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356

진여문으로 들어가기

촛불혁명 덕에 이제 공영방송을 봅니다. 부처님 오신 날 KBS의 '원효 - 돌아보다' 특집을 보고 은정희 님이 번역한 대승기신론 해설('소와 별기'란 결국 해설이죠)을 1회독 했습니다.책의 3/4이 한 마음의 두 현상이라 할 수 있는 심진여와 심생멸에 대한 설명이고 나머지는 생멸문에서 진여문으로 들어가는 과정을 설명한 것입니다. 진여문으로 들어가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이 결국 내가 있다거나, 내것이란 것과 바깥에 보이는 것들이 실체라고 하는 고정관념을 타파하는 것(對治)이라고 읽었습니다.우선 은정희 님 번역을 옮기고 해설을 붙여볼까 합니다. "사집(邪執)을 대치한다는 것은 일체 사집이 모두 아견(我見)에 의하는 것이니 만약 나를 여의면 곧 사집이 없는 것이다.(책 316쪽)"아견에는 모든 것을 주관하는 나..

단상 2018.06.04

개혁과 동양 영성

세상과 싸우는 이는 소크라테스가 설파한 동굴의 우화를 잊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림자와 싸우다보면 지치기 쉽고 분노에 싸여 스스로 병들기 쉽습니다. 더구나 증상과 싸우는 게 되어 잘 개선되지도 않습니다. 그림자를 비추는 실체를 찾아 치유의 손길을 뻗어야 합니다. 그 가장 좋은 길이 우리에게 전해지고 있습니다. 바로 수신제가 후 치국평천하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수신제가의 핵은 바로 경(敬)이요 성(誠)입니다. 성(誠)이란 완전한 투명성이고 완전히 투명하기 때문에 경외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 경(敬)입니다. 그러기 위해서 반드시 홀로 내면으로 들어가는 시간을 매일 가져야 한다는 것이 우리 조상의 가르침입니다. 이것만 잘 해도 제가(齊家)는 바로 된다는 것이 제 체험입니다. 나라를 다스리고 세상..

단상 2018.04.21

깨달은 사람

10여년 전 읽었던 마하라쉬에 관한 책 '나는 누구인가'를 복습하고 있습니다. 깨달은 사람에 대한 설명을 보면 기독교의 성령의 힘으로 사는 사람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고 다이몬의 소리대로 살던 소크라테스도 성령을 입은 사람이지 하는 생각도 듭니다.마하리쉬는 구도자의 근기에 따라 화약-숯-젖은 석탄으로 사람을 나누고 불이 붙는 시간이 깨달음에 걸리는 시간이라 합니다. 젖은 석탄에 해당하는 사람은 깨달음에 이르는 데 수십 년이 걸릴 수 있다 하니 제가 거기에 해당한다고 생각하고 애써 노력하고 있습니다.이 일에 전념하는 이유는 '그리스도의 편지'에 따르면 이승에서 필요한 모든 것이 충족될 뿐 아니라 다음 세상으로 넘어갈 때 편안하고 장엄하게 또 자신있게 가기 위해서입니다. 특히 스승들이 이구동성으로 말씀하시..

단상 2018.04.20

동서의 수양론

유교와 불교가 수렴한다면 인간의 마음이 똑같이 생겼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동서고금의 가르침이 하나로 수렴한다면 그것도 같은 이유 때문입니다. 융은 인도학자인 하인리히 짐머가 라마나 마하리쉬에 대해 쓴 책의 서문에서 말하길 “동양적 수행의 목표는 서양 신비주의의 그것과 같다. 동양에서는 초점이 소아(小我)에서 참나(眞我)로 옮겨가듯 서양에서는 인간에게서 신으로 옮겨간다. 이는 소아가 참나 안에서 그리고 인간이 신 안에서 사라짐을 뜻한다.”고 했습니다. 여기에서 소아란 대승불교의 심생멸, 참나란 심진여에 해당하는데 현대에 이르러 소아란 몸의 진화 과정에서 생존을 위해 개발된 특성으로 이해합니다. 이 소아의 특성을 완전히 이해하고 넘어설 때 우리 존재의 근원인 참나로 존재하게 되어 모든 두려움과 고통, 불..

단상 2018.04.17

명상과 영성의 실천

소크라테스가 말한 동굴의 우화는 우리가 보는 게 실체가 아니라 허상이라는 것을 말하고 있습니다. 그분은 실체를 보고 알았을 뿐 아니라 매 순간 그 소리를 듣고 그 지시에 따라 살았습니다. 그랬기에 아테네 사람들이 모두 아니라고 해도 기꺼이 죽음의 길을 갔던 것입니다.미디어가 매일 떠들어대는 세상사가 스크린에 비친 허상이라는 것을 확인하고 세상과 달리 살면서도 세상 변화에 기여하는 길은 영성을 추구하는 길밖에 없습니다. 허상과 싸우면 고통과 병이 깊어집니다. 영성의 길은 명상과 묵상이 입구라고 할 수 있습니다. 명상은 그저 세상에서 오는 생각을 끊고 안으로 들어가는 행위입니다.그와 동시에 과거와의 단절, 고정관념과의 단절, 황금률의 실천을 병행하게 되며 특히 절대적으로 진실할 것(至誠)이 요구됩니다. 다행..

