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325

단군신화와 기독교

페이스북에서 개마고원과 단군신화에 대한 글을 읽고 글 한 꼭지 생각났습니다. 즉 단군신화의 심오한 의미가 떠올랐고 처녀 잉태를 고수하는 기독교의 무식한 용감함을 씹고 싶어졌습니다. 호랑이와 곰이 마늘을 먹으며 사람이 되고자 했다는 것은 우리가 '지감, 조식, 금촉'을 집중해서 상당 기간 실행할 때 동물성에 기반한 탐진치를 벗어나 완성된 인간이 됨으로써 세상을 다스려 평화를 조성할 수 있게 된다는 것으로 읽자는 것입니다. 그렇게 사람이 되어 환웅과 결합해서 단군을 낳는다는 것은 우리가 동물성을 극복하면 신과 하나가 된다는 메시지가 있는 것으로 읽힙니다. 이런 신화를 지어 구전해 준 선지자란 깨달은 분, 다른 말로 견성하신 분임에 틀림없습니다. 즉 체험을 이야기로 엮은 것이 신화가 된 것이라는 얘기입니다. ..

단상 2021.02.26

대속론과 깨달음 수행

페이스북에서 친구분 글에 댓글 달고 답글을 얻은 김에 희론을 벌이고 싶어졌습니다. 희론이란 실상 학문적-비학문적 모든 논설입니다. '언어도단 심행처멸'을 추구하신 황벽선사께서 극복하고자 초지일관 노력한 것이 희론이었습니다. 이 점은 또한 교외별전에 치중한 불교전통이기도 합니다(그러나 선종이 교종과 서로 보완한다는 게 보통 수행자에게 답입니다). 각설하고 40년 가까운 가톨릭 생활에서 끝까지 석연치 않던 게 대속론인데 우리 지성 역사에서 그것을 극복하는 노력을 다석 선생이 하셨다는 것을 이정배 님 글에서 알았습니다. 저는 영국의 보통 사람이 쓴 '그리스도의 편지'를 읽고 대속론이 엉터리라는 걸 확신했습니다. 즉 유태인들(실은 그 정도 의식 수준의 지구상 모든 부족들)이 동물의 피를 바쳐 신의 진노를 면하려..

단상 2021.02.20

명상과 불면증 2

엊그제 올린 앞글 '명상과 불면증 1'을 읽고 막 명상을 시작하신 분이, 생각을 끊는 일의 어려움을 토로해 주셨습니다. 처음 제가 시작하던 때와 같은 곤란을 겪으시는 듯했습니다. 삶을 근본에서 혁신하는 일이라 굳센 결의가 있어야 할 겁니다. 저도 처음에 10분을 지나는 게 진짜 일각여삼추였습니다. 하지만 저희 교재는 자세에 신경 쓰지 말고 기도문 외우면서 최대한 편하게 있으라고 하니 그 덕에 5년 이상 매일 하고 있습니다. 세상의 온갖 것에서 멋대로 들어와 앉은 생각들은 그야말로 마귀나 다름 없습니다. 그러니 매일 청소를 하는 것입니다. 이것들을 치워야 경전에서 읽은 말씀들과 느닷없이 들어오는 고귀한 생각, 즉 영감을 만나기 쉽습니다. 연륜이 길든 짧든 의지하기 좋은 기도가 나무아미타불이라 생각합니다. ..

단상 2021.02.19

명상과 불면증 1

집안 친척이자 중매를 선 당숙한테 속아 시원치 않은 집에 시집왔다는 억울감, 보도연맹 껀으로 당신을 사랑해 주시던 오빠가 희생당하셔서 인생이 꼬였다는 아쉬움 등을 털어놓으시는 모친. 게다가 시류에 푹 젖어 티브이 조선 프로에 빠지셔서 출연자의 속사정까지 속물적 가치관과 더불어 찬사를 풀어 놓으십니다. 동생 부부와, 조카가 가까운 동네로 이사오는 얘기에 덧붙여진 폭등한 아파트값 얘기. 거기에 내가 들은 얘기라 동탄 아파트값이 오른 얘기를 얹는 나. 명절만 되면 기복적 심사를 상호점검하는 듯한 분위기. 나도 싫다! 마음까지 심란해집니다. 그래서 우리 애들이 명절 모임을 제일 싫어하는 것으로 이해합니다! 요새 연재하는 글에 6년 가까이 명상하며 수행하는 삶을 살았더니 편두통을 비롯한 모든 건강 문제가 사라졌고..

단상 2021.02.14

보살로 살기

이순(耳順)이 넘어서야 삶의 의의와 목표를 분명히 밝혀 붙잡게 되었습니다. 한 길로, 외길로 오른다 함은 의식에서 그리 한다는 것입니다. 제가 이해하는 한, 동아시아의 무극에 해당하는 우주의식은 궁극의 평형상태이자 평화이며 고요입니다. 태극에 해당하는 신 의식은 음양의 활동이며 바로 전자기와 같습니다. 전기력이 양이면 자기력은 음입니다. 우리 선조들은 무극이 태극이라고 가르치셨습니다. 한편 신 의식은 무한히 자비롭고 어진(仁), 조건 없는 사랑이기도 합니다. 진화에서 몸을 얻은 우리는 그 몸의 생존에 기여한 에고 충동을 완전히 이해하고 부려 몸을 가진 동안 인(仁)을 구현하는 게 사는 목적입니다. 이제 남은 삶 동안이나마 의식을 최고로 향상시켜 최고의 보살이 되는 것이 바로 지어지선의 뜻이며 종심소욕불유..

