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심법요 입문

전심법요 번역자 서문

목운 2020. 10. 5. 10:23

아래는 1958년 GROVE PRESS판 'The Zen Teaching of Huang Po, On The Transmission Of Mind'를 영문으로 번역한 John Blofeld(Chu Ch'an) 님의 서문을 우리말로 번역한 것입니다.

이 책은 9세기 중국 불자의 책인, 황벽의 전심법요의 완역으로 최초의 영문 번역이다. 여기에는 위대한 선불교 선사의 고귀한 가르침에 대한 간결한 설명이 들어 있는데 현대 서구 관행에 따라 선(Zen)이라 부르겠다. 선은 종종 동아시아에서 독특하게 발달한 불교로 여겨지지만 그 제자들은 그것이 고타마 붓다에게서 직접 나온 것이라고 주장한다. 전심법요는 정통 선불교 저작의 하나인데 금강경 가르침을 충실히 따르고 있다. 또한 혜능의 육조단경 정신과 밀접한 관계에 있다. 그런데 동아시아와는 떨어져 있지만 8세기 '티베트 사자의 서(Tibetan Book of the Great Liberation)'의 정신과 용어와 놀랄 정도로 닮은 점에 크게 인상받았다. 내 생각엔 이상 네 권의 책은 이제까지 영어로 소개된 최고의 지혜를 매우 분명하게 소개한 책들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책과 티베트 사자의 서는 서양 독자들의 요구에 가장 적합한 형태로 그 가르침을 제공하고 있다고 본다.

불교에서 전심법요의 위치
선은 중국과 동아시아 북쪽 국가들에 퍼져 있는 위대한 대승불교의 한 분파다. 따라서 그 가르침은 소승이나 남방불교 신도들에게는 정통 불교로 여겨지지 않는다. 하지만 소승의 주요 경전이 먼저 전해졌음에도 서구 학자들 간에는 소승불교를 불교의 저명한 설립자가 선포한 진리의 유일한 수호자라고 더 이상 한 목소리를 내지 않고 있다. 대소승 분리는 약 2천년 전에 북인도에서 대승 학자들이, 참된 가르침의 일부로 소승의 가르침을 받아들인 때 생겨난 것이다. 훨씬 뒤에 나타난 선은 불교의 모든 분파가 다양하게 진리를 전파하는 동안 선만이 가장 고귀한 가르침을 보존하고 있다고 하였는데 그 가르침은 제자 가운데 마음법을 전수할 수 있는 유일한 제자였던 마하가섭과 고타마 붓다 간에 있었던 신비한 마음 전수법에 기반한 것이었다. 이 이야기의 진실성에 관해서는 의견이 갈리지만 황벽 같은 선사들은 내면의 깊은 체험으로부터 분명히 말하고 있다. 황벽과 그 제자들은 진리에 대한 직접적 깨침에만 관심이 있었고 그들 믿음의 역사적 정통성에 대한 논의에는 조금도 관심이 없었다. 플로티누스와 에크하르트 같이 의식의 심층을 간파하고 내면의 빛, 즉 무소부재한 고요함을 직접 만난 위대한 신비가들은 궁극의 실재에 대한 그들의 체험에 대해 거의 이구동성이어서 나는 개인적으로 그들의 설명에 대해서 일말의 의심도 없다. 황벽은 아주 일상적인 말로 신비가들과 똑같은 체험을 분명히 기술하고 있는데 어쩌면 그 강도와 철저함에 차이가 있을지라도 보리수 나무 밑에서 고타마 붓다가 신비하게 깨달은 것과 같다고 본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절대적 진리가 여러 가지 형태를 가진다고 해야 할 것이다. 그것도 아니라면 이 모든 스승들이 자기 기만이라는 구름 속에서 길을 잃은 것이라고 믿을 수밖에 없다 하겠다. 따라서 선이 고타마 붓다에 의해 세워졌다는 주장의 근거가 아무리 희박할지라도 황벽이 고타마 붓다와 그밖의 사람들, 그리고 불자든 불자가 아니든, 그들이 말한 것과 같은 체험을 자기 방식으로 표현한 것이라는 것에 대해 나는 한 순간도 의심하지 않는다. 게다가 이 경전 번역을 시도한 이래 그것이 연꽃에서 태어난 파드마 삼바바가 지었다고 전해지는 티베트 사자의 서에 있는 가르침과 매우 흡사하다는 사실에 감탄하고 있었다. 두 책이 거의 비슷한 시점에 속하기 때문에 그것들이 같은 원전이나 구술에서 나왔을 거라고 보지만 각각이 서로 다른 두 사람의 영원한 진리에 대한 근접한 깨달음을 담고 있을 가능성이 더 큰 것 같다. 하지만 달리 볼 사람도 많고 어쨌든 내가 선의 전통적 기원과 그에 관한 현대 이론을 얼마간 설명하는 것도 적당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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