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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고와 이승훈, 그리고 종교

8-9세기 당나라 이고 선생에 대해서는 제가 많이 거론했지만 제 동기동창 덕에 이승훈 선생에 대해 더 생각하게 됩니다. 무슨 얘기냐면 이승훈 선생은 조선의 지배층이자 지식인이었음에도 왜 가문에 커다란 손실을 끼치게 된 서학의 선구자가 되셨을까 하는 데 생각이 미쳤다는 것입니다. 동시에 오늘날 세상에 구토가 날 정도로 민폐가 된 기독교가 떠오르는 것입니다. 아이러니지만 두 분 모두 당시 지배 이데올로기이자 문화 풍토를 조성한 종교와 관련해서 비슷한 결단을 하신 점이 제 관심을 끈 것입니다. 먼저 이고 선생은 불교도로서 선사들과 교류도 있었고 유엄선사에게서 견성 인증까지 받았습니다. 그럼에도 온갖 불재의 폐단이 극에 이르러 사람들의 눈쌀을 찌푸리게 하는 현실에서 불교와 결별하고 유교 경전 해설 속에 불교의 ..

단상 2020.09.24

누진통과 종심소욕불유구

어제 소크라테스에 대해 썼는데 그분은 신의 소리를 천둥처럼 들었다고 하죠. 저도 백년하청이긴 하지만 신께서 제게 말씀해 주시길 매일 빌고 있습니다. 실상 교회 다닐 때 기도란 신과의 대화라고 배웠지만 대개는 정형화된 기도를 외우거나 우리가 하고 싶은 말만 해댄 것이 솔직한 모습이었습니다. 하지만 에크하르트 님은 신이 우리에게 말씀하시는 게 바로 영혼 안에 신이 탄생하시는 것이라 합니다. 그 탄생을 위해서는 단도직입적으로 말해서 지속적인, 그리고 꾸준한 명상이 필요한데 바쁜 생활을 핑계로 그 점을 강조하는 교회를 보기 힘듭니다. 에크하르트 님은 영혼이 말씀을 받아들이려면 가장 순수하고 고귀하고 섬세해져야 하며 그러기 위해 영혼은 오관을 통하여 다양한 피조물을 향해 바깥으로 달려가지 말고, 전적으로 안으로 ..

단상 2020.09.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