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325

윤집궐중의 실천

제가 기회 있는 대로 종교와 언론을 비판하고 학교와 사회 탓을 하면서 그것들이 '되는(becoming)' 일에 정답을 찾아 가르치지도 실천하지도 않고 유사품에 만족하기 때문에 답을 못찾는다는 요지의 글을 자주 썼습니다. 우리가 유교의 세례를 받아 의식 무의식에 그 문화 DNA를 간직하고 있으며 19세기는 물론 20세기에는 그리스도교 정신의 영향을 듬뿍 받았음에도 그러한 정신들이 세상에서 득을 보는 일에 기여하는 데 그침으로써, 달리 말하면 그것들이 그저 지배 내지 통속(通俗)의 수단으로 활용하는 데 그침으로써 (즉 이데올로기로 기능함으로써) 뚜렷한 한계를 체험하다 못해 사회 발전의 걸림돌로 여겨지는 지경이 되었습니다. 앞에서 시사했지만 그 이유는 가르침을 끝까지 철저히 제대로 실천하는 이들이 극히 소수에..

단상 2019.12.14

헐리우드와 코카콜라

권력이 시장으로 넘어갔고 언론이 자본의 장단에 춤추는 현상은 하루 이틀의 일이 아닙니다. 모세가 금송아지 숭배집단을 내칠 때에도 있었던 일이 아닌가요? 활자매체가 자본의 이익에 맞추어 계속 허구를 지어낸다면, 영상매체는 계속 감각의 즐거움을 부추김으로써 사람들을 가시계에 묶어 놓습니다. 이런 현상을 언론학자 기틀린은 아주 간략하게 요약했으니 즉 '미디어란 헐리우드와 코카콜라다!' 즉 눈을 홀려 물건 사도록 부추기면서 사람들을 땅에 단단히 묶어놓는 것이 미디어가 하는 일입니다. 인간은 불멸하는 '의식'이 본질이고 그 의식을 가시계에 비추어낸 것이 몸과 에고와 소위 문명이건만 미디어는 그 반대가 진실이라고 끝없이 저항할 뿐입니다. 그 때문에 우리 문명은 언제나 절멸 위기를 피하지 못하며 미디어는 오늘도 거짓..

단상 2019.12.13

정좌(靜坐), 좌선(坐禪), 정관(靜觀)

제 아이들과 조카들에게 기회 닿는 대로 '너 자신이 잘 되는 것이 효도다', '네 상태가 최선일 때 효도하고 있는 것이다.'라는 말을 해줍니다. 부모로서 자식에게 무엇을 해받기를 바라는 게 아니라 자식이 스스로 행복해지는 것이 효도라는 말이기도 합니다. 모든 부모의 바람은 자식 '잘 되는' 일일 겁니다. 그런데 잘 되는 일을 학교와 사회에 맡겨버림으로써 조금씩 잘못되기 시작합니다. '스스로 배워 깨닫겠지' 하지만 많은 시행착오를 하는 이유는 그 기준을 가시적인 데서 찾아버릇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무엇이 어떻게 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없는 사회입니다. 소위 언론, 요즈음은 주로 티브이와 유튜브에 맡기는 셈입니다. 서양식으로는 내면에서 신을 찾아 스스로 신이 되는 것, 우리 식으로는 천하지대본인 중(..

단상 2019.12.12

노후대책과 좌탈입망

고교 졸업한 지 반세기가 다가오니 친구들 만나면 주체하기 어려운 시간을 어떻게 보낼까 하는 것과 간접적이나마 죽음을 어떻게 준비할까 하는 게 공통 관심사인 것 같습니다. 물론 중간중간에 정치 얘기와 자녀 얘기도 하지요. 그런데 역시 친구들과 적당히 즐기기엔 산행과 당구 게임만한 게 없지 싶습니다(제가 골프 칠 만한 클래스가 아니라서... 하긴 어제 어울린 친구 하나는 호주 시민권자인데 거기선 골프가 그냥 대중적인 놀이라고 합니다). 오늘 얘깃거리로서 더 중요한 것은 아직은 부모님 가운데 한 분 정도는 계시는지라 곡기 끊는 일로 화제가 옮겨졌습니다. 저는 제가 많이 생각하는 일이라 우리는 '좌탈입망(坐脫立亡)' 할 수 있게 매일 준비해야 한다고 했더니 수긍하는 듯했습니다. 그 노하우에 대해서는 이곳에 아주..

단상 2019.12.07

의식향상과 의식에 대한 공부

어제는 아내와 이야기 중에 '내가 실은 고교때 시험을 위한 공부가 아니라 그저 내키는 공부를 하고 싶었다'는 말을 했습니다. 그런데 사실 그 꿈이 지금 이뤄졌습니다. 공부만 하면서 두 달을 보냈기 때문입니다. 공부하는 사람(공부인), 배우는 사람(학인)이란 말은 요즈음엔 잘 안 쓰지만 제가 사숙하는 백봉 선생에게서 들은 말입니다. 공부인으로 살되 어디에도 매이지 않은 공부, 제 경우 오직 의식 향상에 도움이 되는 공부만 하고 있는데 노후 생활엔 최고라고 생각합니다. 언제 어디서나 혼자서도 가능한, 그야말로 가성비가 제일 좋은 일입니다. 프로가 아니기 때문에 아무런 스트레스가 없고 그야말로 취미삼아 하는 일입니다. 의식 향상이라고 했는데 이것은 궁극의 공부이자 이승을 최선으로 살고 다음 차원으로 넘어가는 ..

