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크하르트 입문

신과의 입맞춤~ 시간(12)

목운 2023. 6. 6. 15:13

에크하르트에 따르면 모든 사람에게 "두 가지 사람"이 있는데 내면의 사람은 내향성을 가리키는 반면 외면의 사람은 우리 감각을 가리킨다. 우리가 초탈할 수 있는 것은 내면의 사람을 통해서다. 다른 한편 둘 간에 무차별성이 있다. 즉 "내면의 사람이 완전히 자유롭고 움직일 수 없는 반면 외면의 사람은 활동적일 수 있다." 에크하르트는 내면의 사람과 외면의 사람 간의 관계를 설명하기 위해 경첩 위의 문을 비유로 사용한다. 즉, "문의 바깥에 있는 널판지를 외면의 사람에, 경첩을 내면의 사람에" 비유한다. 이 비유는 외면의 사람과 내면의 사람 간에 차별성이 없음을 말하며(문의 여닫힘과 바깥 널판지는 경첩에 영향을 주지 않음) 동시에 외면의 사람이 내면의 사람에 의존함(널판지는 경첩 없이 견딜 수 없음)을 말해준다. 에크하르트는 "분별에 관한 조언"에서 "진정 참으로 신을 가진 사람은 길에서든 그리고 누구와 있든, 교회에서나 고립된 곳 또는 자기 방에 있을 때만큼 어디서든 신을 가진다. 참으로 신을 가지되 오직 신만 가진 자는 아무도 그를 방해할 수 없다." 일상에서 떨어져 있음에서 나오는 이러한 무집착이 의미하는 바는 초탈이 신과 합일하려는 목적으로 특정 시간에 시작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것은 인간됨의 바탕 또는 조건이다. 황홀 체험과 일상의 부정과 같은 게 아니다. 슈어만이 지적했듯이 "초탈에는 그것이 한계 없이 사물 속에 존재하는 것을 가리키기 때문에 '세속성'이 있다. 에크하르트가 말하듯 "우리가 만물에서 떨어져 자신에게로 향할수록 밖으로 나감이 없이 자신 안에서 명료하고 이성적으로 모든 것에 대해 더 잘 안다." 그러므로 그것은 사물에 대한 특별한 합리성을 가리키며 이 합리성은 에크하르트가 때때로 "초탈" 대신 사용하는 "내려놓기(Glassenheit, releasement)"라는 말에서 아주 잘 알 수 있다. 내려놓기의 첫째 뜻은 "그대로 두기"며 이차적으로만 "포기"나 "거절"을 뜻한다. 따라서 내려놓기는 사물을 되는 대로 수용하고 그대로 둔다는 것을 뜻한다. 마이스터 에크하르트는 초탈을 설명하기 위하여 내려놓기를 동작(내려 놓다)과 상태(비다, to be released), 두 가지로 사용하는데 그 뜻은 인간이 타자를 있는 그대로 두려면 먼저 빈 상태가 되어야 함을 뜻한다. 달리 말하면 세상에 대한 인간의 합리성은 비어 있을 때 가능하다. 한편 기저로서 초탈은 어떤 면에서 무에 가깝기 때문에 신과 세상에 대한 인간됨의 근거는 무와의 관계 위에 자리한다. 인간을 피조된 존재(ens creatum)로 정의하는 근거는 이와 같이 인간이 무에 가깝다는 것, 즉 "부정의 처소"라는 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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