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복을 구하는 세 단계

목운 2022. 4. 9. 05:47

제 처를 비롯해서 주변 친인척에게서 흔히 보는 게 재물복을 위해 여기저기서 빌거나 부적 또는 그와 유사한 것들을 믿는 일입니다. 심지어 천주교의 준성사라는 것도 부적에 대한 믿음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시중에 유행하는 끌어당김의 법칙에 기대는 사람에게서도 비슷한 심사를 봅니다. 치유를 빌고 장수를 비는 것 모두에 이런 심리가 있고 물론 저도 여기에서 완전히 면제된다고 장담할 수 없음을 인정합니다. 어쨌든 이런 의식은 복을 구하는 하수의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중간 정도라고 할 수 있는 태도는 신 또는 부처님을 전심으로 신봉하면서 그 진리에 따라 살고자 하는 것입니다. 욕심을 자제하고 선행을 베풀며 규칙적으로 사찰이나 교회에 가서 열심히 기도하는 경건한 종교인이 여기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가르침에 따르면 그러한 상위 존재에 의탁하면 재물과 건강, 그리고 나머지 세상사가 원만히 풀린다고 확신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여기에 머물면 부족하다고 보는 것이 신비 영성입니다. 왜냐하면 신비주의에서 보는 세상은 실체의 그림자일 뿐이니 세상에 대한 애착을 완전히 버리고 조건없는 사랑 또는 인(仁)의 요구에 따라서만 살기 때문입니다. 경건한 종교 가르침대로 살거나 신비 영성에 따라 진실하게 실천한다면 지상에서부터 지극한 환희를 체험한다고 하는데 거기에 머문다면 여전히 세상에 집착하는 것이 될 것입니다.

그러니 복을 구하는 상급의 사람은 덧없는 지상 복에 결코 만족하지 않고 오직 끊임없는 의식 향상에 매진합니다. 가르침에 따르면 그렇게 제대로 가면 뜻하는 바대로 무엇이든 이뤄진다고 합니다. 바로 신의 뜻대로 사는 것이며 신을 표현하며 사는 것이어서 창조의 본뜻이 한 인간을 통해 구현된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서양 신비주의의 신인합일, 동아시아 영성의 천인합일이 지향하는 바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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