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325

누가 깨달음을 얻을까

아침마다 '한경 아르떼' 티브이를 봅니다. 소년소녀 합창단 노래 가사가 글재료를 제공하네요! 요컨대 시간은 부족한데 대학과 취업 드라이브를 거는 교육에 대한 넋두리입니다. 그냥 '미래를 기대하지만 성공한 어른 되기' 힘들답니다. 바로 제 또래를 밀어 붙였던 과거를 고발하는 듯합니다. 왜 지금 여기서 무한한 의식(또는 진여)인 존재의 참 면목을 알아보는 교육을 못하는지요! 그저 누구든 세상의 통속적 믿음, 즉 아주 부실하고 야트막한 생각이 얼기설기 짜여진 믿음에 따라 숱한 시행착오를 체험한 다음 각자 찾아나서야 한다는 것 같습니다. 제가 초등학교 입학한 1962년부터 대학졸업한 1980년까지의 교육이 그러했습니다. 반 세기 이상 지나고 앞으로 반 세기를 가도 달라지지 않을 것입니다. 여러 분파로 나뉜 종교..

단상 2023.01.13

깨달음, 자유, 이목구비

채근담을 오래 읽었지만 이목구비가 질곡이더라 하는 문구가 요새 새록새록 합니다. 오랜만에 의미심장한 문구를 만나서 번역 하나 올립니다. 더 좋은 번역을 논의할 수 있으면 기쁠 것입니다. "깨달음, 즉 영원히 자유롭다는 것을 아는 것은 인간 진화의 최고봉이다. (그런데) 모든 것이 그것을 막는다. 일념으로 거기에 전념하는 사람은, 삶이란 강의 세찬 물살을 거슬러 올라가는 연어와 같다. 진정한 구도자는 진실로 삶을 온전히 살아 모든 것을 한계까지 시험해 보고나서 자유에 대한 열렬한 갈망을 채울 수 있는 게 이승에는 없다는 것을 추호도 의심 없이 깨닫는다. 상처와 실망, 공동체에 대한 필요성 또는 대안이 되는 삶의 양식에 대한 낭만 등으로 인하여 생긴, 영성에 전념하는 사람의 자유에 대한 열망은, 설혹 그것이..

단상 2023.01.11

교와 학

어제 아침 같은 시간에 자주 들르는 단골손님이 집안의 학벌 좋은 사람들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는 것을 들었습니다. 덩달아서 제가 받은 교육과 학습에 비추어 이 땅의 교육 풍토를 비판했는데 별로 호응을 받지 못한 것 같습니다. 그래서 생각을 정리해 봤습니다. 학(学), 공부 또는 수행이라 하는 것, 모두가 대학과 중용으로 돌아가는 것이라 봅니다. 서양이 신 개념으로 수행의 궁극을 말했다면 우리는 천(天) 개념으로 그것을 말한 것 같습니다. 중용을 읽고 생각컨대 신 또는 천과의 합일체험에서 교(教)가 나왔고 그것을 종교 또는 수도라 한다고 봅니다. 삶의 모습이, 새옹지마 우화가 보여주듯 덧없는 '제로 썸'일 뿐임을 겪고나서 이목구비가 모두 질곡이니 한계를 모르는 완전한 자유, 궁극의 자유로 가는 길을 닦으려는..

단상 2023.01.04

새해 계획

매장서 일하는 젊은 친구가 새해 제 목표가 무엇인지 물었습니다. 당연히 수행 공부 진도를 나가는 것이 목푠데 이 공부에 몰입하지 않는 사람들한테 그렇게 답하기가 석연치 않아 적당히 얼버무렸습니다. 제 노후 플랜은 60세를 첫해로 해서 9천일 동안 공부하고 3천일마다 책한 권씩 쓰는 것입니다. 지나 해 초에 한 권을 썼으니 2029년 말쯤 두 번째 책이 나올 것입니다. 그러니 올 해 계획은 이러한 장기 플랜의 수행이 됩니다. 무슨 수련이나 공부든 달인이 되려면 매일 쉬지 않고 연습에 연습을 거듭해야 합니다. 그 연습이 미흡할 때 남들도 알아보지만 가장 먼저 자신이 압니다. 그러니 절대 게을리할 수 없는데 돌아보면 연습이 미진하기 짝이 없습니다. 하지만 앞에 적은 대로 가급적 쉬지 않고 나무아미타불을 외고 ..

단상 2023.01.01

나무아미타불

국어공부를 잘 해야 심학을 제대로 할 것이고 심학을 제대로 할 때 이승에서부터 완전한 자유를 얻을 수 있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제가 따온 말씀들을 책으로 정리했지만 16쪽에 핵심 요결이 다 있습니다. 그 가운데 하나가 잘 때만 빼고 쉬지 않고 염송기도를 바치라는 게 있습니다. 염송기도 가운데 인기 있는 게 서양에는 향심기도가 있고 동양에는 나무아미타불이 있습니다. 후자의 기도가 뜻하는 바는 무량광-무량수인 아미타불께 모든 것을 의탁한다는 것입니다. 무량광-무량수를 영어로 하면 'infinite light, infinite life'쯤 됩니다. 제 생각으론 존재의 근원이자 절대자를 대신하는 표현입니다. 달리 보면 우리 존재의 참 본성이자 불멸하는 의식이기도 합니다. 그것을 신적 본성 또는 '참나(진여)'..

