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325

종교의 종언과 영성의 진화

오늘은 유튜브로 인도 영성을 공부했습니다. 인도 영성이라 하면 리그 베다를 비롯한 네 가지 베다를 통칭하는 우파니샤드의 가르침이며 대략 3000년 전부터 전해 내려오는 수행법입니다. 근대에 와서 라마크리슈나와 마하리쉬, 두 분에 의해서 되살려져 서양에 널리 퍼지기 시작했습니다. 요점은 궁극의 실체이자 비이원적 근원이기도 한 브라만에 이르기 위해 서너 가지 요가의 핵심 사항을 실천하자는 것입니다. 즉 명상, 무주상 보시, 근원에 대한 봉헌 등이 그것입니다. 다만 브라만에 대한 비이원적 앎에 이르기 위해 오랫동안 꾸준하고도 올바르게 수행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 점은 마이스터 에크하르트가 버리고 떠나 있음을 위해 글쓰기나 악기 연주와 마찬가지로 끝없이 연습해야 한다고 한 주문과 같습니다. 제 생각에 실상 동..

단상 2023.02.23

죽음에 대한 승리

오늘 우연히(라고 쓰지만 음악은 주로 TuneIn이란 앱으로 듣습니다) 만난 바하 칸타타 'Ich habe genug'를 들으며 함께 나누고 싶어졌습니다. 내용인즉 임종에 직면해서 마음상태를 표현한 것입니다. 두 가지가 제 마음에 떠 올랐습니다. 동영상에 영문 번역가사가 있으니 참고삼아 보시기 바랍니다. 1. 이 노래의 경지는 바로 호킨스 의식지수 600의 깨달은 경지다. 더 이상 부족한 것도, 필요한 것도 없다고 선언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 이 세상을 떠나도 좋다는 것이다. 이승 넘어 더 나은 평화와 쉼이 있다고 말한다. 여기저기서 읽은 게 생각나는데 그것은 이승을 떠나도 더 찬란하고 웅대한 상태로 진화해 갈 것이며 의식의 상승은 영원히 계속되는 일이란 것이다. 이것은 수행 공부의 목표로서 손색이 없..

단상 2023.02.06

근원과의 합일, 그리고 노후 대책

우연히 발음도 특이한 마이클 부블레라는 가수가 부르는 고향 노래를 들으면서 글재료 하나를 얻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고향 노래 가운데 하나는 가고파가 있습니다. 고향 노래와 더불어 심금을 울리는 주제가 애모와 이별의 노래일 것입니다. 이별은 만남의 이면이기 때문에 이별의 노래는 결국 사랑과 합일의 노래로 분류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이들 노래에 누구든지 끌리는 이유는 쌩뚱맞다고 할지 모르지만 우리 존재 심층에 있는 존재의 근원과 합일 본능을 자극하기 때문이라는 게 제 생각입니다. 오래 떨어졌던 고향엘 돌아가거나 애틋이 그리던 이성과 결혼한 경우를 살펴 봅시다. 많은 이들이 실제 체험했겠지만 고향에서 다시 일상에 깊이 매몰되거나 그리던 이와 결혼해서 오래 산 경우 우리가 그리던 애틋한 감정과 소망은..

단상 2023.02.04

여생의 소망

시간 여유가 생겨 유튜브를 보며 공부합니다. 평소 쌩뚱맞은 게 아닌가 하는 것 같은 제 생각과 같은 말을 하는 사람을 봤습니다. 첫째는 마이스터 에크하르트 사상이 불교와 같다고 하는 것이고 둘째는 명상 때 체험은 몸이 죽은 후 체험과 같다는 것입니다. 첫째 생각은 에크하르트 톨레가 확인해 주었는데 이 분이 말하는 것 가운데 새로운 탄생, 즉 우리 안의 더 큰 무엇을 체험하는 게 깨달음이란 말도 인상 깊습니다. 그 얘기는 그리스도가 니고데모와 대화에서 다시 나야 한다고 하신 장면과 겹쳐 느껴졌습니다. 에고 즉 생멸심, 복성서 용어로 정을 모두 그림자처럼 보게 되면 참나 즉 진여심, 복성서 용어로 성이 찬란히 드러날 거라는 가르침의 반복 내지 강조에 다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두 번째 생각은 조현 기자가 확..

단상 2023.02.02

미륵보살송과 동서의 신비주의

경허스님의 미륵보살송을 읽고 글재료를 얻는다. 두 가지를 주목하고 싶은데 첫째는 불가의 부처와 보살이 기독교의 성부와 성자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겠다는 것이다. 근거는 선가귀감에 의하면 아미타불의 속뜻은 무량광, 무량수이기 때문에 사실상 불가에서 받드는 불(佛)은 의식이 도달할 수 있는 지극한 경지에 붙인다고 추정된다. 동시에 보살은 개체성을 가지되 이미 부처와 합일한 인간으로서 최고 의식에 도달한 존재를 말한다고 전제하면 미륵보살송은 성부와 합일한 그리스도께 바치는 기도와 흡사하다. 한 부분만 인용하면 다음과 같다. "털끝만큼도 서로 떨어지지 말고 마치 그림자처럼 함께하려고 노력하라." 내 나름으로 다시 써보면 그리스도 의식과 완전히 합일함으로써 존재의 근원인 성부와 합일하려는 노력은 그리스도교 신비주..

