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크하르트 입문

신에 대한 사랑법

목운 2020. 3. 26. 09:03

마이스터 에크하르트의 영적 강화(Die Reden der Unterweisung, 이부현 님 번역)를 처음엔 강병욱 님의 번역(영성 지도, 2009, Play Store, Play Book)으로 여러번 읽었는데 이부현 님 번역과 펭귄 북의 영역(The Talks of Instruction)으로도 읽었습니다. 위 번역문들에 간간히 나오는 독일어를 보니 좀더 정확히 읽으려면 독일어 원전을 읽어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전공이 아닌 터라 이고 선생의 복성서는 현대 중국어의 도움을 받아 거의 10개월 동안 번역해서 블로그에 올려놓고 이곳에서도 수시로 소개했습니다. 복성서는 8~9세기 동아시아 최고수준의 의식에서 나왔다고 판단해서 그렇게 했는데 에크하르트 님의 위 책도 13~14세기 유럽 최고 지성에서 나왔다고 판단해서 좀더 깊이 파보려고 합니다.

이 책은 원래 제목이 없이 저작 경위만 설명돼 있는데 옮겨보면 "다음은 튀링겐 관구 관구장 대리이며 에어푸르트 수도원 원장이며 설교 수도회 수사인 에크하르트가 젊은 수사들과 나눈 대화이다. 젊은 수사들은 저녁 강화(Lehresprach) 때 나란히 앉아서 에크하르트에게 많은 것을 물어 보았다."고 되어 있습니다.

이 책이 중요한 것은 제 판단으로 그리스도가 첫째 가는 계명이라 한 '신에 대한 사랑법'을 논했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엊그제 논했지만 기독교나 유교가 하늘에 제사를 지내지만 참으로 신을 사랑하는 법에 대해서는 지극히 소홀한데 그것은 그 방법을 모르고 따라서 그것을 구현한 사람은 더 없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그것을 체험하고 실천했던 사람만이 그것을 가르쳐 줄 수 있건만 당시 기독교가 얼마나 엉터리면 에크하르트의 말을 견딜 수 없어 고위성직자 가운데 유일하게 그를 종교재판에 부쳐 이단으로 심판하였습니다. 제게는 복음서에서 당대 최고의 지성들이라 하는 학자들이 예수의 말을 못 알아듣는 장면이 떠올랐습니다. 오늘은 한 가지만 지적코자 합니다.

에크하르트는 마태복음 16:24절을 인용하고 있는데 '자기를 부인하는 일'을 "자아에서 벗어나(aus seinem Ich) 자신의 것과 결별하는" 것이라 합니다. 그때 신은 반드시 자신의 안으로 들어서게 된다는 것입니다. 제가 볼 때 이 점은 모든 신비주의의 요체이며 오늘날 이 점은 '아무것도 원하지 않을 때 모든 것을 끌어들인다.'는 말로 전파되고 있는 것을 봅니다. 너무 길어져서 다음에 또 다뤄보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