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심법요 입문 21

선불교의 기원, 성장 및 전파

기원 고타마 붓다는 여러 제자와 청중의 근기에 맞게 가르침을 조절했다고 전해진다. 한번은 설법의 끝에 꽃을 따서 모여 있는 수도자들이 보도록 들었는데 그 행동의 심오한 뜻을 유일하게 알아챈 마하가섭이 미소로 응답했다고 한다. 나중에 붓다는 이 제자를 개인적으로 불러 말 없는 가르침, 즉 '마음으로 전하는 가르침'을 신비롭게 전했다. 다음에 마하가섭은 이것을 아난다에게 전했고 아난다는 28명의 인도 조사(祖師) 가운데 2대를 기록하게 되었다. 인도 조사의 마지막이 보리달마로 그는 6세기에 중국으로 갔다. 그는 중국에서 1대 조사가 되었고 그 가르침은 6대 혜능에게 전수되었다. 거기에서 종단이 분화되었고 더 이상 조사는 나오지 않았다. 종단의 기원과 발전에 관한 이론 불교가 공식적으로 중국에 소개된 것은 A..

전심법요 입문 2020.10.05

전심법요 번역자 서문

아래는 1958년 GROVE PRESS판 'The Zen Teaching of Huang Po, On The Transmission Of Mind'를 영문으로 번역한 John Blofeld(Chu Ch'an) 님의 서문을 우리말로 번역한 것입니다. 이 책은 9세기 중국 불자의 책인, 황벽의 전심법요의 완역으로 최초의 영문 번역이다. 여기에는 위대한 선불교 선사의 고귀한 가르침에 대한 간결한 설명이 들어 있는데 현대 서구 관행에 따라 선(Zen)이라 부르겠다. 선은 종종 동아시아에서 독특하게 발달한 불교로 여겨지지만 그 제자들은 그것이 고타마 붓다에게서 직접 나온 것이라고 주장한다. 전심법요는 정통 선불교 저작의 하나인데 금강경 가르침을 충실히 따르고 있다. 또한 혜능의 육조단경 정신과 밀접한 관계에 있다..

전심법요 입문 2020.10.05

쉬지 않고 기도하기

오늘은 제가 되도록 24시간 바치려 노력하는 기도를 공개합니다. 하나는 전심법요를 비롯한 선불교 가르침을 요약한 기도입니다. 요컨대 황벽 선사와 이고 선생의 저술에서 공통된 것은 과거를 기억치 말고 미래를 생각하지도 말라는 것(弗慮弗思)입니다. 그것을 한 방에 실천할 수 있는 기도가 과거에 대해 "몰라", 미래에 대해 "괜찮아"입니다. 다음 마하리쉬 님은 '나는 누구인가'를 탐구하여 깨달음에 이르기 힘든 사람은 자신과 그 삶을 완전히 신께 맡기라고 합니다. 그래서 "제 자신과 제 삶을 당신의 돌보심에 맡기나이다"라고 기도합니다. 줄여서 "모두 맡기나이다"라고 해도 되겠지요! 실상 이 기도는 나무아미타불과 같은 취지의 기도입니다. 왜냐하면 나무란 맡긴다는 뜻이고 아미타불이란 무한한 빛과 생명을 뜻하는 말이..

전심법요 입문 2020.08.25

에고 소멸과 명상

명상이 에고소멸의 첩경임을 말해주는 구절이라 공유합니다. 제가 사숙하는 이고 선생은 신유학의 비조이자 선불교 전통을 그대로 계승한 분입니다. 선불교라 하면 혜능으로 대표되는 중국 불교를 말하며 임제와 황벽에 이르기까지 그 전통이 잘 보존되어 있어 제가 자주 소개한 바 있습니다. 이고 선생은 이 선불교 계보 속에 있는 유엄선사에게 깨달음을 인증받았습니다. 배휴가 그 법어를 받아 적은 전심법요에서 황벽선사는 앞날을 생각하거나 과거를 곱씹지(思前慮後) 말라고 했으며 이고 선생은 이를 받아 모든 생각을 끊으라고(弗慮弗思) 하였습니다. 요컨대 깨달음의 첩경은 생각을 끊음으로써 일이 생기면 관여하지만 일이 없을 땐 무념의 상태이기도 한 아이의 심사(赤子之心)가 되라는 것인데 이는 동아시아에서 대인이나 성인을 표상하..

전심법요 입문 2020.06.30

과거와 미래를 생각지 않기

호킨스 박사에 따르면 황벽 선사는 동아시아에서 가장 높은 경지에 다다르신 분입니다. 이곳에 소개한 이고 선생은 청원 행사 선사 휘하의 약산 유엄께 배웠지만 황벽 선사는 남양 회양 휘하의 마조 도일과 백장 회해의 맥을 잇고 있습니다. 이고 선생과 같은 시대를 사셔서 더욱 감회가 깊습니다. 황벽 선사의 법어집 가운데 하나인 전심법요는 선종의 요지가 들어 있는 책으로 널리 읽혀지고 있습니다(김하풍, 신을 보는 길 부처를 보는 길, 223쪽). 전심법요에는 '언어도단 심행처멸'이라는 오늘날까지 인구에 회자되는 말씀을 비롯해서 명상과 깨달음의 요체이기도 한 과거를 생각지 말고 미래도 생각지 말라는 말씀이 있습니다. 옮겨보겠습니다. "실로 여래가 말로 가르칠 일정한 법이란 없다. 우리 종문은 이 일을 말하지 않는다..

