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9 15

공부와 고통

얼마 전에 에크하르트의 '신적 위로의 책'을 소개했는데 거기에서 그분은 고통의 의미를 서른 몇 가지로 논하고 있습니다. 고통을 고통 자체로 좋아하는 것은 병이지만 향상의 기회로 삼아 온 것은 고금동서가 일치하는 것 같습니다. 아래 두 글에서도 고난과 고통을 겪는다 하면 의식이 한 단계 상승하는 것 또는 깨달음에 이르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댓구로 글을 쓰는 동양적 전통 때문에 번뇌와 난관도 거론되고 있는데 번뇌의 체험은 업의 부채 상환, 난관의 체험은 정진의 계기로 본다는 점에서 결국 같은 맥락입니다. 요컨대 고통과 난관의 가치는 깨달음과 정진에 기여하는 데서 나옵니다. 다른 말로 보살도가 지향하는 의식의 끝없는 향상에 기여할 때 그것들은 가치가 있습니다. 그러면 의식은 어디까지 향상해야 할까요? 인간..

우주 의식의 치유력과 공부 얘기

저희 공부법에 있는 명상기도의 요점 가운데 하나는 신 의식이 내게 드러나 주십사 하는 것입니다. 솔로몬이나 다윗도 끊임 없이 당신을 보여주시도록 신께 기도합니다. 하지만 신은 시공을 초월하기 때문에 시청각을 벗어난 느낌으로 체험하는 것이고 그것을 알아보는 눈치가 필요한 것 같습니다. 장막을 뚫고 튀어나온다고나 할까요? 아주 미세한 것들을 전과는 달리 느끼면서 '뭐지?' 하는 의문을 가지고 살펴보곤 합니다. 예를 들면 어제 페이스북 친구가 소개한 나뭇잎 치료 얘기는 인상 깊었습니다. 식물들이 바로 우주 의식 또는 에너지와 직접 맞닿아 있으니 악수하듯 감싸는 것만으로 치유 체험을 했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오늘 아침에는 사람들이 체온을 재기 위해 줄서 있는 마당에 장수풍뎅이가 눈에 띄는 겁니다. 밟혀 죽을까 봐..

단상 2020.09.26

내려놓기 기법과 복성서

제가 처음 공부할 때 썼던 방편이 내려놓기(letting go)인데 그 요점은 부정적 감정을 놓아(끊어) 버리는 일을 3년 내외 하면 효과를 본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게 동아시아 문화에서 말하는 이치와 딱 맞다고 봅니다. 탄허스님 말씀을 인용합니다. "인간성, 불성, 신성을 구별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것은 어느 자리에서 쓰냐에 달려 있다. 성인은 그 모든 것이 성(性)의 마음자리에서 나온 것임을 알고 쓰기에 불성이니 신성이니 한다...성인은 성의 자리에 앉아서 쓰는 것이고 범부는 정(情)의 자리에 앉아서 쓰는 것이다." 성의 자리는 추구해서 얻어지는 게 아니라 정을 제거할 때 빛처럼 드러나는 것이라는 게 복성서의 말씀입니다. 그래서 일단 부정적 감정을 있는 대로 찾아서 없애 버리는 것인데 그것이 일상..

복성서 2020.09.25

이고와 이승훈, 그리고 종교

8-9세기 당나라 이고 선생에 대해서는 제가 많이 거론했지만 제 동기동창 덕에 이승훈 선생에 대해 더 생각하게 됩니다. 무슨 얘기냐면 이승훈 선생은 조선의 지배층이자 지식인이었음에도 왜 가문에 커다란 손실을 끼치게 된 서학의 선구자가 되셨을까 하는 데 생각이 미쳤다는 것입니다. 동시에 오늘날 세상에 구토가 날 정도로 민폐가 된 기독교가 떠오르는 것입니다. 아이러니지만 두 분 모두 당시 지배 이데올로기이자 문화 풍토를 조성한 종교와 관련해서 비슷한 결단을 하신 점이 제 관심을 끈 것입니다. 먼저 이고 선생은 불교도로서 선사들과 교류도 있었고 유엄선사에게서 견성 인증까지 받았습니다. 그럼에도 온갖 불재의 폐단이 극에 이르러 사람들의 눈쌀을 찌푸리게 하는 현실에서 불교와 결별하고 유교 경전 해설 속에 불교의 ..

단상 2020.09.24

누진통과 종심소욕불유구

어제 소크라테스에 대해 썼는데 그분은 신의 소리를 천둥처럼 들었다고 하죠. 저도 백년하청이긴 하지만 신께서 제게 말씀해 주시길 매일 빌고 있습니다. 실상 교회 다닐 때 기도란 신과의 대화라고 배웠지만 대개는 정형화된 기도를 외우거나 우리가 하고 싶은 말만 해댄 것이 솔직한 모습이었습니다. 하지만 에크하르트 님은 신이 우리에게 말씀하시는 게 바로 영혼 안에 신이 탄생하시는 것이라 합니다. 그 탄생을 위해서는 단도직입적으로 말해서 지속적인, 그리고 꾸준한 명상이 필요한데 바쁜 생활을 핑계로 그 점을 강조하는 교회를 보기 힘듭니다. 에크하르트 님은 영혼이 말씀을 받아들이려면 가장 순수하고 고귀하고 섬세해져야 하며 그러기 위해 영혼은 오관을 통하여 다양한 피조물을 향해 바깥으로 달려가지 말고, 전적으로 안으로 ..

