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의 편지

신의 통치로서의 천국

목운 2021. 1. 13. 05:59

“그러니까 하느님 나라가 뭐냐고요?” “그것은 온전히 ‘하느님’의 것이 된 마음과 심정의 상태입니다. 이런 상태에 있게 되면 ‘아버지’가 여러분 몸의 머리가 되어 모든 행동과 삶의 모든 것을 지휘하십니다.” “어떻게 그럴 수가 있단 말인가?“ ”자아를 비우는 것, 즉 이기적 욕망, 적의, 분노, 질투, 탐욕, 앙심 등을 완전히 비워서 마음과 심정 속에 오로지 ‘하느님’만이 남아 주재하는 것이 가능합니다.“(171쪽)

제가 신자였을 때 천국이란 신이 통치하는 상태라는 것은 배웠지만 거기에 이르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제대로 배우거나 실천하는 대신 교회 출석하는 것이 거의 절대적인 것으로 알았던 것 같습니다. 그랬기에 환갑이 다 되도록 천국 비슷한 상태에도 이르지 못하고 이리저리 방황했다고 생각합니다. ‘편지’도 그런 것들을 가르친 사람들이 “그저 경전에서 읽은 것을 되뇔 뿐 천국을 직접 알지 못한다”고 합니다(170쪽).

교회 출석이 아니라 매일 고요히 앉아 있는 시간을 내는 것이 참으로 중요하다는 것을 최근에야 알았습니다. 이미 지적됐듯이 이 일은 인생에서 가장 우선하는 일이 되어야 합니다. 다른 모든 일, 특히 생계를 위해 하는 학교 공부에는 엄청난 돈과 시간을 들여 수많은 사람들이 매진하지만 애석하게도 이 일은 각자에게 맡겨져 있습니다. 아무도 재촉하는 법이 없습니다. 그 중대성만큼은 알고 있기에 어떻게 해서라도 교회를 출석시키려 했지 않았나 추측합니다.

제가 파악한 바로는 인도 불교와 중국 도교가 융합된 선불교를 새로운 유학으로 변형시킨 이고와 그를 이은 주렴계를 학습하고 신유학을 완성한 주희에 이어지는 동아시아 지성인들이 실천한 핵심도 바로 이것입니다. 즉 자아 비우기의 다른 말인 멸정복성(滅情復性)과 극기복례(克己復禮)가 바로 그것입니다. 이 핵심 실천사항은 마태복음 16:24절에도 명시되어 있는데 그것은 바로 그리스도를 따르는 전제 조건이 “자기를 버리는” 것이라는 말씀입니다.

불가에서는 비워야 할 자아의 특징을 세 가지 독이라고 해서 탐진치라고 지칭했는데 그것이 바로 칼 융에게서 사용되기 시작한 에고이기도 합니다. 이 에고는 몸의 진화에 필요한 성질들이지만 신 의식을 나누어 받은 때문에 그것만으로는 결코 지극한 복락을 알지 못한다는 것이 성현들의 진단입니다. 그것들을 비워내는 방법이라면 ‘내려놓기(放下, letting go)’라는 말로 다양한 요령들이 산재해 있지만 ‘편지’에는 매우 자상하게 기술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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