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한류의 지속성

목운 2023. 7. 21. 19:28

뒤늦게 한류 관련 프로그램을 주의 깊게 보았습니다. 케이팝이 대표하는 한류 현상이 지구촌을 광범위하게 또 심도 있게 물들이고 있습니다. 우리 민족이 그저 머리만 좋아서 이렇게 된 것일까요? 저는 아내에게 '우리만의 한을 표현했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우리가 무력하고 무능해서 식민지배를 당한 게 아니라는 것을 말하려는 강력한 욕구가 깊이 새겨져 있다고 보는 것입니다. 무능한 왕가와 세도정치로 약화된 틈을 제국들이 비집고 들어왔으며 세계 패권국들이 헤게모니 쟁탈전을 하는 데 휩쓸려 잠시 마치 무능하고 무력했던 것으로 비추어졌을 뿐입니다. 파칭코를 지은 이민진 님이 비슷한 취지의 발언을 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오늘날 한류의 특징은 장르와 민족 및 국가를 넘나들며 포용하고 융합하면서도 우리 전통의 핵심 정신을 계승하는 데 있다고 합니다. 그러면서도 사상의 편협함이 없이 자유롭고 특정 자본이나 세력에 영합하지도 않습니다. 나이와 계층도 뛰어넘어 참된 인간성을 천착하고 있습니다. 그러한 점을 대중음악과 만화, 영화 등이 앞장서서 보여주고 있지만 언어학, 산업기술, 스포츠, 고전음악이나 문학 같은 고급 문화는 물론, 심지어 바둑을 포함한 거의 모든 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 우리 젊은이들이 뛰어난 성과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러한 성과는 우리의 정신, 즉 유불선과 그 중에서도 화엄정신이 밑받침되어 있다고 보는 게 제 생각입니다. 그러한 높은 정신이 아니라면 한류는 그야말로 가능하지도 않았을 것이며 향후 일회성 현상에 그칠 것입니다. 그 점을 알아차린 친구가 김구 선생의 문화강국론을 거론한 BTS의 RM입니다. 일단 오늘날의 한류 현상을 예언처럼 거론하신 백범 선생의 말씀을 인용합니다.

"나는 우리 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되기를 원한다. 가장 부강한 나라가 되기를 원하는 것은 아니다. 내가 남의 침략에 가슴이 아팠으니 내 나라가 남을 침략하는 것을 원치 아니한다. 우리의 부력(富力)은 우리의 생활을 풍족히 할 만하고, 우리의 강력(强力)은 남의 침략을 막을 만하면 족하다.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 문화의 힘은 우리 자신을 행복하게 하고 나아가서 남에게 행복을 주겠기 때문이다.

지금, 인류에게 부족한 것은 무력도 아니요, 경제력도 아니다. 자연 과학의 힘은 아무리 많아도 좋으나 인류 전체로 보면 현재의 자연 과학만 가지고도 편안히 살아가기에 넉넉하다. 인류가 현재에 불행한 근본 이유는 인의가 부족하고 자비가 부족하고 사랑이 부족한 때문이다. 이 마음만 발달이 되면 현재의 물질력으로 20억이 다 편안히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인류의 이 정신을 배양하는 것은 오직 문화이다.

나는 우리 나라가 남의 것을 모방하는 나라가 되지 말고 이러한 높고 새로운 문화의 근원이 되고 목표가 되고 모범이 되기를 원한다. 그래서 진정한 세계의 평화가 우리 나라에서, 우리 나라로 말미암아서 세계에 실현되기를 원한다. 홍익인간(弘益人間)이라는 우리 국조(國祖) 단군(檀君)의 이상이 이것이라고 믿는다.

또, 우리 민족의 재주와 정신과 과거의 단련이 이 사명을 달성하기에 넉넉하고 우리 국토의 위치와 기타 지리적 조건이 그러하며, 또 1차, 2차의 세계 대전을 치른 인류의 요구가 그러하며, 이러한 시대에 새로 나라를 고쳐 세우는, 우리가 서 있는 시기가 그러하다고 믿는다. 우리 민족이 주연 배우로 세계 무대에 등장할 날이 눈앞에 보이지 아니하는가."

이어서 선생은 홍익인간 정신이 성인을 만드는 데 있다고 하여서 제가 보기엔 유불선의 핵심을 짚으셨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한류가 모든 것을 융합하면서도 우리 전통을 되살리고 있는 것은 우리 민족의 DNA와도 같은 화엄정신에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위 인용문 말미에서 선생은 오늘날의 한류를 정확히 예견하신 것이고, 유불선의 정신으로 서학과 대등함을 입증한 동학을 먼저 접하셨던 선생에겐 모두 당연한 말씀입니다. 그러니 제가 볼 때 한류는 더 진화하고 발전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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