단상 2018.04.13

명상과 깨달음

중국에 전해오는 관음설화에서 관음이 어여쁜 처녀로 나타나 청년들에게 관음경을 소개합니다. 20명이 처녀와 결혼하고 싶어 관음경 읽기에 도전합니다. 결혼의 요건은 관음경의 암기-해석-체험이었습니다. 최종 합격자는 당연히 1명입니다. 우연이지만 제가 공역으로 소개한 '해피포켓'도 인생대박을 미끼로 명상을 권하는 책입니다. 책 읽으신 분 가운데 1/20이라도 명상에서 나오는 유익하고 고귀한 체험을 했는지 모르지만 적어도 저는 이제 막 입문해서 점점 그 가치를 체험해가고 있습니다. 정작 실천은 '그리스도의 편지'라는 책을 만나고 2년 정도 읽고나서 비로소 매일 하게 되었습니다. 명상이란 지눌 스님이 지적하신 '텅비어 고요하게 알아차리는 자리'에 생각이란 물체가 지나가는 것을 깨닫고 그 생각이란 놈을 끊어버리는 ..

단상 2018.04.12

영적 수행

TV에서 세계 기록에 도전하는 청소년을 보면서 숭고한 영감을 받습니다. 영상으로 자신과 경쟁자를 비교하며 자세를 교정하고 매일 훈련일지를 쓰는 것은 기본입니다. 한편 한 가지 컨텐츠에 꽂혀 엄청난 자료를 수집하는 편집증에 가까운 취미를 가진 사람도 봅니다. 예를 들면 트럼프 카드 모으기, 옥편 외우기 같은 것입니다. 많은 책들이 실상 컨텐츠 모으기로 요약될 수 있습니다. 제가 읽은 것 가운데 가장 인상 깊은 것은 푹스의 풍속의 역사인데 이것은 성 풍속이란 컨텐츠의 집대성이라 할 만합니다. 그런데 컨텐츠의 수집이란 아무리 산처럼 모아도 우리의 궁극적 행복에 기여하지 못한다고 생각합니다. 한 가지에 평생 몰입해서 우리를 구원할 수 있는 것은 오히려 청년 영재들의 실천과 유사하다고 봅니다. 끝없이 자신을 돌아..

단상 2018.04.10

무조건적 사랑

오늘은 저희 공부 그룹에 올린 글을 묵상해보고자 합니다. "너희가 배척하거나 비판하는 사람에 대해, 나 그리스도는 언제나 가장 깊은 사랑과 연민을 품고 있다는 사실을 너희는 깨닫고 있는가? 너희가 배척하는 사람에게 나는 무조건적 사랑을 방사하고 있다."실상 위와 같은 일은 우리가 에고에 머무는 한 불가능하다는 것이 솔직한 말입니다. 유교의 인(仁)과 서(恕), 불교의 자비, 기독교의 사랑은 모두 인간에게 불가능한 수준을 촉구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피붙이를 사랑하는 것은 이방인도 하는 것이라고 바이블은 말하는 것입니다. TV를 보니 짐승도 측은지심을 실행하더군요.경전들이 말하는 바는 우리가 에고를 완전히 극복했을 때 가능한 일입니다. 그 도정에서 되도록 억지로라도 하다못해 기브앤테이크 방식으로라도 비슷하도..

단상 2018.04.07

성(誠)과 중(中)

어제는 혼자 24시간을 근무하면서 다시 한 번 성(誠)과 중(中)에 대해 생각해봤습니다. 돌아보면 혼자 있을 때 일에 몰두하지 않으면 재미있는 오락거리를 찾거나 고요를 깨는 무엇을 합니다. 그 결과 직장 말년부터 약 10여년 엉망진창 삶을 경영하여 깊은 절망상태까지 갔었습니다. 요컨대 적당히 세상에서 통하는 정도의 도덕으로 살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거의 바닥에서 떠오른 게 절대적으로 정직해야 하겠다(至誠)는 것이었습니다. 동양 영성은 혼자 있을 때 삼가는 것(愼其獨)이 기본 중의 기본입니다. 혼자 있을 때 삼간다는 것은 바로 중을 지킨다(守其中)는 것이고 중이란 희로애락이 드러나기 전의 상태(喜怒哀樂之未發)를 말하는 것이어서 바로 생각이 끊어진 자리를 말합니다. 이것이 바로 중용의 키워드이기도..

단상 2018.04.02

불려불사(弗慮弗思)

자주 뵙지는 못하지만 가까운 데 계시기에 최소 한 달에 한 번은 뵙도록 노력하는데 장모님은 93세, 모친은 85세입니다. 저도 이 세상의 입구보다 출구쪽이 가깝기에 앞의 단상(궁극의 바람)과 같은 소감을 적은 것입니다. 대략 향후 15년 정도 안전한 출구 통과를 염두에 두고 전심으로 노력하고 있습니다.재론하면 어떻게 그 전에 '지고의 존재상태에 도달하고 고통없이 장엄하게 건너갈 것인가'에 대한 대책을 마련중이라는 것입니다. 그 길은 바로 명상에 있습니다. 그래서 언제나 실패하던 꾸준한 명상을 지금은 실천하고 있습니다. 물론 그 전에 바닥 체험과 회두가 있었고 전보다는 꾸준하고 열심한 추구가 있었습니다.명상은 고려, 조선의 모든 진실한 지성인이 추구했던 일로서 그에 대해 가장 좋은 안내서는 '복성서'입니다..

단상 2018.03.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