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명상의 조건과 효능

목운 2020. 3. 23. 08:58

운 좋게 처음으로 낸 책이 명상을 주제로 하는 책입니다만 이 간단한 공부는 서양의 신비가들과 동아시아 선비들이 실천했던 수행의 중추 가운데 하나입니다. 거기에 독서만 보태면 누구나 수행 공부를 제대로 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우리 쪽에서는 주로 정좌 혹은 좌선이라고 하는데 그저 앉아 있는 것이 기본이고 '선'자까지 붙으면 바로 제사를 지내는 일이기도 합니다(한자 '선'의 어원이 하늘에 제사지낸다는 뜻입니다). 어제 오늘 명상이 잘 되었는데 제 경우 그 판단 기준은 시간이 얼마나 빨리 간 것으로 느껴지나 하는 것입니다.

솔직히 명상에서 초월 체험이나 신비 체험을 기대하지만 우리 존재에게 그 상태가 항구하게 이뤄지는 것은 현실적이지도 않고 바람직하지도 않습니다. 왜냐하면 그 비슷한 체험은 임사체험, 유체이탈 체험도 있지만 미치거나 약물로도 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입니다.

보다 중요한 것은 명상에서 우리가 추구하는 것은 '나란 것인 진짜 무엇인지' 하는 정체성의 인식과 내 속 깊이 숨어 있는 핵심 감정과 믿음을 발견하는 것입니다(이 일은 에고 극복의 전제이기도 합니다). 여기에 더하여 단 한 순간의 초월체험을 얻는다면 더 바랄 게 없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그때 비로소 우리 존재는 무조건적 사랑이 되어 차별 없이 모든 존재에게 친절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저는 고린토전서 13장이 이 경지를 묘사한 것이라 생각합니다). 나아가 일상에 압도되거나 세파에 휩쓸리지 않고 삶의 모든 고난과 번거로움을 평온하고 지혜롭게 헤쳐나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 경지가 우리 전통에서 활연관통의 경지라고 봅니다. 속된 말로 '모든 것을 다 알기에' 다 받아들이고 인내하면서도 유머 의식까지 누릴 것입니다. 그렇게 이번 생 동안 계속 의식을 상승시켜 나갈 때 비로소 출구에서 스스로 즐거이 곡기를 끊는 좌탈입망이 가능해질 거라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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