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수행과 임종대책

목운 2021. 6. 8. 06:53

수도라는 말은 중용의 말이고 수행이라 하면 불교 느낌이 납니다. 중용에서 수도란 천하지대본인 중을 지키는 삶에 저해가 되는 모든 것을 막고 치우는 것입니다. 불교의 수행은 실상 6바라밀의 실천을 말하기에 출가-재속 가릴 것 없이 요점은 같습니다.

선불교를 계승한 이고 선생의 복성서는 4서3경으로 불교 수행을 설명한 논문입니다. 대학과 중용을 기둥으로 삼은 전통도 여기에 기인합니다. 그런데 불교를 너무 싫어했던 주희가 이고 선생을 계승한 주렴계를 비조로 삼음으로써 복성서는 그 위상을 못 찾고 있습니다.

복성서의 요점은 중용의 노선에 따라 수기중과 격물치지(이고 선생에 따르면 中과 和 가운데 和의 실천방법입니다.)로 조건없는 사랑의 다른 말인 인(仁)의 자리에 들어앉아 황급하거나 걸려넘어지는 순간에도 인에서 벗어나지 않는 삶을 살자는 것입니다.

그럴 때 비로소 제가치국평천하를 제대로 성취할 수 있다고 하는 매우 상식적인 가르침입니다. 중과 화를 실천하기 위해 정좌와 경전독서는 평생 실천해야 하고 도(道)에 들어가면 무사무위(无思无为)라도 이루지 못할 일이 없다는 것입니다.

다만 이 공부는 가장 우선적인 일로 결단해서 평생 동안 꾸준히 실천해야 합니다. 복성서는 그 모델로 안회를 거론하고 있어서 아마도 안회가 성인이라고 말하는 전통의 원조가 아닌가 합니다. 한편 안회의 수행에 대해 자세히 기록한 책이 바로 장자입니다. 그러니 동아시아에서 유불선을 분리하려는 시도는 언제나 결함을 남깁니다.

정작 오늘 하려던 얘기는 수행을 통해서 우리가 하는 일은 우리 존재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일이며 백성욱 선생은, 천 일을 닦으면 숙명통, 삼천 일을 닦으면 타심통, 구천 일을 닦으면 누진통에 달하여 뇌세포가 완전히 바뀐다고 합니다. 저는 임종대책으로 이보다 좋은 게 없으며 손재수를 만나 뒤늦은 나이 60에 이 일을 시작했는데 그보다 더 큰 행운이 없다고 여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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