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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생크 탈출과 선(禅) 공부

영화 쇼생크 탈출이 선(禅) 공부에 주는 시사점이 크다. 첫째는 이승 삶이 자유가 없는 감옥과 같다는 것, 둘째 자유를 위해 확실한 결단을 해야 한다는 것, 셋째 결단을 했으면 매일 단순한 작업을 해야 한다는 것, 넷째 다수의 사람은 이승 삶에 잘 적응하는 게 전부인 듯 산다는 것, 다섯째 어떤 이는 이승 삶이 너무 익숙해서 거기서 벗어나길 바라지 않는다는 것 등이다. 바가바드 기타는 이미 오래 전에 인간 삶이 몸의 생존에 국한될 때 그것은 실패한 삶이라 했다. 먹고 자고 짝짓기하고 생존을 위해 싸우는 것은 모든 생명체가 하는 일이다. 인간만이 '자기'라는 존재와 삶을 이해하고 체험을 통해 몸 살이를 초월한 삶, 즉 완전히 자유로운 삶을 살 수 있기에 이것을 이루지 못하면 삶을 낭비한 것이라 가르쳤다...

항복기심과 백지수표

오늘도 법문 듣습니다. 자기 포기가 바로 금강경 '항복기심'의 뜻인데 그 마음을 항복한다는 건 바로 나라는 게 없어지는 것입니다. 그런데 단지 고통이 싫어서 세상을 버리는 것은 진정한 자기 포기가 아니라 합니다. 모든 일이 순조롭고 근심걱정이 없을지라도 그 마음을 완전히 텅 비워버릴 수 있는지 묻습니다.열반락이란 포기한 만큼 정확히 비례한다고 하여서 마이스터 에크하르트 말씀과 일치합니다. 그리스도께서 말하는 마음의 가난 또한 같은 취지의 말씀입니다.마음의 가난은 진복(真福)의 요건인데 열반락과 마찬가지로 세상의 복락과 질적으로 다른 최상급의 복이기 때문에 진복이라 하는 것 같습니다.금강경이나 마이스터 에크하르트나 신약의 진복팔단이 똑같은 걸 말하는데 최고의 낙(樂)은 아상이 사라질 때, 즉 분별하는 마음..

마음의 가난

불이문의 목표는 마음에 티끌만한 무엇도 없는 것이다. 죽음을 삶과 똑같이 아는 경지로 가려 하니 그 어떤 것도 마음에 담아 두지 않는다.더 낫다든지 올바르다든지 깨끗하다든지 하는 분별과 판단이 있다면 더 낫지 못해서, 또는 올바르지 못해서, 또는 더러워서 마음에 그늘이 생기게 마련이다.이성의 유혹에 한순간 흔들리기도 하고 내 의견을 말하다 비판을 받고 반발심이 생기기도 한다. 나에 대한 집착이 아주 없어지면 그런 것을 극복할 수 있으리라.마음 깊은 곳에 아무 애착이 없어야 한다. 그게 바로 마음의 가난이다. 마음에 아무것도 담아두지 않으니 가난하다고 하는 것이다.

카테고리 없음 2025.05.17

무아와 아집

불이(不二) 법문을 들으며 무아(無我) 상태를 짐작해 본다. 무아란 나라는 생각 또는 내가 있다는 생각이 없는 상태라 한다. 그러기 위해 이분법적 시비분별과 모든 망상이 딱 멈춰야 한다고 배운다.내 체험으로 추론컨대는 금연 체험이 도움이 되는 것 같다. 내 경우 담배를 끊었는지 아닌지를 완전히 잊었을 때 금연에 성공했다. 금연했다는 생각이 떠나지 않는 한 금연에 실패했다. 그러니 내가 있다, 없다 하는 생각이 없으면 무아 상태가 아닐까? 돌아보면 유아기부터 상당 기간 동안 내가 있다는 생각을 못한 것 같다. 심지어 자전거에 치인 상처가 있음에도 그때의 나에 대한 기억이 1도 없다.오늘 법문에서는 '공부가 좀 되는 것 같다'라든가, '심간이 편하니 공부가 되는가 보다' 등등의 생각마저 없어야 진짜 공부하고..

단상 2025.05.15

이번 선거의 의미

어제와 오늘 한 여론조사 전문가의 진단과 러시아 언론의 한국 선거 보도를 접했다. 두 의견 모두 내 생각과 비슷했다. 이번 선거는 저쪽 당이 처음부터 정상적인 보수당이 아니었던 사실을 확인하는 과정일 뿐이다.인간현상도 자연현상의 하나일 뿐이기에 선업이든 악업이든 열매가 무르익으면 떨어지게 마련이다. 1919년 임시정부가 공화정을 시작한 이래 약 30년 외세의 직접 지배와 약 40년 군부를 통한 외세의 간접 지배를 거쳐 87년 자주독립의 민주정을 시작했다.정부 시작 후 약 70년 되는 1990년 지배 그룹은 민주화 세력 일부를 흡수하여 보수를 참칭했으나 본질은 수구, 반민족, 반민주, 지역차별 등을 존립 기반으로 했다. 요컨대 저들은 거짓 보수 세력이었다.97년 김대중의 평화적 정권교체 이후 3승 3패 -..

