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심학과 영성수련

목운 2022. 4. 14. 10:04

동아시아에서 심학이라 하면 영성수련 또는 수양론이라 생각하는 게 맞을 것 같습니다. 즉 우리에게 마음이라 하면 불가에서 말하는 마음이었을 것이란 생각입니다. 어떤 종교든 심학 또는 영성수련을 등한시하고 사회구성원리 내지 사회운영원리 쪽이 강조되는 순간 내면의 성장, 즉 심진여를 밝게 하는 일이 뒷전이 됩니다.

그래 놓고는 안회에 대해 공자님의 수제자란 말은 하면서 어째서, 왜 수제자인지는 모르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안회는 인의 실천에 철저해서 3개월 동안 한 번도 거기서 벗어난 일이 없다는 말은 찾을 수 있는데 4서에 어째서 그러한지 밝힌 데를 찾기 어렵습니다. 그런데 안회가 어떻게 공부했는지는 장자에 있는 것입니다.

도교를 이단으로 보는 한 안회의 공부방법은 애써 무시하게 되고 그 결과 심학의 전통이 끊어졌다는 결론에 이른 것도 이상하지 않습니다. 장자에서 공자님과 안회가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은 심재, 좌망 및 조철에 대한 논의에서 찾아 볼 수 있는데 요컨대 불가에서 말하는 심생멸을 지워내고 비이원성 상태로 들어가는 수련입니다.

이 경지는 맹자에서 대인의 징표로서 갓난아이 마음처럼 된 것으로 묘사된 경지입니다. 어린아이에게서 공부의 이상을 찾는 노력은 기독경에도 적시되어 있는데 요즈음 많이 강론되는 도마복음이 가장 길고 자세하게 말하고 있습니다. 성현들이 그렇게 심혈을 기울여 논한 심학에 대해 거두절미해버린 결과 오늘날 기독교나 유교가 시대에 뒤떨어진 모습 또는 부패한 모습을 드러내는 이유가 아닌가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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