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신애(神愛)와 천인합일

목운 2020. 3. 24. 14:59

제가 초등학생때 천주교 세례를 받았을 뿐 아니라 부친 따라 집안 제사에 모두 참석했습니다. 두 종교가 제사를 핵심으로 하고 있는데 형식에 불구하고 모두 하늘에 제사하는 것으로 보는 게 맞습니다.

이때 하늘은 물리적인 게 아님에도 가시 세계로 향하는 순간 신플라톤주의에서 말하는 다수성에 빠집니다. 달리 말하면 우상숭배에 빠집니다. 기독교의 실패나 유교의 실패나 오십보 백보라고 생각합니다.

홀로 고요히 앉아 있을 때 대면하는 허공과 같은 무엇이 바로 천인합일이라 할 때의 하늘이며 기독경에도 '고요히 있으라 그리고 내가 신임을 알라'고 해서 가시계의 신을 부인하고 있습니다. 이 내면의 하늘에 전력투구하라는 게 중용이고 그리스도의 1계명입니다.

하근기를 위한 십계명이나 유교의 예에 관한 디테일 모두 거기에 사로잡히면 결국 인간을 옭아매는 프레임으로 작용할 뿐입니다. 그래서 저는 기독교의 경우 유태교적 전통을 완전히 단절하고 1계명 준수에 철저해야 하고 유교의 경우 천인합일과 내성외왕에 전념해야 한다고 봅니다.

제가 발견한 바로는 전자를 위해서 가장 좋은 교재는 마이스터 에크하르트의 훈화(The Talks of Instruction, 영적 강화로도 번역돼 있음)이고 후자를 위해서는 이고 선생의 복성서가 있습니다. 두 가지 모두 간결하고 읽기 쉬워서 어떻게든 잘 소개하는 책을 내는 게 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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