를 탐구(궁리라고 하는데 격물치지와 같습니다)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바로 이 궁리로써 마음을 비우고 근심을 없앨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그러나 제 경우..

단상 2019.1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