단상 2020.09.24

동굴의 우화와 깨달음

오늘은 눈 밝은 분 또는 영적으로 눈치 빠른 분에게 한 가지 제안을 하려고 서두에서 좀 아는 체를 해봅니다. 제 블로그 '나비되기'에 있는 얘긴데 플라톤의 동굴 얘긴즉, 쓰기는 플라톤이 썼지만 실은 소크라테스가 플라톤의 형 글루콘과 나눈 대화입니다. 소크라테스의 실천이 남달랐던 이유를 잘 설명해주는 이야기죠! 즉 세상 현상은 마치 환자의 증세일 뿐 그렇게 병으로 드러나게 한 진짜배기, 철학적으로 말해서 실체는 따로 있다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우리가 보는 온갖 사회 현상은 그림자이고 그 그림자를 만드는 실체는 의식입니다. 그래서 소크라테스는 사회의 근본 치료를 위해 사람들의 의식을 바꾸는 일에 올인했던 것이라 생각합니다. 특히 젊은이들의 의식에 주목한 것 같습니다. 오늘날 자본주의 사회에서 성공의 기준은..

단상 2020.09.23

수행의 요결(要訣)

어제는 고교 동기들과 카톡을 하다가 한 친구에게 "자네가 민주당 지지한다고 핑크당 지지하는 동기들이 왕따를 시키면 친구라고 할 수 없지"라는 말을 해놓고 금방 역지사지를 하였습니다. 즉 직장 동기 하나가 우리 정부 정책을 마구 비난하기에 마음으로부터 멀리 하던 상태였거든요. 반성하는 마음에 바로 전화해서 제법 친구다운 감정을 넣어 회 살테니 한번 놀러오라고 했습니다. 직장 동료로서 유일하게 연락하며 지내던 친구였거든요. 또 저녁엔 현재 모든 상태는 신적 완전성의 표현이며 내가 체험하는 모든 것은 100% 내 책임이라는 가르침을 묵상하다가 제 아이들 관련해서 저의 몇가지 중대한 과오에 대해 부모 탓하고 교회 탓하던 게 있었습니다. 거기에 대해 반성하고 100% 제 책임을 인정하고 호포노포노 기도를 열심히 ..

누진통과 용호비결

모기 때문에 시작한 새로운 글쓰기가 한 주일만에 43꼭지(두세 줄 짜리도 있음) 14쪽이 되었습니다. 말하자면 글의 원재료를 모으는 것입니다. 몇 개는 벌써 이곳과 블로그에 옮겨 놓기도 했습니다. 원칙적으로 생각을 끊는 훈련과 더불어 의식을 관찰하는 것이기 때문에 쓸거리는 줄어드는 것 같습니다. 어쨌든 시간 활용도가 높아져서 되도록 불필요한 싸이트에 안 들어가고 정독을 겸한 번역을 다시 시작했습니다. 특별한 소득으로는 에고의 버릇을 즉각 고치거나 해야 할 일을 바로바로 실천하게 되고 제 힘으로 안 되는 건 기록과 동시에 초월적 도움을 간구한다는 것입니다. 모은 글을 한 번 가공한 것은 블로그에 모았다가 나중에 재가공하여 책을 낼까 합니다. 그 가운데 오늘 다루려는 것은 여섯가지 신통 가운데 누진통입니다...

단상 2020.09.20

망해버린 종교

어제 쓴 글에서 이고 선생과 이승훈 선생을 다루었습니다. 8-9세기 당나라 이고 선생에 대해서는 제가 많이 거론했지만 제 동기동창 덕에 이승훈 선생에 대해 더 생각하게 됩니다. 무슨 얘기냐면 이승훈 선생은 조선의 지배층이자 지식인이었음에도 왜 가문에 커다란 손실을 끼치게 된 서학의 선구자가 되셨을까 하는 데 생각이 미쳤다는 것입니다. 동시에 오늘날 세상에 구토가 날 정도로 민폐가 된 기독교가 떠오르는 것입니다. 아이러니지만 두 분 모두 당시 지배 이데올로기이자 문화 풍토를 조성한 종교와 관련해서 비슷한 결단을 하신 점이 제 관심을 끈 것입니다. 먼저 이고 선생은 불교도로서 선사들과 교류도 있었고 유엄선사에게서 견성 인증까지 받았습니다. 그럼에도 온갖 불재의 폐단이 극에 이르러 사람들의 눈쌀을 찌푸리게 하..

단상 2020.09.20

대학의 길과 여섯 바라밀

새벽 2시도 안 되어 모기에 물리는 바람에 잠이 깼습니다. 당직실엔 늘 모기가 있어 모기향을 피웠었는데 아침까지 피우면 연기가 가득 차는 게 우려돼 1/3정도만 피운 게 화근이었습니다. 금방 반성하기를 오래된 습인 희망에 치우친 비과학적 태도를 고쳐야 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확인되지 않거나 증거도 없이 별일 없을 것으로 치부하는 습성 말입니다. 살면서 많이 실패하고 주변 사람에게 태클을 자주 받는 것도 이러한 습성 때문이었다는 깨침이 듭니다. 어쨌든 좀더 과학적인 태도를 취하기로 결심했지만 우리가 겪는 일은 언제나 우리의 최고선을 위해 일어난다는 에크하르트 님의 말을 확인하는 계기도 되었습니다. 다른 날보다 더 많이 명상하고 더 많이 읽었기 때문입니다. 한 가지 깨달은 것을 적어볼까 합니다. 즉 커다란 ..

단상 2020.09.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