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크하르트 입문

고통과 집착

목운 2020. 7. 3. 05:43

유튜브로 광우스님이란 분의 법어를 들은 적 있습니다. 아들과 일하던 농부의 아들이 갑자기 죽어버렸습니다. 그는 전혀 흔들림 없이 집에 연락하여 장사지낼 준비를 해오게 하여 일 마치고 아내와 딸과 함께 장사를 지내더라는 것이었습니다. 좀 극단적인 예라서 잊어버리질 못하는데 어떻게 슬퍼하지도 않고 자식에 대한 집착을 전혀 표하지 않는 게 가능할까 생각한 적 있습니다.

하지만 법어인 만큼 극적으로 집착을 버린 자의 예를 말하는 데 목적이 있었다는 것을 이해합니다. 이런 예만 보아도 그리스도나 붓다나 그 의식이 최고 경지에 도달하신 분들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 말씀을 꺼낸 이유는 어제에 이어 '신적 위로의 책'을 인용하기 위함입니다.

"만약 외적 사물을 잃은 손실이 나에게 고통을 준다면 이는 내가 외적 사물을 사랑함과 함께 진정으로 고통과 슬픔도 사랑하고 있다는 사실에 대한 참된 징표가 아니겠는가. 만약 내가 고통과 슬픔을 사랑하고 추구한다면 이럴 때 내가 고통에 빠져든다는 것이 뭐가 그리 놀랄 일이겠는가?(앞의 책, 128~129쪽)"

에크하르트는 잃어버렸다는 사실에 대한 집착에서 모든 고통이 온다고 합니다. 예를 들면 이별한 사람에 대해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것도 집착의 한 표현입니다. 미련에는 고통도 있지만 애착도 있습니다. 그러니 피조물에 대한 사랑도 오로지 '신 안에서만 이뤄질 때 참되고 올바른 위로를 어디서나 발견할 수 있다.'고 합니다.

모든 피조물이 무에서 왔으며 오직 신만이 존재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뒤에 나오지만 돈의 경우 잃버릴 수 있도록 많이 받은 것에 대해 감사하고 남은 것에 대해서도 감사하라 하듯이 헤어진 이에 대해서도 그를 만난 것에 대해 감사하고 원수든 애인이든 그 만남에서 받은 교훈이나 사랑에 대해 감사할 수 있어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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