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이생망

목운 2023. 7. 2. 06:33

이생망이란 이번 생은 망했다는 자조적 유머인 줄 압니다. 그런데 이런 농담을 할 수 있는 의식은 그 수준이 결코 낮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우선 우리가 여러 번 환생하는 불멸의 존재라는 전제를 받아들이는 자세이기 때문입니다. 삶이 단판 승부이며 한 번의 삶으로 영원한 운명이 결정된다는 교리는 우리 심성에 안 맞는 것 같습니다.

두 번째로는 몸의 삶을 제3의 안목으로 보기 때문입니다. 스스로 이번 삶이 망했다고 말하는 사람이라면 얼마든지 삶을 반전시킬 수 있을 것입니다. 아니 어쩌면 이미 반전 내지 회두의 삶을 살고 있기에 여유롭게 자신을 농거리로 만드는 것이라고 봅니다. 이번 생이 망했는지 알면서 반전의 노력을 하지 않는 것도 자연스러운 인간 심성이 아닙니다.

제 아이들한테 이생망이란 말을 해놓고 떠오른 생각을 적어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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