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4 6

멸종 저항과 정좌(靜坐)

자아를 벗어나는 시원한 체험을 하고, 걸리는 것 없이 기쁨과 평화를 누리며 모든 존재에 친절하게 살다가 연기처럼 다음 세상으로 가는 게 꿈입니다. 하지만 공부가 느린 것은 마하리쉬 님 말씀대로 근기가 젖은 석탄 정도이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마하리쉬 님은 근기를 화약-숯-젖은 석탄으로 나누었습니다. 가장 낮은 근기라면 1만 시간은 투입해야 하지 싶습니다. 따져 보니 1만 시간이란 일요일엔 쉬더라도 하루 8시간씩 공부해서 대략 4년이 걸립니다. 대학을 4년 과정으로 짜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 같습니다. 천하지대본인 중(中)을 잡고 거기에 머무는 일을 저는 천인합일을 이루기 위한 공부로 보며 바이블이 말하는, 자기를 버리고 진리에 몰입하는 일과 같다고 봅니다. 마이스터 에크하르트는 이 일을 목마른 자처럼 ..

단상 2020.04.27

자기를 미워하기와 선(禅) 사상

검색해보니 요한복음과 요한1서의 저자는 같다는 것이 통설입니다. 문구만을 보면 저자는 심한 염세주의자 같습니다. 왜냐하면 복음 12장 25절은 마태 16:24(마르코 8:34, 루가 9:23)과 같은 취지의 말씀인데 '자기를 버리고'에 해당하는 것을 '세상에서 자기 목숨을 미워하는' 것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또 요한 1서 2:15에서는 '세상에 있는 모든 것을 사랑하지 말라'고 하면서 구체적으로 세상에서 나온 것이란 육체의 쾌락, 눈의 쾌락, 재산을 가지고 자랑하는 것을 말합니다. 그야말로 힌두 사상이라 해도 틀리지 않습니다. 이 모순을 극복하는 답이 우리의 선(禅) 사상 안에 있다고 저는 봅니다. 즉 한 번 완전히 정을 뗀 후 세상의 필요에 부응하는 것이 그것입니다. 다른 말로 하면 '이웃 사랑'의 ..

단상 2020.04.27

지어지선의 비결

저는 서양에 있어서 마이스터 에크하르트의 '훈화'가 우리의 대학, 중용만큼 중요한 수양서라고 생각합니다. 혹여 저와 함께 입문하시는 분께 도움이 될까 해서 8장까지 소개했는데 오늘은 제가 접한 두 가지 번역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두 번역이 각각의 장점이 있으니 비교하시고 느껴보시면 좋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앞에는 '영적 강화'라고 이름 붙인 이부현 님의 번역을, 뒤에는 강병욱 님의 '영적 지도'를 소개합니다. 그리고 맨 뒤에는 제가 펭귄 영문 판에서 번역한 것을 붙입니다. 내용은 1장과 5장의 핵심이라고 생각하는 것을 골랐습니다. 제가 보기에 '훈화'는, 최고선을 향하는(止於至善) 비결이 자아를 비우는 데 있고 자아를 비우는 만큼 선해진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1)-1 "사람들이 순종 가운데 ..

성인과 대인 그리고 적자지심

앞으로 위대하고 거룩한 인간이 될 기회가 있을까? 누구에게나 내면 깊이 그런 욕망이 있다고 본다. 드러나게 국사를 맡아 위기를 헤쳐나간 분들만 그러한가? 현재 정부 여당 수장들은 내 세대 분들로서 학교로 치면 3~5년 선배뻘이다. 직장생활 하는 동안 은행업에 나름 큰 기여를 했다고 자부하지만 임종을 앞두고 돌아보니 도저히 석연치 않은 바가 있다. 하지만 에크하르트 훈화에서 답을 찾는다. 내면이 신적이면 밖엣일이 아무리 하찮게 보이더라도 그것은 신적인 것이라는 것이다. 우리 전통에도 대인이라 함은 갓난 아이 마음(赤子之心)을 가진 자를 일컫는다고 되어 있다. 결국 내면의 성화가 전부다. 왜냐하면 외적으로 위대해 보이더라도 내면이 도덕적으로 천한 자를 우리는 존경하지 않기 때문이다. 청소년기에 격몽요결을 읽..

단상 2020.04.13

사전 투표일 풍경

사전투표 풍경이 무척 평화로와 보이고 무엇보다 벚꽃과 개나리 등 봄의 생명력이 마음을 기쁘게 해줍니다. 동사무소 5층에서 일부러 계단을 내려오다 만난 서화를 올렸습니다. 달빛을 먹는다는 표현에 매혹되었죠! 새 직장 근무 40일만에 급여도 받고 무엇보다 처음에 못마땅해 하던 시공사 과장이 제 근무 태도에 불만이 없다고 했다기에 기분이 좋았습니다. 모든 스트레스의 원인을 내 탐진치를 비롯한 에고에서 찾으라는 게 반구저기(反求諸己)의 가르침입니다. 지난 연말 이후 극기복례-멸정복성의 또 다른 교재로 에크하르트의 훈화(영적 강화)를 실천코자 노력중인데 우연인지 4월 들어 블로그 방문자도 일평균 90회가 넘고 있습니다. 이미 거론했지만 '훈화'는 그리스도의 첫째 계명인 신애(神爱)의 서(書)라고 해도 틀리지 않을..

단상 2020.04.11

수행과 집단 의식의 향상

아침에 만난 말씀이 우주의 욕망, 다른 말로 근원의 의도에 소아 또는 내 욕망을 일치시킬 때 모든 것이 이뤄진다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나라는 부분 우주가 전체 우주에서 나왔는데 그 전체 우주 자리에서 보기보다 나라는 소아 입장에서 보기 때문에 매사 뜻대로 안 된다는 것이죠! 우선 소아는 몸의 생존에 진력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습(習)이 되어 굳어진 것이 아집 내지 고집이 되면 우주의 뜻을 파악하기 어려워집니다. 인간은 어쩔 수 없이 시공간의 자리(position)를 차지함으로써 우주의 관점을 가지기 어렵습니다. 그럼에도 소크라테스는 다이몬의 소리를 듣는 경지에 이르러 아테네 사람들이 알 수 없는 언행을 계속하다 그들을 견딜 수 없게 만들어 죽임을 당합니다. 그리스도도 마찬가지로 '아버지'의 뜻이 당신의 ..

단상 2020.0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