전심법요 입문 2020.01.21

선의 황금시대 후기

어제 글의 연장이자 책의 후기 삼아 씁니다. 속물성에 대해서는 '알랭 드 보통'이 '불안'이란 책에서 심도 있게 다뤘지만 제가 볼 때 다음과 같은 특징이 있습니다. 우선 금전적 이익과 물적 소유 그리고 몸의 즐거움밖에 없는 듯이 삽니다. 그러면서 정신은 고귀한 것을 흉내냅니다. 두 번째로 이승 삶이 단판 승부인 것처럼 삽니다. 후생을 믿더라도 돈으로 살 수 있다고 봅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중세 면죄부 구매자들입니다. 그들이 대개 부호나 권력자였다는 것도 우연이 아닙니다. 그들은 내면이 고귀하지 않다는 의미에서 위선자이며 예수는 위선자를 깨우치기 위해 심하게 나무란 일도 있습니다.한편 저 자신도 속물을 완전히 벗어난 자는 아니지만 우리는 대개 '나는 해당 없다'는 심사에서 속물을 경멸합니다. 바이블도 마찬..

전심법요 입문 2018.11.16

훈련으로서의 마음 공부

'선의 황금시대' 논지의 핵심은 중국 선불교란 결국 외래종교인 불교와 자생종교인 도교가 하나되어 진화 발전한 것이라는 것입니다. 한편 노장 사상은 장자가 시도한 대로 이미 유교와 융합된 것이기도 합니다. 이고 선생을 사숙하는 저로서는 혜능의 맥을 잇는 두 줄기 가운데 청원 행사와 석두 희천 밑의 약산 유엄에 주목하면서, 다른 줄기인 남악 회양과 마조 도일 밑의 황벽 희운을 거론하고 싶습니다. 약산은 선종이 아니라 율종에 입문했다가 석두 희천과 마조 도일을 모두 모신 분입니다. 관료였던 이고 선생은 약산 유엄의 명성을 듣고 방문하여 깨우침을 얻었으나 당말의 척불 추세에 가담하여 말하자면 자신의 깨우침을 유교 언어로 바꾸어 복성서를 지으신 분입니다. 복성서는 주렴계와 주희에게 전승되어 신유학의 도화선이 되었..

전심법요 입문 2018.11.12

혜능의 근본 통찰 (2)

어린 시절에 혜능은 땔감을 팔아 가사를 도와야 했기에 문자를 접하지 못했습니다. 어느 날 땔감을 배달하고 돈을 받고 돌아서던 혜능은 문간에서 경전을 외는 소리를 듣자마자 곧바로 그 뜻을 깨쳤다고 합니다. 혜능이 깨달음을 얻게 된 말씀은 금강경의 "어디에도 머무는 바 없이 마음을 내라(應無所住 而生其心)"는 것입니다. 혜능은 참된 본성을 왕에, 마음을 그 나라와 신하에 빗대었습니다. 다시 말하면 본성은 마음 속에 머물고 마음은 본성의 움직임(책 84쪽)을 말합니다. 금강경의 말씀을 잘 들여다보면 마음은 부림의 대상입니다. 즉 본성의 쓰임새(用)일 뿐입니다. 선의 궁극 목적은 자신의 본성을 꿰뚫어보고 불성을 얻는 것인데 마음을 써서 알아낼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신하가 왕을 확실히 알아보고 왕의 뜻대로 움직..

전심법요 입문 2018.11.11

혜능의 근본 통찰 (1)

혜능에게는 5대 제자가 있었는데 남악 회양, 청원 행사, 남양 혜충, 영가 현각, 하택 신회가 그들입니다. 이 가운데 회양과 행사 휘하에서 약 200년에 걸쳐 가르침이 계승되어 선문오종이 생겨났습니다. 선문오종이라 함은 운문종, 법안종, 조동종, 위앙종, 임제종인데 모두 혜능의 근본통찰의 변주라고 봐야 합니다.혜능의 근본통찰이라 하면 먼저 외부 현상이란 모두 우리 본성 또는 진면목이 되비친 모습이나 메아리일 뿐이므로 본성을 바라보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고 보는 것입니다. 또 혜능은 경전에 의존하지 않고 문답을 통해 산모를 도와주는 산파의 역할에 충실했다고 합니다. 이 점은 동굴의 우화를 설하고 대화를 통해 그리스 사람들을 깨우치려 했던 소크라테스와 매우 흡사하게 여겨집니다.혜능은 비전(秘傳)을 묻는 중에게..

전심법요 입문 2018.11.10

혜능의 길과 신수의 길

육조 혜능의 스승인 오조 홍인은 "마음의 참모습이 무엇인지 모르는 사람은 제 아무리 불법을 공부해도 소용이 닿지 않느니라. 마음의 참모습을 알고 참된 자신을 찾은 사람은 사람됨을 깨달은 자, 신과 인간을 가르치는 사람, 곧 부처니라"고 하면서 혜능에게 몰래 옷과 밥그릇을 전합니다. (선의 황금시대, 61쪽)"혜능과 쌍벽을 이룬 제자 신수의 가르침은 계정혜를 닦음으로써 깨달음에 이르기 좋은 중하근기를 이끄는 대승의 길인 반면 즉각적인 깨달음을 말한 혜능의 가르침은 최상승의 근기를 가진 사람의 길이라 하겠습니다. (위 책, 66쪽). 혜능의 길은 단박에 참된 자신을 찾아 누가 뭐라고 하지 않아도 죄를 피하고 선을 행하게 되며 형언할 수 없는 자유와 평화를 누립니다. 반면 신수의 길은 계정혜 또는 육바라밀을 ..

전심법요 입문 2018.11.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