단상 2020.11.05

불순물로서의 에고

제가 직장에서 실수로 젊은 상사에게 꾸지람을 당하여 거의 에고가 죽음에 이르는 일을 가끔 만납니다. 그런데 공부가 진전되면서 전보다 그런 기회를 더 잘 관리하고 극복하는 것 같습니다. 특히 다음과 같은 말씀이 큰 도움이 됩니다. 실상 시공을 초월하는 신께서 우리에게 말씀하시는 방법은 오감을 초월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만난 구절을 번역해 봤습니다. 그 맥락이 에크하르트가 쓴 신적 위로의 책과 일치하기도 합니다. 즉 "역경을 마치 스스로 선택한 것처럼 환영하시라. 그것은 본래 당신이 아닌 것을 태워 없애려고 여기 있는 것이다. 황폐한 곳에 있는 다이아몬드처럼 불순물을 비우면 당신은 갈고 닦아지는 것이다... 무(nothing)가 됨으로써 당신은 모든 것이 된다. (Anu Mullick Kaul)..

단상 2020.10.24

우주 의식의 치유력과 공부 얘기

저희 공부법에 있는 명상기도의 요점 가운데 하나는 신 의식이 내게 드러나 주십사 하는 것입니다. 솔로몬이나 다윗도 끊임 없이 당신을 보여주시도록 신께 기도합니다. 하지만 신은 시공을 초월하기 때문에 시청각을 벗어난 느낌으로 체험하는 것이고 그것을 알아보는 눈치가 필요한 것 같습니다. 장막을 뚫고 튀어나온다고나 할까요? 아주 미세한 것들을 전과는 달리 느끼면서 '뭐지?' 하는 의문을 가지고 살펴보곤 합니다. 예를 들면 어제 페이스북 친구가 소개한 나뭇잎 치료 얘기는 인상 깊었습니다. 식물들이 바로 우주 의식 또는 에너지와 직접 맞닿아 있으니 악수하듯 감싸는 것만으로 치유 체험을 했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오늘 아침에는 사람들이 체온을 재기 위해 줄서 있는 마당에 장수풍뎅이가 눈에 띄는 겁니다. 밟혀 죽을까 봐..

단상 2020.09.26

이고와 이승훈, 그리고 종교

8-9세기 당나라 이고 선생에 대해서는 제가 많이 거론했지만 제 동기동창 덕에 이승훈 선생에 대해 더 생각하게 됩니다. 무슨 얘기냐면 이승훈 선생은 조선의 지배층이자 지식인이었음에도 왜 가문에 커다란 손실을 끼치게 된 서학의 선구자가 되셨을까 하는 데 생각이 미쳤다는 것입니다. 동시에 오늘날 세상에 구토가 날 정도로 민폐가 된 기독교가 떠오르는 것입니다. 아이러니지만 두 분 모두 당시 지배 이데올로기이자 문화 풍토를 조성한 종교와 관련해서 비슷한 결단을 하신 점이 제 관심을 끈 것입니다. 먼저 이고 선생은 불교도로서 선사들과 교류도 있었고 유엄선사에게서 견성 인증까지 받았습니다. 그럼에도 온갖 불재의 폐단이 극에 이르러 사람들의 눈쌀을 찌푸리게 하는 현실에서 불교와 결별하고 유교 경전 해설 속에 불교의 ..

단상 2020.09.24

누진통과 종심소욕불유구

어제 소크라테스에 대해 썼는데 그분은 신의 소리를 천둥처럼 들었다고 하죠. 저도 백년하청이긴 하지만 신께서 제게 말씀해 주시길 매일 빌고 있습니다. 실상 교회 다닐 때 기도란 신과의 대화라고 배웠지만 대개는 정형화된 기도를 외우거나 우리가 하고 싶은 말만 해댄 것이 솔직한 모습이었습니다. 하지만 에크하르트 님은 신이 우리에게 말씀하시는 게 바로 영혼 안에 신이 탄생하시는 것이라 합니다. 그 탄생을 위해서는 단도직입적으로 말해서 지속적인, 그리고 꾸준한 명상이 필요한데 바쁜 생활을 핑계로 그 점을 강조하는 교회를 보기 힘듭니다. 에크하르트 님은 영혼이 말씀을 받아들이려면 가장 순수하고 고귀하고 섬세해져야 하며 그러기 위해 영혼은 오관을 통하여 다양한 피조물을 향해 바깥으로 달려가지 말고, 전적으로 안으로 ..

단상 2020.09.24

동굴의 우화와 깨달음

오늘은 눈 밝은 분 또는 영적으로 눈치 빠른 분에게 한 가지 제안을 하려고 서두에서 좀 아는 체를 해봅니다. 제 블로그 '나비되기'에 있는 얘긴데 플라톤의 동굴 얘긴즉, 쓰기는 플라톤이 썼지만 실은 소크라테스가 플라톤의 형 글루콘과 나눈 대화입니다. 소크라테스의 실천이 남달랐던 이유를 잘 설명해주는 이야기죠! 즉 세상 현상은 마치 환자의 증세일 뿐 그렇게 병으로 드러나게 한 진짜배기, 철학적으로 말해서 실체는 따로 있다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우리가 보는 온갖 사회 현상은 그림자이고 그 그림자를 만드는 실체는 의식입니다. 그래서 소크라테스는 사회의 근본 치료를 위해 사람들의 의식을 바꾸는 일에 올인했던 것이라 생각합니다. 특히 젊은이들의 의식에 주목한 것 같습니다. 오늘날 자본주의 사회에서 성공의 기준은..

단상 2020.09.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