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한류는 지속할 것인가?

목운 2023. 12. 2. 11:14

금년 들어 우연히 케이팝을 위시한 한류 현상에 관심을 가지고 유심히 유튜브를 둘러 보았습니다. 엊그제 '세상 이야기'라는 채널을 통하여 거의 전폭적으로 동의할 수 있는 의견을 만났기에 요점을 옮기며 제 식으로 정리해 보았습니다. 요컨대 한류는 우리 민족의 경험과 성격 상 지속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입니다.

안중근 의사께서 꿈꾸셨던 동양 평화의 주도국, 그리고 백범 선생이 제창하셨던 문화 강국의 비전이 그냥 해본 소리가 아니라는 것을 절실히 느끼는 요즘입니다. 여러가지 면에서 백범 정신을 계승했다고 여겨지는 김대중 대통령이 대일 문화개방을 하면서 표방한 모든 명분이 옳았다고 생각합니다. 즉 김대통령은 그 당시까지 팽배했던 기술과 문화의 대일 종속이 이승만 이래의 대일 배척 내지 폐쇄에 있었다 보고 문화개방을 하면 일본 것의 표절과 자학사관을 극복하게 될 것이라고 하였습니다.

돌아보면 요새 중국이 겉으로는 우리나라를 경멸 배척하면서 몰래 표절하며 의존하는 일을, 우리도 오랫동안 했었다는 것입니다. 그것은 한편 따라잡으려는 욕망과 열등함을 숨기는 위선에 불과합니다. 어쨌든 대일 개방과 함께 권위주의 정권 내내 있었던 검열의 폐지 덕분에 표현의 자유가 대폭 확대되었습니다. 그 영향으로 영화 제작자들이 분발하여 60년대 이후 세계적으로 있었던 영화계 혁신에 부응하는 일이 우리나라에 발생한 것입니다. 그 결실이 봉준호 님의 기생충 아니겠습니까?

거의 동시에 같은 현상이 드라마와 음악 분야에서 일어났습니다. 세부적으로 보면 다른 나라에 비교할 때 우리나라에는 표현의 자유를 막는 터부(금기)가 거의 없습니다. 우선 아시아에서 가장 앞선 민주 시스템을 확립하고 그것을 성공적으로 운용한 경험 덕분에 권력 측의 금기가 거의 없습니다. 제가 볼 때 국방과 경제의 선진화 덕분에 친북, 친일의 금기도 서서히 무너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다음에 중요한 것은 지배적 종교의 부재로 종교적 터부가 없습니다. 또 비교적 단일한 민족 구성 덕에 인종적 금기도 없습니다. 특별히 에릭 프롬의 논의대로 비합리적 권위를 향한 저항과 조롱 정신은 그 어느 나라보다도 강력하다고 생각합니다.

다음에 물론 자본주의의 폐해를 우리도 겪고 있지만 1950년의 토지개혁에 더하여 내전으로 인해 전 국토가 철저히 파괴된 때문에 국민 대다수가 거의 동일한 출발선에서 삶을 운영한 결과 차별이 존재하기 어려운 사회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사실상 우리나라에서 비판의 성역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유럽의 경우 양차 세계대전의 트라우마 때문에  존재하는 금기가 다수 있습니다.  한편 미국을 거의 절대적인 멘토로 삼은 결과 문화산업에서도 철저히 경제원칙을 준수합니다. 좁은 국토와 인구 때문에 전 세계를 시장으로 보고 고위험-고수익의 모험 기업처럼 운영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모두가 상호 밀접한 얘기지만 지리적으로 척박한 환경에서 오직 살아남는 데 유리한 이념과 기술은 모두 받아들여 버릴 건 버리고 남은 것은 융합하여 쓰는 것이 민족성에 새겨져 있는 것 같습니다. 종교, 음식, 패션, 심지어 B급 문화라도 우리것으로 변형하여 다루기 때문에 작품 주제의 다양성이 타의 추종을 불허합니다. 게다가 우리가 가진, 식민지배가 아닌 피지배 경험은 세계 다수 민중에게 공감을 불러 일으키기에 부족함이 없습니다. 즉 우월성이나 가학성이 스며들기보다 그 반대의 정서를 극복하여 진일보한 상태를 표현하기에 유리합니다.

마지막으로 우리 드라마의 대형 작가는 과반수가 여성이고 웹툰의 경우는 비교적 젊은이들입니다. 대표적으로 사랑의 불시착, 대장금, 겨울연가, 미생 등입니다. 드라마 시청자의 주류는 여성이고 웹툰 독자의 대종이 젊은이라는 것은 주지의 사실입니다. 반복하고 싶은 사실은 우리에게 주류 종교는 없지만 준종교적인 유교의 경우, 조선이 망하고 일본과 미국의 지배를 겪으면서 한 번의 극복지양의 과정을 겪었다고 봅니다. 그 안에 있는  전근대성은 상당 부분 극복되었고 인간성 깊이 존재하는 인의예지 정신은 범세계적인 것이라 생각합니다. 또 왜정에 대한 투쟁 경험과 서너 명의 독재자 내지 부패 정권을 내치고 사법처리한 역사는 누구에게나 울림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더 길게 논의할 수 있지만 사실상 동아시아 문명의 기원인 천부경과 삼일신고에 담겨 있는 홍익인간의 단군 정신과, 인류 역사에서 유일하게 스스로 만든 문자인 한글은 이상의 모든 혁신의 배경이자 바탕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상의 모든 여건이 통째로 사라지지 않는 한 한류는 더 오래 지속될 것이며 지구 전체에 속속들이 전파될 것이라는 게 제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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