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해 님의 유교명상론과 마이스터 에크하르트의 훈화가 매우 긴밀하게 연결되는 지점은 반성의식의 소멸이다. 덕을 행하는데 그냥 느닷없이 나오는 게 아니면 실상 덕의 실천이라는 게 강압이거나 위선, 그것도 아니면 그저 강학용이 될 가능성이 큰 것 같다.
인을 실천하는 데 밥 먹는 동안이나 엎어지고 자빠질 순간에도 벗어나지 않아야 한다는 논어 말씀도 같은 맥락이다. 거기에 이르는 데는 그저 오래 연습해서 몸에 밴 경지가 아니면 안 될 것이라는 걸 훈화 말씀에서 발견한다. 즉
"글쓰기를 완전히 익히고 난 후에는 글자 모습을 곰곰히 생각할 필요가 더 이상 없을 것이다. 그는 이제 머뭇거리지 않고 자유롭게 글을 쓴다."
"그가 악기 연주를 할 때 계속 의식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연주를 완벽하게 수행해내고 연주중 무슨 생각을 할 수 있겠지만 숙달된 능력으로 연주를 해낸다."
모든 덕은 인, 즉 무조건적 사랑에서 나오는 것인데 그 높은 의식에 이르고서야 비로소 덕이 저절로 흘러나올 것이므로 먼저 의식 수준을 높이는 일에 전념하고 명상과 독서로 그것을 뒷받침하는 것이 공부의 우선 과제이자 전념할 일인 것 같다. 물론 아직 거기에 미치지 못한 때는 억지로라도 마음을 내는 것은 그냥 기본일 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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