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크하르트 입문

그리스도의 첫째 가는 계명과 정좌

목운 2020. 3. 27. 06:02

제가 여러번 지적했듯이, 그리고 제 40년 가까운 기독교 생활에서 보건대 기독교도는 그 안에서의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그리스도께서 말씀하신 첫째 가는 계명을 지키는 방법을 모릅니다. 그래서 두번째 계명인 이웃 사랑으로 대봉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첫째 계명을 모르기 때문에 두번째를 실천하면서 어그러지는 경우가 다반사죠!

에크하르트의 영적 강화(저는 훈화를 선호합니다) 둘째 장을 보면서 저는 동아시아의 수행을 떠올립니다. 왜냐하면 "모든 것을 이룰 수 있는 가장 힘 있는, 거의 전능에 가까운 기도와 무엇보다도 가장 가치 있는 행위는 텅 비어 있는 마음(ledigem Gemut, vacant mood)에서 나온다."고 하기 때문입니다. 펭귄판에서는 '텅 비어 있는 마음'을 '자유로운 마음(free mind)'으로 옮겼습니다.

저는 지눌 스님의 '공적영지(空寂靈知)'가 떠올랐습니다. 다시 2장을 보면 "텅 비어 있는 마음이란 바로 어떤 것에도 동요되지 않고 어떤 것에도 묶여 있지 않는 그러한 마음이다."라고 하는데 이 말은 "생각도 행함도 없고 고요해서 움직이지 않으며 우주의 근원과 소통한다(無思也 無爲也 寂然不動 感而遂通天下之故)"고 하는 주역 계사전에 조응합니다.

계속 인용하자면 "텅 비어 있는 마음이란 신의 가장 사랑스런 뜻에 온전히 침잠하는 것이며 자신의 것에서 벗어나 있는 마음이다."라고 합니다. 그리스도의 첫째 가는 계명을 속된 말로 하면 '신과 하나 되는 일에 몰빵하는 것'이고 그 점에서 기독경 가르침과 동아시아의 가르침은 상통합니다. 동아시아의 지성인들은 그 실천법을, 생각이 끊어진 자리(中)에 몰입하는(允執厥中) 정좌(靜坐)에서 찾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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