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수도, 걸림돌 제거

목운 2021. 12. 17. 11:31

중용 첫머리에서 비교적 명쾌하지 않았던 게 교(教)입니다. 도란 심진여를 따르는 것이라고 이미 말했고 그 도를 닦는 게 교입니다. 이해가 안 될 때는 먼저 앞뒤 맥락을 고려하고 시공을 너머 내게 울림이 있는 해석이 무언지 자문합니다.

그리고 문자에 구애받지 말고 내 삶과 실천에 주는 의미가 무엇인지 스승들 가르침과 전공자들의 주석을 참고해서 나름의 해석을 하고 실천에 적용합니다. 이것이 제가 이종티엔 님에게서 배운 추상적 계승입니다. 그렇게 해서 특별히 교리로 확립된 것들까지 해체수준으로 읽고 버릴 것은 버립니다.

수도 즉 교에 대해서는 이기동 교수에 따르면 도를 방해하는 것, 걸림돌이 되는 것을 제거하는 일이라고 해서 유튜브 강의를 인상깊게 들은 적 있습니다. 그러니 교자를 쓰는 종교나 교육은 모두 수도를 위한 것이 되어야 한다고 본 것이 동아시아의 전통입니다.

그렇게 지덕체를 닦는 게 교육이건만 천작(天爵)이 아닌 인작(人爵), 즉 스펙을 쌓는 수단이 돼버린 게 종교나 교육 타락의 시작이라고 생각합니다. 오늘날 교육 시스템이 가장 뛰어나다고 길러낸 법조인들이 가장 탐욕스럽고 거짓된 모습을 보이는 현상도 그 때문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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