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 1281

멸정복성과 그리스도

멸정복성이 기독교인에게 낯선 게 아닙니다. 요한1서 2:15~16이 말하는 것과 같은 취지입니다. 세상 것 모두는 무상한 것이라는 선언에 통하기 때문입니다. 일단 인용합니다. "세상에 있는 모든 것, 곧 육체의 쾌락과 눈의 쾌락을 좇는 것이나 재산을 가지고 자랑하는 것"이 바로 생멸심 또는 에고가 하는 일이고 무상한 것이므로 그것들은 몸이 죽었을 때 아무 소용이 없다는 말입니다. 그래서 15절에서는 "아버지를 향한 사랑"과 세상 것에 대한 사랑이 배타적임을 말합니다. 아버지를 향한 사랑이란 바로 존재의 근원과의 합일을 말하는 것이며 그것만이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신인합일을 성취한 신비가로서 그리스도는 오직 전심전력 신, 즉 존재의 근원과 합일을 위해 노력할 때 나머지는 덧 없지만 그럼에도 다 잘 될 것이..

단상 2022.12.19

책의 요점 재론

대학 같은 과 후배들이 책 출간을 축하해주려고 모임을 했습니다. 언제나처럼 책 내용을 간단히 소개했습니다. 내용은 책 제목으로 요약이 되며 멸정복성이란 극기복례와 같은 말이고 영어로는 'Dissolving the ego, realizing the self"인데 대승기신론의 요점과 같다고 봅니다. 대승기신론은 인도 사상의 정수인 베단타 가르침과 같다고 생각하며 그 핵심은 그리스 등에 이미 전해졌거나 혹은 같은 체험을 한 분들이 다른 문화 속에서 다른 언어로 말씀해 놓았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오늘 진정으로 하고 싶은 말은, 종교와 유사 종교행위 모두에서 관찰되는 세상사 위주의 기복 신앙은 모두 단견의 소치이니 존재의 근원과 합치하고자 하는, 멸정복성을 통한 존재의 근본혁신이 지복을 얻는 지름길이라는 것입..

단상 2022.12.14

극기복례의 길

골프존에 출근한 지 만 6개월 되었습니다. 마침 같은 대학 같은 과 후배 네 명을 만나 책을 나눠주고 간단히 요점을 설명했습니다. 대선 패배 극복 수단으로 책을 썼고 미디어를 완전히 끊고 지내는 변화를 이뤄냈습니다. 몸은 일에 몰입해 있지만 마음은 오직 공부에 몰입해 있습니다. 참되고 유일하며 평생 할 공부로는, 플로티누스가 제시한 길이기도 하고 이고 선생이 강조한 길이기도 한 이 길입니다. 에고의 특성이기도 한 탐진치를 소멸함으로써 신인합일을 이루는 공부가 그것입니다. 공자님과 수제자 안회가 실천한 심학이기도 합니다. 그 요점이 공자님과 안회의 대화로 모두 장자에 기록돼 있는데 대부분의 유학자가 장자를 이단시함으로써 길에서 벗어났다고 봅니다. 제대로 공부하고 실천한 이들은 당당히 장자의 제자임을 드러내..

단상 2022.12.12

몸이 나기 전 의식?

논리와 직관, 명상과 과학의 학습 등을 통해 이 몸이 나기 전 의식이 이 몸을 만들어 여러 체험을 하면서 지지고 볶는(?) 게 이승 삶이라는 것을 깨닫고 실감하는 게 가능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왜냐하면 경전을 보면 우리가 불성 또는 진짜 나를 추구하는 게 맞다고 하는데 그 불성 또는 진여(또는 진아)는 나지도 없어지지도 않는다는 것이 또한 경전이 말하는 바이기 때문입니다. 그런 정체성이라면 바로 신이라 할 수 있을 것인데 동서 모두 신인합일(또는 천인합일)을 중요한 삶의 목표로 삼았다는 것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천인 또는 신인이 합일한다면 곧 우리 존재가 신인 것이 아니냐는 게 제 판단입니다. 한편 우리 궁극의 실체 또는 정체란 의식일 수밖에 없으며 빛이 다양한 스펙트럼을 보여주듯이 오직 하나의 의..

단상 2022.12.09

공부의 진도

1. 완전히 맡기는 것이 말만큼 쉬운 일은 아님. 존재의 근원에 모든 것을 완전히 맡겼다면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않을 것이며 걱정거리 또한 전혀, 눈곱만큼도 없을 것이다. 뒤 명제를 긍정하지 못한다면 완전히 맡긴 게 아니기 때문이다. 2. 아무것도, 누구도 판단, 비판 하지 않는 게 말만큼 쉬운 게 아님. 운전할 때 앞 사람이 왜 저렇게 운전하지 하며 원망하는 마음이 저절로 드는데 그것은 앞의 명제를 실천하지 않기 때문이다. 실상 이 두 가지가 몸에 배어 있어야 공부의 진도가 좀 나간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적어 둡니다.

