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교단의 탐욕과 탈종교

목운 2022. 4. 18. 18:37

제가 책을 내는 과정에서 안타깝지만 남겨두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 얘기입니다. 다름 아니라 책의 주제와 밀접한 관련이 있어서 탄허스님 글씨를 책에 넣고 싶었습니다. 그 글씨는 탄허록 살 때 사본을 이미 받았고 인터넷에 유통되는 글씨입니다.

그래서 출판사 대표와 상의했더니 탄허 박물관에 가서 허락을 받아보겠다고 하시는 겁니다. 며칠 후 결과를 들었는데 안된다는 것입니다. 제 생각이 틀릴지 모르지만 탄허스님 뜻은 그렇지 않으실 겁니다. 이미 사본을 유료 또는 무상으로 배포한 바라면 그걸 사용하는 데 따로 대가를 받는 게 마땅치 않다고 느꼈습니다.

제 생각은 비화하여 기존 종교를 이어간 제자들과 종단을 구성한 자들의 권위주의와 탐욕스런 속셈이 떠올랐습니다. 그리스도나 붓다께서는 기록을 남기지도 않으셨고 교단을 만들지도 않았습니다. 후대가 이런저런 필요에 따라 기록을 했고 지역마다 조금씩 다른 기록이 있었습니다. 그것이 집단의 이익에 따라 통일되거나 배척되고 해석도 시대 요구에 따라 달라지곤 하였습니다. 대표적으로 기독경에서 그 의식이 가장 비천한 요한계시록은 처음에 이스라엘을 멸망시킨 로마를 적으로 삼다가 로마의 국교가 된 후엔 화살을 안으로 돌려 이단 낙인 찍기와 척결하기의 수단이 되었습니다.

스승들 사후 조직 운영을 맡은 자들은 언제나 스승의 뜻에 대해 권위에 기댄 첨삭, 배척 및 해석의 획일화를 저질렀습니다. 탄허박물관의 권위주의를 직접 접하면서 역사를 통해 교단 실무자들이 행세했던 권력 남용이 느껴져 적어봤습니다. 제가 초지일관 탈종교를 주장하고 실천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아이러니하게도 탄허스님도 탈종교를 강하게 주장하셨는데 평생을 절에서 지낸 분인 반면 저는 그 어떤 종단에도 빚진 바 없으니 임종 때까지 탈종교를 굽힐 일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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