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탈기독교와 신비 영성

목운 2022. 4. 4. 06:06

은퇴자로서 실업급여를 받는 동안엔 정말 시간이 많습니다. 다른 재주가 없으니 취미 생활 또는 여가 생활로서 연구과제를 하나씩 정해서 독서를 하니 꽤 좋습니다. 그 첫 번째 열매로 나오는 책은 신비 영성을 학습하면서 동아시아 영성의 최고 진화물인 신유학을 소개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고 있습니다. 요컨대 깨달음의 길을 가는 데 있어서 핵심 방편은 그리스도가 말씀하신 '자기를 부인하는 일', 즉 멸정복성에 있는데 그것이 우리 전통에 이미 깊이 스며 있다는 것을 강조하는 책입니다.

요즘 명상중엔 다음 책에 대한 아이디어가 자주 떠오릅니다. 제가 학습하는 과제는 신을 직접 체험함으로써 진리를 알고 존재의 근원에 들어가려는 신비가의 영성입니다. 신비 영성이라고 하는데 이 영성은 기본적으로 제사장 또는 교계제도를 인정하지 않고 직접 존재의 근원을 만날 수 있다는 전제에 서 있습니다. 그래서 신과 제사장을 전제하지 않는 동아시아 영성도 신비주의가 됩니다. 자연스럽게 신비 영성은 탈기독교를 실천하게 됩니다.

우연히도 요즘은 기독교 역사를 탐구하는데 기독교 가르침은 초기의 다양한 그리스도 영성운동 가운데 처음에는 유태인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경전의 취사 선택 및 교리의 확립이 이뤄졌습니다. 니케아 공의회 무렵에는 교계 제도의 확립뿐 아니라 로마 황제의 통치 목적에 따라 교리의 획일화가 이뤄졌습니다. 물론 이런 추세는 중세 교회에도 계속되었습니다. 그런 과정에서 제사장의 존재를 전제하는 교계제도에 위협이 되는 영성은 단죄되거나 크게 왜곡되었습니다.

대표적으로 사막의 성자라 불리는 3~4세기 안토니우스의 전기는 사도신경을 통일시킨 아타나우스라는 사람이 교회의 유지와 존속에 도움이 되도록 편집 각색하였습니다. 즉 그의 신비 영성을 최대한 축소시키고 교회에 순종한 사람인 것처럼 왜곡했습니다. 똑같은 일이 중세에 벌어졌는데 그것은 아시시의 프란치스코 전기의 경우입니다. 특별히 프란치스코의 무소유 실천은 철저하였지만 수도원이나 교회 재산 축적에 방해되지 않도록 각색되었습니다. 조금 다른 맥락에서 사제들의 독신 제도도 처음에는 가정을 가진 교직자들에게 교회 재산이 누출되는 것을 막으려고 채택된 것입니다.

어쨌든 아마추어로서 탐구할 다음 과제는 이 시대에 왜 탈기독교가 필요한지 하는 것과, 이미 썼지만 존재의 근원이자 기층인 의식에 대해 최대한 쉽게 씀으로써 세계 종교의 저변에 풍부하게 전승되고 있는 신비 영성을 다른 각도에서 소개하고자 합니다. 마지막으로 강조하고 싶은 것은 신비 영성은 세 번째 밀레니엄을 지배하는 민주정과 정보화 추세에 딱 맞는 자기혁신 방안이라는 것입니다. 그렇게 혁신된 개인들이 과반수가 되는 세상이 보다 지상 천국에 가까워질 것이라 대승 정신도 염두에 두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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