단상 2022.12.08

진여에 머무르는 수행(self inquiry)

선불교 전통을 계승한 이고 선생은 이미 복성서에서 '에고로써 에고를 닦으려는 것은 더 큰 에고 놀음이다(以情止情, 是乃大情)'라고 하셨습니다. 그런데 수행을 위한 많은 노력을 포함해서 세상을 운영하는 이치는 모두 에고 놀음에 기초하고 있다고 저는 봅니다. 앞에 적은 글들에서 마하리쉬 님의 체험과 인도 영성의 핵심을 소개하였는데 결국 그것들이 이고 선생 깨우침과 통하는 말씀들이라 여겨집니다. 다음 글이 같은 요점을 전하고 있다고 보아 가져옵니다. No matter how much the ego changes for the better, it is never going to change into the self. When you realize that you are the self, it doesn’t ma..

깨달음과 인도 정신

마하리쉬 님을 멘토로 삼는다는 글을 여러 번 썼습니다. 20세기 사람이고 인도 정신의 정수를 구현해내신 분이기 때문입니다. 중국 불교 또는 선불교의 창시자는 달마 대사인데 그분도 인도 사람입니다. 동아시아 영성의 기원은 인도에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당대에 세계적인 베스트셀러였던 '대승기신론 소와 별기'를 쓰신 분이 원효 대사인데 저 책의 정신적 뿌리도 인도의 마명입니다. 반복을 무릅쓰고 깨달음의 본질에 대해 다시 논하려고 서론을 길게 썼습니다. 바로 마하리쉬 님 말씀입니다. Ramana makes it very clear that it is not about being different from what you are or getting something that is better t..

깨어남과 깨달음

쥐엄나무 열매를 먹는 자신의 모습을 직시하고 삶의 방향을 아버지(존재의 근원에 대한 비유 표현입니다)에게로 되돌리는 것을 깨어남(awakening)으로 보면 아버지에게로 가서 결국 하나가 되는 것을 복성(復性, self realization)으로 볼 수 있습니다. 아래 인용하는 책은 마하리쉬 님의 영성을 보다 깊게 해설한 책입니다. 저자는 마하리쉬 님의 영성이 베단타 전통과 같다고 봅니다. 요컨대 변하는 것, 즉 몸-마음으로 된 우리 존재는 생멸심이어서 진여심이 아니라는 것을 뼛속 깊이 자명하게 아는 것이 바로 복성이자 깨달음이라는 말을 하고 있습니다. 깨어난 다음 완전한 깨달음에 이르기까지 노력한다는 것은 아직 완전히 깨닫지 못하였다는 것을 입증한다는 것을 말하고 있어서 두 구절을 뽑아 왔습니다. 책은..

요점 중의 요점

우파니샤드란 힌두교 문헌의 종합을 말하며 그 가르침의 끝 또는 정수를 베단타라고 한답니다. 그 가르침의 요점 가운데 요점이 바로 '내가 그것이다'라고 합니다. 이 대목에서 저는 유대교의 야훼가 떠오릅니다. '내가 나다'라는 것이죠. 궁극의 존재에 이름을 붙일 수 없다는 점에서 같은 진리에 도달한 자들의 고백이 담겨 있다고 봅니다. 그런데 궁극의 존재란 의식이라는 게 제 생각입니다. 동아시아에서는 그것을 공적영지라 했으며 탄허스님에 따르면 거기에 이르는 게 바로 치지(致知)입니다. 다음 문장을 인용하려고 서론을 길게 썼습니다. The whole of Vedanta can be reduced to one simple equation found in the Upanishads: “You are that.” T..

올바른 공부

우리가 진여 또는 참나임을 아는 것이 깨달음이라는 것이 요즘 읽는 책의 내용입니다. 대승기신론이 진여심과 생멸문으로 나누어 말하는 깨달음의 전통은 어디에서나 같은 것 같습니다. 라마나 마하리쉬 님도 이 전통 위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마하리쉬 님의 'self inquiry'를 진여 탐구로 번역하는 게 더 의미 파악에 도움이 된다고 느낍니다. 그런데 위 책을 읽다보니 탐구마저도 달리 번역해야 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다음 문장을 보죠. Ramana defines inquiry as holding the mind on the self, which means keeping your attention on the reflection of the self in a pure mind. [How to a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