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일상이 모두 도량

목운 2020. 3. 16. 09:54

함께 수행공부하는 분께 제 에고 분석을 부탁했더니 교사가 될 운명이라고 합니다. 제가 여러번 소개한 관음경 설화에 따르면 공부의 단계는 경전의 암기, 해석, 체험의 세 단계를 말합니다. 처녀로 화현한 관음과 결혼할 자격을 얻으려면 궁극의 가르침을 체험해야만 합니다.

지금 전력을 기울이는 일이 바로 이 일이기 때문에 이번 생에서 제대로 체험하게 되면 일부러 교사노릇 하려 하지 않아도 제 덕을 볼 사람이 있을 겁니다. 하지만 전생 이래, 특히 이번 생에 어리석음(치심) 때문에 지은 업장을 지우는 데만 시간이 부족할 지경입니다. 오직 근원(부처님 또는 그리스도)의 가피를 얻어 성취하기만을 빌고 있습니다.

소승을 쉽게 비판하지만 평생 봉쇄 수도원에서 도를 닦기만 해도 모든 의식은 통으로 하나이기 때문에 제대로 닦는다면 바로 세상 구원에 기여하게 됩니다. 대표적으로 소화 데레사는 감옥이나 다름없는 카르멜 수도원에서 살았지만 전교의 수호성인이 되었죠!

사실상 제대로 길을 들어선 수도자라면 이기적 목적으로만 도를 닦는 일은 가능하지 않다고 봅니다. 다만 공부 과정에서 쉬지 않고 상승하는 '곧고 좁은 길' 대신 중턱에서 경관 좋다고 노니는 일을 경계하기 때문에 소승을 자주 비판했던 것으로 이해합니다. 매일 견뎌야 하는 지루하고 누추한 일 모두가 도량임을 잊지 않으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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