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공자님과 예수님의 공통점

목운 2021. 6. 5. 10:53

제가 쓰려는 책의 주제 가운데 하나는 기독교에서 그리스도 빼고 다 버리고 유교에서 공자 빼고 다 버려야 한다는 것입니다. 양쪽의 원리주의자들은 스승이 당대 여건에서 대부분이 하근기인 주변 사람들과 논의했던 것까지 최상의 규율로 여김으로써 가르침 가운데 가장 중요하거나 핵심적인 것을 결과적으로 등한시하게 만듭니다.

예를 들면 이쪽에선 3년상 논쟁이 그렇고 저쪽에선 이혼 논쟁이 그렇습니다. 제 짧은 소견으론 공자님 실천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안회와의 대화입니다. 그것이 장자에 실려 있다고 경시하는 것 같은데 실은 안회가 왜 유교의 성인인지 하는 판단의 근거는 거기서 논의한 심재-좌망의 가르침에 있다고 봅니다. 심재와 좌망을 기초로 하고 조건 없는 사랑의 다른 표현인 인(仁)에서 벗어나지 않았기에 안회가 성인 반열에 오른 것입니다.

그저 통속적인 것으로 만족하는 이들은 논어 선진편에 나오는 "안회는 거의 성인인데 자주 텅 비었다.( 其庶乎 屢空)"는 공자님 말씀을, 안회의 쌀독이 자주 비었으니 가난하지만 안빈낙도 했다고 여기고 실천하는 바가 없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텅 비었다는 것을 '소아(小我) 또는 에고를 비웠다'는 것으로 읽어야 한다고 봅니다. 그것은 심재- 좌망에 대한 공자님 가르침 때문에 그렇습니다. 즉 심재와 좌망의 핵심은 정좌를 거듭해서 에고 또는 '나'라는 의식이 사라졌음을 설파하는 것이고 그것이 바로 동아시아에서 유불선 불문하고 성인의 판단 기준이었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기독교에 대해서도 한 마디만 하면 비슷한 맥락에서 마태복음 16:24의 '자기를 버리는' 수행이 핵심적으로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자기를 버리는 수행은 온전한 존재 상태를 가리키는 하늘 나라에 드는 길이기도 합니다. 또 제가 발견한 두 분의 공통점은 (많은 이들이 극구 무시하지만) 당신들마저 하나의 관문으로 여기고 앞질러 나가라고 하셨다는 것입니다. 하여튼 유교문화에서는 공자님 외에 다 버리고 기독교는 예수님 외에는 다 버리면 비로소 변화를 기대할 만하지 싶습니다.

'단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블로그를 책으로 내기  (0) 2021.06.13
수행과 임종대책  (0) 2021.06.08
신유학과 지어지선  (0) 2021.05.16
사랑의 기술  (0) 2021.04.16
단군신화와 기독교  (0) 2021.02.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