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죽음과 성장의 관계

목운 2020. 6. 20. 08:52

쉘드레이크의 'Science set free'를 1/5쯤 번역했는데 검색하다 보니 2016년에 이미 번역되어 나왔더군요. 미국에서 처음에 'Science delusion'으로 나왔기 때문에 번역 여부를 알 수 없었습니다. 아무튼 쉘드레이크는 유물주의 관점에 갇힌 과학계가 가진 여러 모순을 지적하려 했던 것 같습니다. 그는 또 스스로 영성주의자임을 자처합니다.

인상 깊은 것은 식물 세포에는 세포가 죽는 프로그램이 있으며 세포가 죽으면서 내는 옥신이란 호르몬이 나무의 성장을 자극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실상 씨앗은 본래 모습이 사멸할 때 비로소 거대한 새 생명으로 성장하는 것입니다. 여기에서 얻는 교훈은 우리 몸도 마치 씨앗과 같아서 그것이 완전히 해체될 때 새로운 성장의 동력이 된다는 것입니다.

제가 공부하는 교재 '그리스도의 편지' 가운데, 어떻게 세포막이 독성과 영양분을 분간하여 안으로 보낼 것과 밖으로 내버릴 것을 선택하는가 하는 말이 생각났습니다. 선택을 한다는 것은 의식이 있다는 것이고 그 의식은 편재한다고 보는 게 맞을 겁니다. 그 무한수에 가까운 선택행위를 우주 의식이라 할 수 있는 하나의 의식이 한다는 점에서, 그리고 그 하나의 의식을 플로티누스의 일자로 보면 과학과 철학, 영성이 하나가 될 수 있다고 봅니다.

어쨌든 참된 영적 성장의 길이 무엇인지 조속히 깨달아 몸이 완전히 파괴되는 순간에도 새 생명이 움트는 기쁨을 느낄 수 있도록 매일 의식이 성장해야 하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다만 매일 의식이 성장하는 비결은 사멸할 몸의 생존을 위해 존재하는 낮은 의식, 즉, 경쟁과 착취, 재빠른 판단과 이득 추구 등에서 벗어나서 되도록 저 우주 의식과 일치하는 데 있다는 것이 동서 영성의 공통된 가르침입니다. 그것을 위해서 유교는 내성외왕을 핵심 수행법으로 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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