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크하르트 입문

신인합일에 이르는 길

목운 2020. 3. 30. 08:08

제가 초심자 중에 초심자지만 중용을 입버릇처럼 거론하고 에크하르트의 훈화를 함께 읽는 뜻은 동서 지성 가운데 신인합일을 실천하고 거기에 이르는 방법을 간절한 마음으로 기술한 글이 흔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곳에서 대략 5장까지 거론했는데 6장에서는 이 공부를 하는 자세를 세 가지 예로 강조합니다. 첫째는 목마른 사람처럼 해야 한다는 것이고 그 다음엔 글쓰기 훈련이나 바이올린 연주처럼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구체적으로는 "내적으로 홀로 있기를 배워야" 하며 "본질적인 방식으로 힘차게 신을 자신 속으로 모시고 들어와 자신의 모습을 (새롭게) 바꾸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합니다. "자신의 모든 것들에서 풀려나 모든 것들에서 완전히 자유롭게 머물 수 있도록 신적 현재에 푹 잠겨들어야 한다. 사랑하는 신의 모습에 의해 철저하게 모습이 바뀌어야 하고 신 가운데 자리잡고 있어야 한다."고 합니다.

이 일은 신적 현재(또는 현존)에 푹 잠기는 일이기에 정좌가 필수적이고 "초보일 때는 반드시 생각을 하고 신경을 써서 [글쓰기나 악기 연주처럼] 하나하나 익힐 수밖에 없다."고 하는데 제가 전에 인용했던 정은해 님의 유교명상론에 따르면 반성의식으로 수련을 하되 어느 단계에서는 반성의식이 소멸한다고 합니다. 달리 말하면 새로운 습(習)이 됨으로써 언제 어디서나 자연스럽게 신인합일이 될 것입니다.

에크하르트가 이 일을 완전히 몸에 익히지 않고 신참자들에게 (23개 장으로 나누어 적힌) '훈화' 말씀을 했다고 보는 것은 옳지 않을 것입니다. 6장의 요지는 21장에서 다시 강조되는데 요컨대 내적, 외적 상(bilden)을 벗어나 내면으로 깊이 몰입할 것을 요구합니다. 그러고나서 외적 일을 할 때 "내적으로 어디에도 매어 있지 않기를 배워야 한다."고 하여서 중용의 중화(中和)에 대한 가르침과 같다고 저는 봅니다.

어쨌든 "그런 수행을 하지 않은 사람에게는 익숙하지 않을 수밖에 없다. 이를 위해 대단히 끈질기게 노력하는 게 필요하다. (이부현 님 번역서, 60쪽)"고 하는데 동서양을 통틀어 극소수만이 실천한 것 같이 느껴지기도 하지만 한편 그런 분이 반드시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라 생각합니다!

'에크하르트 입문'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지어지선의 비결  (0) 2020.04.22
에크하르트 훈화와 대학-중용  (0) 2020.03.30
둘째 가는 계명의 전제  (0) 2020.03.28
그리스도의 첫째 가는 계명과 정좌  (0) 2020.03.27
신에 대한 사랑법  (0) 2020.03.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