단상 2022.12.27

탐진치와 신적 사랑

Bhakti Sutra는 신애경(神愛經)으로 번역할 수 있겠습니다. 즉 박티란 신적 사랑을 뜻하며 경전 전체에서 신에 대한 사랑이 최고선임을 말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요점 가운데 중요한 게 탐진치의 소멸이 신애에 이르는 길이라는 가르침입니다. 결국 불교와 기독교의 핵심 진리에 통하는 얘기입니다. 탐진치는 호킨스 체계에서도 영적 삶으로 진입하기 위해 넘어야 할 세 가지입니다. 즉 Desire, Anger, Pride 모두 의식지수 200 바로 밑에 있습니다. 여기서 제가 발견한 것이 치심의 가장 큰 특징이 교만이라는 것입니다. 백성욱 선생도 공부가 잘 된다고 하는 마음이 치심이라 하셨습니다. 요컨대 탐진치의 소멸이 신인합일의 요결입니다. 제 책의 요점이기도 합니다.

단상 2022.12.26

기복 또는 복짓기

갑자기 든 생각이, 기복의 심리는 점수를 잘 받아 우등생이 되려는 태도와 비슷하다는 것입니다. 또는 선업을 쌓아 나중에 큰 효험을 보려는 심사와도 거의 같습니다. 하지만 신비 영성을 공부해보면 삶에 대해 근본적으로 다른 태도가 존재합니다. 세상 모든 것에 대한 창조 주체는 신 의식이든 인간 의식이든 의식이라고 보는 것입니다. 양자 역학의 성과도 같은 진실을 증거하는 것 같습니다. 요컨대 우리 존재 가운데 무상하지 않은 부분은 의식이고 그 의식이 모든 것을 결정짓는다고 보는 게 신비 영성이라는 게 제 생각입니다. 의식이 모든 것을 결정하니 의식만을 돌봅니다. 그런데 의식이 순수해지고 높아질수록 그 의식은 모든 존재를 하나로 보게 되고 따라서 '타(他)를 자(自)처럼' 사랑하게 되며 타의 이익이 자의 이익,..

단상 2022.12.24

연습과 달인

숏트랙 하다가 첼로로 진로를 바꾼 젊은이의 인터뷰를 봤습니다. 두 세계에 공통점이 있는데 그것은 항상 연습에 몰두하는 것이랍니다. 스크린 골프장에서 일하다 보니 연습이 최대 화두라는 걸 확인하게 되었습니다. 티브이 레슨을 봐도 결론은 꾸준한 연습이더군요. 이 대목에서 에하크르트 말씀이 떠오릅니다. 그분을 특징짓는 말인 '버리고 떠나있음(abgeshiedenheit)'에서도 글짓기나 악기 연주에서처럼 연습을 계속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연습의 목표는 달인이 되는 것입니다. 숏트랙이든 첼로든 골프든 달인이 되는 게 꿈이 됩니다. 버리고 떠나 있음에서는 에고 극복, 즉 극기 또는 멸정에 달인이 되어 신인합일에 이르는 것이 목표가 된다고 봅니다. 신인합일은 그리스도가 제시하신 첫째 계명과 같다고 생각하는데 오직..

단상 2022.12.20

멸정복성과 그리스도

멸정복성이 기독교인에게 낯선 게 아닙니다. 요한1서 2:15~16이 말하는 것과 같은 취지입니다. 세상 것 모두는 무상한 것이라는 선언에 통하기 때문입니다. 일단 인용합니다. "세상에 있는 모든 것, 곧 육체의 쾌락과 눈의 쾌락을 좇는 것이나 재산을 가지고 자랑하는 것"이 바로 생멸심 또는 에고가 하는 일이고 무상한 것이므로 그것들은 몸이 죽었을 때 아무 소용이 없다는 말입니다. 그래서 15절에서는 "아버지를 향한 사랑"과 세상 것에 대한 사랑이 배타적임을 말합니다. 아버지를 향한 사랑이란 바로 존재의 근원과의 합일을 말하는 것이며 그것만이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신인합일을 성취한 신비가로서 그리스도는 오직 전심전력 신, 즉 존재의 근원과 합일을 위해 노력할 때 나머지는 덧 없지만 그럼에도 다 잘 될 것이..

단상 2022.12.19

책의 요점 재론

대학 같은 과 후배들이 책 출간을 축하해주려고 모임을 했습니다. 언제나처럼 책 내용을 간단히 소개했습니다. 내용은 책 제목으로 요약이 되며 멸정복성이란 극기복례와 같은 말이고 영어로는 'Dissolving the ego, realizing the self"인데 대승기신론의 요점과 같다고 봅니다. 대승기신론은 인도 사상의 정수인 베단타 가르침과 같다고 생각하며 그 핵심은 그리스 등에 이미 전해졌거나 혹은 같은 체험을 한 분들이 다른 문화 속에서 다른 언어로 말씀해 놓았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오늘 진정으로 하고 싶은 말은, 종교와 유사 종교행위 모두에서 관찰되는 세상사 위주의 기복 신앙은 모두 단견의 소치이니 존재의 근원과 합치하고자 하는, 멸정복성을 통한 존재의 근본혁신이 지복을 얻는 지름길이라는 것입..

단상 2022.12.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