단상 2023.01.29

번뇌와 업장의 해결책으로서 깨달음

동생네 스크린 골프장에서 일을 그만 두었다. 무슨 이유든 내게 일어난 일은 모두 내 의식이 초래한 것이라는 게 '그리스도의 편지'의 가르침이고 상식에도 맞다. 내 의식이 아주 높았다면 현명하고 부드러운 대화로 해결 못할 일이 없었을 것이다. 한 후배 지적대로 고집이 있는데다 영악하질 못한 게 내 성정이다. 달리 말하면 어렸을 때부터 경망하고 미련했고 초등 1년 담임 지적대로 꽁무니 빼는 습성이 있다. 그 모든 약점에도 불구하고 부모의 은혜와 좋은 운, 즉 무조건적 사랑(신성이자 존재의 근원, 그러니까 모든 존재의 참 부모) 덕에 잘 살아왔다. 달리 말하면 내 삶이 모두 공짜인 은총 덕분인데, 마치 내 덕으로 오인하며 살았으니 사실상 도둑질과 다름없다. 대부분의 사람이 그렇게 사니 대단한 과오도 아닐지 모..

단상 2023.01.28

경허스님, 그리고 성인

오랜만에 나만의 시간을 가진다. 유튜브에서 경허스님에 대해 다루는 걸 봤다. 알고보니 한겨레가 이미 다루긴 했다. 놀라운 사실은 경허스님이 전봉준 장군의 처남이라는 것이다. 그러니 동학에 깊이 관여하셨고 전장군 시신을 수습하신 정황 증거가 많다. 더 놀라운 사실은 스님의 대자대비심을 입증하는 일이 바로 문둥병 여자를 자신의 처자처럼 돌보셨고 그 인연인지 몰라도 문둥병자 마을에서 치유를 위해 오래 애쓰시다 피부병에도 걸리셨다는 것이다. 한편 참된 자비행은 진여를 깨달은 자만이 할 수 있다고 본다. 완전한 깨달음이란 근본적으로 나와 남의 이분법이 사라져 참말로 이웃이 내 몸으로 여겨지는 경지라는 것이다. 나처럼 대충 머리로 깨달은 자는 결코 문둥병자가 내 몸으로 여겨지지 않는다. 자비행이 그 정도가 아니라면..

단상 2023.01.26

유교의 창조적 재해석

아래 붙이는 동영상에서 3시간 20분경부터 나오는 결론 부분을 주목해 보았습니다. 결국 유교란 인간이 자신의 존재상태를 평생에 걸쳐 도야하면서 향상하도록 하는 가르침이며 그로써 스스로 이익이 되면서 세상을 이롭게 하려는 것입니다. 즉 자리이타(自利利他)를 목표로 하는 대승기신론의 수행법과 대동소이합니다. 그리고 서양은 그런 점에서 부족한 점이 있으니 배워야 하고 누군가가 유교를 창조적으로 재해석해 줬으면 하는 희망을 서양 학자의 입을 빌어 피력하고 있습니다. 그 앞에 세 시간 넘는 다큐를 봤지만 유교란 불교와 도교가 융합한 중국 선불교를 발전적으로 해체하여 사서삼경으로써 다시 쓴 사상임을 파악치 못하고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제가 쓴 '깨달음과 멸정복성'은 신유학으로 지칭되는, 다시 쓴 유교가 기독교와..

단상 2023.01.24

얼마나 인(仁)해야 하는지

일하면서 나와 기질이 다른 사람과 부딪치고 어쩔 줄 몰라 하는 것은, 내 속에 잠재된 지속적 비판의식, 내가 누군데 하는 자만심, 보다 근본적으로는 분노와 보복심 등이 있기 때문입니다. 마음의 혼란은 그러한 것을 의식하게 하므로 유익한 면이 있는 것 같습니다. 수행공부를 하는 자 또는 학인이라면 조건 없는 사랑이기도 한 인(仁)을 구현하려는 사람인데 그것을 얼마나 철저히 해야 하는지 강조한 말씀이 조차전패(造次顚沛)입니다. 즉 엎어지고 자빠지는 순간에도 인에서 벗어나면 안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안회의 경우 살펴보니 3개월 동안 그러했더라고 경전은 증언합니다. 그러한 경지는 미루어 짐작컨대 이미 인간이 근본적으로 변모해서 인과 하나 되었다고나 할까 덕이 체화된 상태입니다. 그러길래 안회를 공자님의 수제자..

단상 2023.01.18

학자와 학인

해방후 학자라 하면 동료 그룹의 검증을 거쳐 대학이 주는 학위를 받은 사람을 일컫는 것 같습니다. 그 기준으로 저는 학사에 불과합니다. 그러나 우리 문화의 근간에 있는 학(学)이란 안회의 심학이며 그 심학을 한 자 가운데 등용할 만한 자들을 관료로 썼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심학이 밝히고 피워낸, 즉 계발한 성(性)이 곧 천성이므로 모두 거기에 따라 살 때 평화로운 세상, 곧 지상 천국(우리식으로는 요순시대)이 된다고 본 것이 사서삼경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들 경전을 학습하는 자를 학인(学人)이라 합니다. 학인이 진보하면 군자가 되고 군자가 진보하면 성현이 되는 것입니다. 소인이 학을 통하여 구하는 게 인작이라면 군자가 구하는 것은 성현이 되어 궁극의 완전한 자유를 얻는 것인데 그것이 바로 맹자께서 지적하..

단상 2023.0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