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380

무아와 아집

불이(不二) 법문을 들으며 무아(無我) 상태를 짐작해 본다. 무아란 나라는 생각 또는 내가 있다는 생각이 없는 상태라 한다. 그러기 위해 이분법적 시비분별과 모든 망상이 딱 멈춰야 한다고 배운다.내 체험으로 추론컨대는 금연 체험이 도움이 되는 것 같다. 내 경우 담배를 끊었는지 아닌지를 완전히 잊었을 때 금연에 성공했다. 금연했다는 생각이 떠나지 않는 한 금연에 실패했다. 그러니 내가 있다, 없다 하는 생각이 없으면 무아 상태가 아닐까? 돌아보면 유아기부터 상당 기간 동안 내가 있다는 생각을 못한 것 같다. 심지어 자전거에 치인 상처가 있음에도 그때의 나에 대한 기억이 1도 없다.오늘 법문에서는 '공부가 좀 되는 것 같다'라든가, '심간이 편하니 공부가 되는가 보다' 등등의 생각마저 없어야 진짜 공부하고..

단상 2025.05.15

이번 선거의 의미

어제와 오늘 한 여론조사 전문가의 진단과 러시아 언론의 한국 선거 보도를 접했다. 두 의견 모두 내 생각과 비슷했다. 이번 선거는 저쪽 당이 처음부터 정상적인 보수당이 아니었던 사실을 확인하는 과정일 뿐이다.인간현상도 자연현상의 하나일 뿐이기에 선업이든 악업이든 열매가 무르익으면 떨어지게 마련이다. 1919년 임시정부가 공화정을 시작한 이래 약 30년 외세의 직접 지배와 약 40년 군부를 통한 외세의 간접 지배를 거쳐 87년 자주독립의 민주정을 시작했다.정부 시작 후 약 70년 되는 1990년 지배 그룹은 민주화 세력 일부를 흡수하여 보수를 참칭했으나 본질은 수구, 반민족, 반민주, 지역차별 등을 존립 기반으로 했다. 요컨대 저들은 거짓 보수 세력이었다.97년 김대중의 평화적 정권교체 이후 3승 3패 -..

단상 2025.05.14

신비 체험

신비주의는 '나'라고 할 것이 사라져 인간이 신성 또는 불성과 하나가 된 체험에 관한 것이며 동양이나 서양 불문하고 거의 모든 종교에서 발견된다.그런 경지는 말로 할 수 없다는 게 정설이지만 그것을 체험한 신비가들의 글을 보면 공통점이 많다. 남녀간 로맨스에 대한 예술적 표현이 신비 체험을 닮아 있다는 점에 착안하여 이곳에 계속 소개하고 있다.오늘은 로마 교회 소속의 아빌라의 데레사 성인의 글이다."저는 이미 당신 것으로 태어났습니다. 당신께서 저를 만드시고, 용납하시고, 구원하셨습니다. 제가 당신께 돌아가기를 기다리셨고, 저를 당신의 소유라고 부르셨습니다. 하지만 이 가련한 제가 당신께 무엇을 드릴 수 있겠습니까? 당신께서는 사랑의 눈으로 저를 보시고 당신의 목적에 맞게 저를 빚어 주셔서, 마음과 몸과..

단상 2025.05.11

신비가와 로맨스

계속해서 신비가들의 사랑 고백을 옮깁니다. 이들이 체험한 경지가 진정한 로맨스의 원류라고 저는 봅니다."내 몸과 마음이 원하는 것은 오직 내 사랑 당신뿐입니다. 그밖에 아무것도 없습니다. 내 성공, 실패, 그리고 내 삶까지 당신은 내 전부입니다. 당신 없이는 아무것도 의미가 없습니다. 당신이 나를 요구하셨을 때, 나는 당신께 나를 맡겼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아, 그러니 당신이 원하는 대로 해 주세요. 나는 당신 것입니다. 내 마음속에 숨어 계신 당신을 발견했고, 그 덕분에 나는 환상의 바다에 빠지지 않았습니다. (힌두교 성자 마하리쉬)""친구여, 내 모든 여정 동안 당신은 내게 먹을 것을 주었습니다. 당신은 내 동반자이자, 숨결이자, 희망입니다. 내 기쁨입니다. 내 갈증을 채워주고, 길의 끝까지 함께 걸어..

단상 2025.05.08

선과 신비주의

신비가란 궁극의 실체와 합일을 추구하는 사람이다. 동서의 신비주의는 저 내재적이고 초월적이면서 이름 붙일 수 없는 실체(이것도 명사이기 때문에 그것이란 표현이 조금 더 낫다)와 하나가 되려는 관점이나 노선이다. 제가 이곳에 줄곧 올리고 있는 선(禅)이 바로 동아시아의 신비주의다. 요즘 동서 신비가들의 어록을 읽고 있는데 읽으면서 발견하는 게 문학이나 음악 등 예술이 추구하는 남녀간 로맨스는 모두 신비가의 체험을 모사(模寫)한 것이라는 것이다.하지만 인간의 로맨스는 유한하고 가시적인 범위에서 이뤄지기 때문인지 쉽사리 깨지거나 부패하기 쉬운 것도 사실이다. 다시 말하면 지루해지거나 심지어 추해지기도 한다. 하지만 신비가의 로맨스(?)는 지칠 줄 모르고 그야말로 신비하다. 오늘부터는 그들이 체험한 신비를 수..

