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6 6

식자(또는 학인)의 의무

대학물 먹어서 먹고 사는 일 말고 뭐했는데라는 물음에 어떻게 답할까? 부모님 소망이 겨우 그것이었을까? 과거(科擧)에 올인했던 선비들은 무엇을 남겼나? 권세를 부리고 가문을 일으키는 것이 전부인가? 왕권을 지키는 데 기여한 것이 다일까? 조선이 망하는 과정을 보면 왕권이란 게 얼마나 웃긴 것인지 알 수 있습니다. 위 물음들에 대해 사(私) 없이 공(公)에 무슨 이익을 주었는지 답하는 게 소위 식자(또는 학인)의 의무라 생각합니다. 사서삼경 말씀이 모두 여기에 모아져 있다고 보면 과히 틀리지 않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공부가 제대로 됐다면 이순신 장군에게서 보듯 공에 철저한 삶이 왕권에 기여하거나 민생에 기여하거나 하는 것은 그때그때 다르게 구현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사 없이'를 실천하기 위해 규칙적으..

단상 2021.06.26

존재의 법칙

다음은 새로운 환경, 인간관계, 성공이나 실패, 번영이나 궁핍을 창조하는 인간 능력을 관철하는 ‘존재의 법칙’이다. 인간은 자신이 좋거나 나쁘다고 뿌리 깊게 믿는 것은 그것이 무엇이든 믿는 대로 그렇게 된다. 다른 사람이 자신에게 무엇이든 행할까봐 두려워하는 것은 그대로 겪게 된다. 다른 이들이 자신에게 해주길 바라는 것은 그것이 무엇이든 먼저 그들에게 해주어야 한다. 왜냐하면 다른 이들을 축복해주는 만큼 되돌려 받을 축복의 ‘의식 패턴’을 만들어내는 것이기 때문이다. 어떤 질병이든 두려워하는 대로 거기에 걸려들 것이다. 왜냐하면 그럴 때 자신이 가장 바라지 않는 바로 그것과 같은 ‘의식 패턴’을 만드는 것이기 때문이다. 사람의 심정에서 나온 것은 무엇이든지 때가 되면 다른 모습을 띠고 그에게 되돌아간다..

유불선과 그리스도의 계명

탄허스님은 경전에 초등생용, 대학원생용 말씀이 섞여 있다는 말씀을 하십니다. 논어에서도 이인편의 인의 실천과 마지막의 윤집궐중이 대학원생용인 것 같습니다. 인의 실천에서 단 한 순간도 벗어나면 안 된다는 게 밥먹을 시간, 또는 황급하거나 넘어지는 순간에도 벗어나지 말라는 것이고 그게 가능하려면 윤집궐중을 실천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세상사를 처리하면서 그게 가능하겠냐 해서 돌아가려는 길이 사추덕의 실천이니 십계명의 준수니 하는 것인데 이고 선생은 그런 건 다 에고로 에고를 어떻게 해보려는 것이니 생각 끊기를 통해서 인의 자리에 들어 앉아 있어야 한다는 것을 4서3경과 유교의 성인을 거론하여 논했습니다. 복성서가 그 논문인데 염계와 주희를 거쳐 신유학이 되었지만 사실상 불교나 도교 수행과 다름 없습니다. 그..

블로그를 책으로 내기

페이스북 대문에 책 쓴다고 광고를 해놓았습니다. 칠순을 목표로 유유자적하며 원고를 만드는데 80%정도는 된 것 같습니다. 3부로 틀을 짜고 1부는 '그리스도의 편지' 묵상집, 2부는 '편지'의 논설과 메시지 번역입니다. 3부는 제 독학 내용을 소개하는 에세이입니다. 에세이는 이고 선생의 복성서, 마이스터 에크하르트의 훈화, 데이비드 호킨스 박사의 레팅고를 독해하면서 수행법을 소개하는 것인데 기본적으로 명상의 의의, 근거, 방법 등에 더하여 마음을 정화하고 비우는 비법을, 동서고금 (그리스도와 붓다를 제외하고) 최상급에 드는 스승들의 텍스트라서 지인들과 공유하려는 것입니다.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더니 꿰는 일이 힘들지만 몰입도 되고 쓰는 과정에서 저절로 심도 있게 공부를 하게 됩니다. 칠순까지 아..

단상 2021.06.13

수행과 임종대책

수도라는 말은 중용의 말이고 수행이라 하면 불교 느낌이 납니다. 중용에서 수도란 천하지대본인 중을 지키는 삶에 저해가 되는 모든 것을 막고 치우는 것입니다. 불교의 수행은 실상 6바라밀의 실천을 말하기에 출가-재속 가릴 것 없이 요점은 같습니다. 선불교를 계승한 이고 선생의 복성서는 4서3경으로 불교 수행을 설명한 논문입니다. 대학과 중용을 기둥으로 삼은 전통도 여기에 기인합니다. 그런데 불교를 너무 싫어했던 주희가 이고 선생을 계승한 주렴계를 비조로 삼음으로써 복성서는 그 위상을 못 찾고 있습니다. 복성서의 요점은 중용의 노선에 따라 수기중과 격물치지(이고 선생에 따르면 中과 和 가운데 和의 실천방법입니다.)로 조건없는 사랑의 다른 말인 인(仁)의 자리에 들어앉아 황급하거나 걸려넘어지는 순간에도 인에서..

단상 2021.06.08

공자님과 예수님의 공통점

제가 쓰려는 책의 주제 가운데 하나는 기독교에서 그리스도 빼고 다 버리고 유교에서 공자 빼고 다 버려야 한다는 것입니다. 양쪽의 원리주의자들은 스승이 당대 여건에서 대부분이 하근기인 주변 사람들과 논의했던 것까지 최상의 규율로 여김으로써 가르침 가운데 가장 중요하거나 핵심적인 것을 결과적으로 등한시하게 만듭니다. 예를 들면 이쪽에선 3년상 논쟁이 그렇고 저쪽에선 이혼 논쟁이 그렇습니다. 제 짧은 소견으론 공자님 실천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안회와의 대화입니다. 그것이 장자에 실려 있다고 경시하는 것 같은데 실은 안회가 왜 유교의 성인인지 하는 판단의 근거는 거기서 논의한 심재-좌망의 가르침에 있다고 봅니다. 심재와 좌망을 기초로 하고 조건 없는 사랑의 다른 표현인 인(仁)에서 벗어나지 않았기에 안회가 ..

단상 2021.06.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