단상 2019.12.01

정좌 수행

퇴직금과 구직급여 덕분에 두 달 가까운 백수 삶을 즐기고 있습니다. 친구들 덕분에 당구에 입문하고 집에 혼자 있을 때 프로 선수들 경기를 봅니다. 시청하는 동안 매 순간 느끼는 게 고도의 기술과 소위 멘탈이 전부라는 생각을 합니다. 그러다가 영화 용쟁호투가 떠오르고 에크하르트 님의 훈화(The Talks of Instruction)가 떠오릅니다. 무슨 말이냐 하면 기술 훈련을 위해서는 중원의 세계에서 누구나 공을 들이고 시간을 들이기 마련이니 결국 1%의 사람들이 일합을 겨루는 계기가 올 때 승부를 가르는 것은 멘탈이 아니겠나 하는 것입니다. 아마도 거의 모든 스포츠가 그럴 것입니다. 그런데 왜 에크하르트 님까지 거론해야 하나요? 결국 소림사 수행이나 중세 수도원 수행이나 가르침의 요점이 같다고 느끼기 ..

단상 2019.11.25

대안이 되는 사상이 필요할까?

대략 5~6년 전 호킨스 'Dissolving the Ego, Realizing the Self'를 번역하다가 이고 선생의 복성서를 만났고 결국 두 책의 제목이 엄청난 시공의 격차에도 불구하고 거의 같아보이는 게 신기해서 복성서 번역에 도전했습니다. 그 후 되는 대로 유학을 공부하고 있는데 우연히 예스 24에서 리쩌허우의 중국고대사상사론을 보고 반가운 마음에 빠른 속도로 독파했습니다. 중국고대사상이라고 하면 결국 동아시아 사상이고 동아시아 사상은 유교가 중심입니다. 마르크스주의를 기반으로 동아시아 사상을 검토한 리쩌허우 책은 두고두고 읽어볼 요량이지만 결국 유교의 핵심은 내성과 외왕이며 내성은 중(中)에, 외왕은 화(和)에 대응합니다. 불교적으로 전자는 상구보리, 후자는 하화중생이고, 기독교적으로 전자는..

단상 2019.11.15

삼재(三災)와 수행공부

돌아보니 세상 삶을 지탱해주는 세 가지, 즉 건강, 경제, 인간관계에 전혀 문제가 없을 때는 수행공부 또는 깨달음이나 영성에 대해 공부란 그저 멋부림이나 지적 허영 비슷한 것이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내면에 아무 문제 없고 저 세 부문에 문제가 없는 분은 행복합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몸을 벗고 다음 세상으로 건너가는 일에 자신이 있는지 자문하는 것은 언제나 필요하리라 생각합니다. 물론 이 경우도 영악한 세상은 해법을 제시하는데 기독교 '대속론'과 아미타불 신앙을 설파하는 정토종 계열이 그것입니다. 후자의 경우 '나무아미타불'만 외면 '해결 끝'이라고 해서 살상을 일삼던 사무라이들이 좋아했다는 말을 들은 적 있습니다. 물론 전자의 극치는 면죄부 구매를 통해서 연옥 징벌을 감면받는다는 생각이지만 오늘날 대부..

단상 2019.11.10

평생 해야 할 공부

5~6년에 한 번 꿀까 말까 한 불쾌하고 지겨운 꿈을 꿨습니다. 몸까지 반응하니 아주 생생한 현실과 다름 없습니다. 교훈이 있다면 지금 오감으로 경험하는 현실 또한 꿈처럼 허상이라는 것입니다. 앞에 이어 정좌(환상과 선입견을 덜 일으킨다는 점에서 명상이라는 말보다 낫다는 생각이 듭니다)에서 지향하는 바를 적어볼까 합니다. 어제 적은 요령은 결국 에고를 끊어버리거나 소멸하는 비결이기도 합니다. 융의 노선에 따라 저항하는 것은 지속되기 때문에 오히려 확실히 인정하고 인식하고 받아들일 때 하심(下心, letting go)하기 쉽습니다. 스승들의 말을 종합하면 정좌에서 지향하는 것은 첫째 몸과의 동일시가 끊어지는 것입니다. 제 꿈이 말해주는 것처럼 우리가 체험하는 현실은 어떤 목적에 기여하기 위한 교자재처럼 리..

단상 2019.10.28

은퇴후 삶과 임종 준비 2

친구들이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뭐하냐고 하길래 정좌를 30~40분 하고 책을 읽거나 쓰는 일을 한다고 하였습니다. 6년 전 커다란 좌절로 인해서 사서삼경과 기독경의 정수가 되는 가르침대로 살게 되었는데 따라서 그 일이 수업료로 아깝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지금 읽는 "Reality Unveiled"는 저 가르침을 다시 확인해주면서도 마음에 깊이 와닿는, 참신한 서술방식이 깊이 끌려서 나눠보고자 합니다. 요새 영성의 추세는 양자역학과 첨단 물리학의 성과와 연결해서 설명하는 게 대세 같이 느껴지는데 요컨대 진짜 실체는 의식이며 의식의 진동주파수가 무한다양하게 드러나 보이는 게 우주고 진화현상이라는 것입니다.그러면서도 정좌(靜坐)와 영적 독서(Lectio Divina)가 공부의 핵심이라는 것은 그 어떤 ..

단상 2019.10.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