단상 2025.05.06

禅과 신비주의

며칠 전 부모 미생전에 나는 있었는지 하는, 선가의 화두를 SNS에 적었다. 의문을 가지는 게 공부에 도움이 된다는 게 선가의 가르침이기도 하다.전심법요 법문을 들으면서 그 의문에 대한 답을 알 것도 같다. 황벽 선사께서는 임종때를 거론하며 우리 본성은, 날 때 생기지도 않고 죽을 때 사라지지도 않는다고 하신다.그것은 '이름도 모양도 없는 텅빔(空)이며 주객이 없다(湛然圓寂 心境一如)'고 하신다. 그러니 세상 살이에 익숙한 보통 사람으로는 감을 잡을 수 없다.그리하여 타협책으로 나온 게 성전 혹은 사원을 지어 거기에 상(相)이 있는 것들을 만들어 놓고 섬긴다. 이미 썼듯 야훼란 '이름 없음'이란 말이다. 신비주의란 알 수 없는 그 신비를 깨쳐 인생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이다. 그답이 바로 깨달음, 즉 ..

단상 2025.04.22

얀테의 법칙

우연히 얀테의 법칙이라는 걸 접했다. 북유럽의 정신세계를 이해하기 좋은 단서다. 북유럽은 한때 자살률 높기로 유명했고 요즘은 높은 소득을 누리는 사회주의적 국가들이라는 인식이 있다. 복지가 잘 된 국가들이라고 안다.나도 빈곤선과 복지문제를 주제로 한 학부 졸업논문에서 뮈르달이라는 스웨덴 경제학자를 다룬 적 있다. 내 식으로 간단히 이해하면 자신을 특별하게 생각하지 말라는 얀테의 법칙 1조가 그 정신을 잘 보여주는 것 같다. 요컨대 얀테의 법칙은 매우 선적(禅的)이라고 생각한다. 자신을 여러 생명현상 가운데 하나라고, 아무런 가치판단이나 분별 없이 본다는 것은 (잘못하면 자살에 이를 수도 있는) '나 하나 세상에 없다'고 생각하라는 선가의 가르침과도 통한다. 생명이란 우주적 가치와 의미가 있기도 하지만..

단상 2025.04.21

결심

참말로 내 합리적인 기대수명이 15년 안팎이고 길어야 20년쯤일텐데 이제 남은 가장 중요한 원은 마음의 완전한 자유다. 자유자재하여 가족을 설득하여 곡기를 끊고 갈 수 있을 정도로 공부가 되면 좋겠다. 마지막 의지처로 정통 선불교를 실천하는 선원을 만났으니 다행이다. 이 선원을 만난 것은 유혹에 빠져 큰 곤란을 겪고 몇달 동안 간절히 외친 결과다. 마침 1세기 이상 검증된 황벽 선사의 교재 전심법요로 법문을 하기에 더 이상 증거도 필요 없다.호킨스 박사 의식 측정에 의하면 황벽 선사는 950대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 공부에 내 운명이 달려 있다고 생각한다. 머리에 불이 붙은 듯 다급한 마음으로 전념코자 한다. 신성 쪽에서 하시는 일이기 때문에 완전히 내맡기는 일이 필요하다.

단상 2025.04.12

성탄의 의미

'매일이 크리스마스다'라고 외칠 때 걱정근심과 이별하고 기쁨만 있을 것이라는 의미가 있지요. 그것은 내 안에 그리스도가 탄생했기 때문입니다. 내 안에 그리스도가 탄생했다는 것은 이승을 살되 신의 아들로서 산다는 것입니다. 마침 부처님 오신 날의 의미에 대해 청혜스님이 쓴 글(붙임 참조)을 만났기에 가져옵니다.내 삶에 그리스도가 탄생하거나 부처님이 탄생하거나 효과는 같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다만 그 완전한 탄생을 위해서는 분별망상으로 된 사고구조와 관점이 바뀌어야 한다고 봅니다. 마치 2찍으로 살던 사람이 이재명밖에 없다고 할 정도로 관점이 완전히 거꾸로 되어야 할 것입니다. 그러한 대전환은 근기에 따라 일순간에 되는 사람이 있다면 평생 걸리는 사람도 있을 겁니다.(붙임)부처님 오신 날의 의미는 무엇일까요..

단상 2025.04.11

선지식, 참된 자유

덜컥 손재수를 당하고 돌아보니 이 공부 제법 해서 편안해졌고 편지 덕분에 혼자 설 수 있겠다고 잘못 생각했습니다. 핵심 노하우를 알게 됐으니 그냥 가면 된다고 생각했으나 게으름, 자기 만족, 자기 속이기 등과 같은 미세 번뇌와 분별망상 속에 있었습니다.그래서 먼저 깨달은 게 분명하다고 생각하는 청혜스님 법문을 들으며 공부를 보완하고 있습니다. 혹여 저와 비슷한 분이 있으면 유익할까 싶어 올렸습니다.참으로 자유로운 사람은 '이제 나는 자유롭다'는 말을 하지 않습니다. 자유롭든 자유롭지 않든 마음에 걸림이 없기 때문입니다.제가 체험해보니 진짜 담배를 끊었을 때는 내가 담배를 끊었다는 생각이 털끝만큼도 없습니다. 이원(二元)의 세계를 벗어나면 정해진 법이 없이 오직 진실과 사실만 따릅니다."내가 있는 한 자유..

단상 2025.04.05