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임종 준비

목운 2021. 11. 23. 08:09

모두 체험하는 일이지만 하나에 몰두하면 다른 것(오관이 감지하는 것)은 마치 없는 것이 됩니다. 화장실에서 페이스북 글을 읽다 들고 들어간 다른 물건을 두고 나왔습니다. 채근담에 있는 '이목구비가 모두 질곡'이란 말과 겹칩니다.

지난 주말에 소천한 고교 동기 때문인지 몸을 벗으면 의식만 남을텐데 오관이 감지하는 게 없으니 의식이 무엇에 몰입하는지가 핵심적으로 중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써봅니다. 붓다께서 '모두가 무상한지 알아라 그걸 잊고 사는 게 바로 무지다' 하신 가르침도 여기에 연결된다고 봅니다.

실상 이 공부를 위해 매일 좌선과 독서를 해온 지 만 8년인데 임종 준비로는 딱이라고 생각해서 누구한테라도 말해주고 싶은 일이기도 합니다. 2년 후에 그것이 책이 되면 더 바랄 게 없을 것 같고요.

참고로 질곡은 차꼬와 수갑이며 제가 교재 삼아 읽는 책에는 가죽끈과 쇠사슬로 써 있어서 우연치 않게 느끼기도 했습니다. 결국 삶은 진정한 자유를 찾아 습득하기 전엔 계속 부족감이 있습니다. 공자님은 그 경지를 종심소욕불유구라 하셨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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