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심법요 입문

혜능의 근본 통찰 (2)

목운 2018. 11. 11. 06:59

어린 시절에 혜능은 땔감을 팔아 가사를 도와야 했기에 문자를 접하지 못했습니다. 어느 날 땔감을 배달하고 돈을 받고 돌아서던 혜능은 문간에서 경전을 외는 소리를 듣자마자 곧바로 그 뜻을 깨쳤다고 합니다. 혜능이 깨달음을 얻게 된 말씀은 금강경의 "어디에도 머무는 바 없이 마음을 내라(應無所住 而生其心)"는 것입니다. 

혜능은 참된 본성을 왕에, 마음을 그 나라와 신하에 빗대었습니다. 다시 말하면 본성은 마음 속에 머물고 마음은 본성의 움직임(책 84쪽)을 말합니다. 금강경의 말씀을 잘 들여다보면 마음은 부림의 대상입니다. 즉 본성의 쓰임새(用)일 뿐입니다. 선의 궁극 목적은 자신의 본성을 꿰뚫어보고 불성을 얻는 것인데 마음을 써서 알아낼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신하가 왕을 확실히 알아보고 왕의 뜻대로 움직일 때 천국이 도래한다고 보는 점에서 동서 영성이 같다고 생각합니다. 보통의 삶은 그저 마음이 가는 대로 살기 마련입니다. 혜능은 더럽혀지거나 집착하지 않는 마음으로 모든 것을 바라보는 것을 무심이라 하였고 이 무심 상태에서 무엇에도 구애받지 않고 삼라만상 안에서 자유롭게 마음이 움직이게 하는 것을 가르쳤습니다. 

혜능에게 중요한 것은 정신적으로 바깥 것에 집착하느냐 않느냐뿐이었습니다. 마음을 닦되 다른 이들과 함께 조화를 이루어, 나와 남이라는 족쇄 같은 생각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합니다. 그리하여 완전한 깨달음을 얻어 진짜 본성이란 영원히 변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고 합니다. 그렇게 해서 단 한 순간도 자기 본성에서 멀어지지 않아야 할 것입니다.

이상에서 미루어 정리하자면 혜능은 세상 속에서 닦음, 이분법을 벗어나기, 점진적으로 완성을 향해 감을 가르쳤습니다. 우리로서는 왕을 찾아 확고히 그 주도권에 따라 살기 위해 먼저 집착 없는 순수한 마음이 되어야 할 것인데 그것이 멸정복성의 과정이며 그 과정에서 규칙적으로 홀로 거하는 실천이 필요한 것입니다. (이상 선의 황금시대, 82~89쪽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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