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성탄 덕담

목운 2021. 12. 25. 10:13

성탄에 딱 맞는 글이 안 떠올랐으나 호킨스를 복습하다 만난 구절로 썰을 풀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즉 "신자들을 포함한 보통 사람들은 신으로부터 분리되었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은 나머지 체험을 통해 신을 알 수 있는 가능성을 믿기 어렵다. (호모 스피리투스, 62쪽)"

체험으로 신을 안다 함은 궁극의 진리에 대한 확실성을 온몸으로 알게 되었다는 것과 같다고 생각합니다. 원시 이래 인간은 확실한 안전과 평화, 보호받음을 갈구하는 작은 짐승이었습니다. 문자가 발명되고 지식이 축적됨에 따라 자신감이 커지긴 했으나 궁극의 지혜와 안전에 대한 확신은 여전히 부족합니다.

그런데 축의 시대 전후에, 삶으로 그런 지극한 경지를 보여주었을 뿐만 아니라 가르침을 베풀고 게다가 진짜 평안 속에서 자신있게 좌탈입망하는 선생들이 나타난 것입니다. 그게 종교가 됐지만 그 안에 여전히 미숙한 자들이 체험으로 신을 아는 일에 몰입하기보다 내가 옳고 니가 틀렸다고 싸우기에 여념이 없었습니다.

그리스도가 신성만 가졌느니 물과 포도주처럼 인성과 신성이 섞였느니 하는 논쟁을 하면서 황제에 붙었다 떨어졌다 하며 싸웠던 게 초기 기독교 역사입니다. 그 뒤에도 더 많은 논쟁거리로 죽고 죽이는 싸움을 이어갔습니다.

제가 탈기독교 원칙 아래, 각 종교의 신비가라 할 수 있는 분들의 텍스트를 추상적 계승이라는 독법으로 통합적으로 읽고 실천하는 근거이기도 해서 인용하고 길게 논했습니다. 모쪼록 제 벗님도 체험으로 궁극의 확실성을 습득하시길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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