단상 2025.05.14

깨달음과 탈북자의 삶

마음의 완전한 안전과 평화를 의미하는 안심입명 또는 종심소욕불유구의 경지를 꿈꾸며 노력한, 약 10년의 과정을 책으로 정리하기까지 했다. 그 공부의 계기는 크게 넘어져 노숙자가 될 것 같은 위기를 맞이한 때문이었다. 하지만 작년에 다시 크게 속아넘어가 위기에 빠졌다. 두어 달 동안 간절히 구한 결과 만난 곳이 청혜선원이다.한 마음으로 두 달 열흘 정도 열심히 법문을 들었는데 내게 크게 부족했던 게 경허스님이나 많은 출가승이 초기에 빠졌던 오류였다고 생각한다.요컨대 깨달음에 관한 지식을 쌓는 것으로는 결코 깨달을 수 없다는 것부터 뼈저리게 알아야 비로소 길에 들어갈 수 있다는 것이다.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을 잊어버리고 직접 달을 보는 안내를 선지식한테 받는 일이 매우 긴요하다는 것이다. 아울러 공부 과정을..

프리즘과 색깔

오늘 청혜스님 법문은 프리즘과 거기를 통과한 빛이 색으로 드러나는 것을 비유로 본래 면목을 설명하는 것이었다. 우리 본래 면목은 투명한 프리즘이고 생각과 감정, 그밖의 모든 알음알이가 색깔이라는 것이다. 본래 면목을 체감하려면 그 어떤 분별이나 생각을 따라가지 말고 정지하라고 한다. 그때 마치 베일이 벗겨지듯, 장막이 찢어지듯 환하게 된다고 체험자들이 증언한다.색깔을 닦아 투명하게 되려는 것은 에고로 에고를 닦으려는 것이다. '하고자 하는' 또는 '되고자 하는' 모든 노력은 유위(有為)가 되어 무위(無為)로써 이루려는 불가나 도가의 길이 아니다.알음알이로 본래면목을 체험하는 것은 끝내 달은 못 보고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만 보는 일이어서 개운하고 말끔하지 못하다고 한다. 손가락 없이 달을 보는 것, 즉 ..

신비 체험

신비주의는 '나'라고 할 것이 사라져 인간이 신성 또는 불성과 하나가 된 체험에 관한 것이며 동양이나 서양 불문하고 거의 모든 종교에서 발견된다.그런 경지는 말로 할 수 없다는 게 정설이지만 그것을 체험한 신비가들의 글을 보면 공통점이 많다. 남녀간 로맨스에 대한 예술적 표현이 신비 체험을 닮아 있다는 점에 착안하여 이곳에 계속 소개하고 있다.오늘은 로마 교회 소속의 아빌라의 데레사 성인의 글이다."저는 이미 당신 것으로 태어났습니다. 당신께서 저를 만드시고, 용납하시고, 구원하셨습니다. 제가 당신께 돌아가기를 기다리셨고, 저를 당신의 소유라고 부르셨습니다. 하지만 이 가련한 제가 당신께 무엇을 드릴 수 있겠습니까? 당신께서는 사랑의 눈으로 저를 보시고 당신의 목적에 맞게 저를 빚어 주셔서, 마음과 몸과..

단상 2025.05.11

신비가와 로맨스

계속해서 신비가들의 사랑 고백을 옮깁니다. 이들이 체험한 경지가 진정한 로맨스의 원류라고 저는 봅니다."내 몸과 마음이 원하는 것은 오직 내 사랑 당신뿐입니다. 그밖에 아무것도 없습니다. 내 성공, 실패, 그리고 내 삶까지 당신은 내 전부입니다. 당신 없이는 아무것도 의미가 없습니다. 당신이 나를 요구하셨을 때, 나는 당신께 나를 맡겼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아, 그러니 당신이 원하는 대로 해 주세요. 나는 당신 것입니다. 내 마음속에 숨어 계신 당신을 발견했고, 그 덕분에 나는 환상의 바다에 빠지지 않았습니다. (힌두교 성자 마하리쉬)""친구여, 내 모든 여정 동안 당신은 내게 먹을 것을 주었습니다. 당신은 내 동반자이자, 숨결이자, 희망입니다. 내 기쁨입니다. 내 갈증을 채워주고, 길의 끝까지 함께 걸어..

단상 2025.05.08

선과 신비주의

신비가란 궁극의 실체와 합일을 추구하는 사람이다. 동서의 신비주의는 저 내재적이고 초월적이면서 이름 붙일 수 없는 실체(이것도 명사이기 때문에 그것이란 표현이 조금 더 낫다)와 하나가 되려는 관점이나 노선이다. 제가 이곳에 줄곧 올리고 있는 선(禅)이 바로 동아시아의 신비주의다. 요즘 동서 신비가들의 어록을 읽고 있는데 읽으면서 발견하는 게 문학이나 음악 등 예술이 추구하는 남녀간 로맨스는 모두 신비가의 체험을 모사(模寫)한 것이라는 것이다.하지만 인간의 로맨스는 유한하고 가시적인 범위에서 이뤄지기 때문인지 쉽사리 깨지거나 부패하기 쉬운 것도 사실이다. 다시 말하면 지루해지거나 심지어 추해지기도 한다. 하지만 신비가의 로맨스(?)는 지칠 줄 모르고 그야말로 신비하다. 오늘부터는 그들이 체험한 신비를 수..

단상 2025.05.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